고등학교 땐 ‘꼴통짓’도 했어요
▲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198cm, 86kg, 얼굴은 기자의 손바닥으로 가릴 만큼 조막만 하고 진짜 조각같이 생겼다는 표현을 갖다 붙여야 할 정도로 미남형이다. 성장하면서 ‘잘생겼다’란 말을 질리도록 들었을 것 같아 만나서 절대로 그 얘기만은 하지 않으리라 결심, 또 결심했지만 직접 김요한을 만나보니 아무리 용을 써도 그 말이 절로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2007 월드리그 대표팀에 뽑혀 예선전을 위해 브라질, 핀란드, 한국, 그리고 캐나다를 돌며 강행군을 펼치고 있는 김요한을 지난 26일, 캐나다 출국 전에 만났다.
3개국 강행군 ‘싫어’
“너무 힘들어요. 브라질까진 34시간이나 걸렸어요. 이렇게 많은 나라를 옮겨 다니며 경기를 펼친 건 처음인 것 같아요.”
한국에서 예선전을 치르고 브라질과 핀란드 원정 때 체력전을 펼쳤다는 김요한은 귀국 후 또 다시 경기를 뛰고 예선 마지막 시리즈인 캐나다 원정 경기를 위해 재출국하는 긴 여정들이 버겁기만 하다. 더욱이 고생한 만큼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것도 심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월드리그 A조에서 브라질, 핀란드, 캐나다와 맞붙은 한국은 6월 30일 현재 2승 8패로 A조 3위에 그쳤다. 결선 진출은 이미 좌절된 상태.
“몸은 고달팠지만 배운 게 많은 대회였어요. 특히 브라질 선수들은 만만한 상대가 한 명도 없더라구요. 아무리 블로킹을 세워도, 아무리 스파이크를 때려도 뚫리고 막히는 상황들이 계속되는 걸 보며 제 실력이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절감했습니다.”
배구나 농구 등 장신의 선수들은 비행기 타는 걸 끔찍이 싫어한다. 대부분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는 바람에 신장 190㎝가 넘는 선수들로선 ‘더할 나위 없는 고통’이기 때문이다.
“친구들이 브라질 간다고 하니까 은근한 시선을 보내더라구요. 브라질하면 ‘삼바’가 떠올려지잖아요. 적어도 눈이 심심하진 않겠다며 부러워했는데 실상은 전혀 달랐어요. 경기장과 숙소만 오가는 바람에 삼바춤은 구경도 못했고 관광은 꿈도 못 꿨어요. 핀란드에선 점심 때쯤 해가 졌다가 오후 2시나 3시 정도에 다시 해가 뜨는 바람에 숙면 취하는 게 많이 불편했죠.”
▲ 지난 6월 3일 월드리그 캐나다전에서 김요한이 블로킹 위로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 ||
김요한은 얼마 전 ‘네이버’의 스포츠스타 검색어 순위에서 축구선수 티에리 앙리를 제치고 수일 동안 1위를 차지한 적이 있었다. 바로 여자친구로 알려진 신인 연기자 장예원과의 열애설 때문이다. 김요한이 배구계에서 주가 급상승 중이라면 장예원은 TV와 영화를 오가며 활동 중인 신인 연기자. 3년 전에 처음 만났다는 두 사람의 열애설이 알려지자 김요한과 함께 장예원까지 인기 검색어 순위에 올랐고 그가 출연했다는 KBS 2TV <낭랑18세>와 첫 영화 주연작 <장마>(화인픽쳐스, 고충길 감독)까지 새삼 주목을 받게 되었다.
“여자친구 얘기가 인터넷뿐만 아니라 신문에까지 크게 나온 걸 보고 굉장히 놀랐어요. 아니, 황당했어요. 우리 둘이 그렇게 유명한 사람도 아닌데 왜 이런 관심을 받는지 도통 모르겠더라구요. 저도 그렇지만 여자친구도 그렇게 잘 알려진 연기자가 아니잖아요. 여친 반응이요? 많이 힘들어하죠. 소속사에서도 싫어하는 것 같고. 인터넷에 김요한이란 이름을 등에 업고 유명해지려는 ‘술수’라며 여친을 비난하는 글도 떴나 봐요. 솔직히 제가 그렇게 유명한가요? 아니잖아요.”
김요한에게 더 이상 여친 얘기를 묻기가 어려웠다. 주변의 과도한 관심은 자칫 두 사람에게 부담만 더해져 좋지 않은 결론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순수하게 만나고 있는 젊은 커플이 희로애락, 우여곡절, 파란만장한 연애 과정을 거쳐 예쁜 결실을 맺어가는 걸 ‘조용히’ 지켜보는 게 옳은 일일 것만 같다.
드래프트 1순위? LIG행?
지난해 소속팀 인하대를 대학 배구 5관왕에 올려놓은 주인공, 김요한은 배구계의 ‘블루칩’이다. 4학년 졸업반인 그는 2006도하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문제의 부담을 덜고 프로 무대에 도전할 예정이다. 따라서 올해 신인 드래프트 시장에 나올 김요한의 졸업 후 향방에 큰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배구계에선 지난 시즌 프로 최하위팀 LIG가 김요한을 우선 지명할 확률이 가장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한 김요한의 생각이 궁금했다.
▲ 실제로 만나본 김요한은 198㎝의 장신에 어울리지 않는(?) 손바닥만 한 얼굴을 가진 미남이었다. | ||
병영훈련 받아야 하는데
계획대로라면 김요한은 오는 8월 6일 4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으러 입대해야 한다. 그러나 대한배구협회에선 오는 8월 8일부터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2007 하계유니버시아드에 출전할 남자배구 대표팀의 후보 엔트리에 김요한을 올려 놓고 군 입대를 10월이나 12월로 미룰 것을 종용하고 있다.
“10월에는 대학배구 최강전 등 학교에서 마지막으로 뛸 수 있는 대회들이 잇따라 열려요. 12월은 프로배구가 시작되는 시기라 더더욱 힘들죠.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시기가 8월이거든요. 그런데 협회 측에선 계속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출전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참으로 난감할 따름입니다. 군대는 올해 안에 가야하고 절 필요로 하는 곳은 많고, 어디 좋은 해결책 없을까요?”
김요한은 그 나름대로 의식이 있는 선수였다. 80~90년대에 일었던 배구의 인기몰이를 위해서 협회가 좀 더 발전적이고 적극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과 신생 프로배구팀 창단이 지지부진한 상황 등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였지만 ‘오프 더 레코드’를 전제로 했기에 그 내용은 지면에 담지 않기로 한다.
‘영화배우 강동원을 닮았다’는 소리를 가장 싫어한다는 김요한. 얼핏 보기엔 고생이란 걸 모르고 곱게 자란 부잣집 외동아들 같지만 알고 보니 어려운 가정 형편에서 힘들게 배구 생활을 해온 가슴 찡한 사연이 숨겨져 있었다. 고등학교 때는 외박과 외출을 허락하지 않는 감독한테 반기를 들고 동기들과 무작정 숙소를 탈출해 막노동을 하며 생활비를 버는 등 ‘꼴통’ 기질도 발휘했다고 한다.
1년 후배 문성민(경기대)과 함께 세대교체의 주역으로 꼽히는 김요한. 올 겨울 그를 데려갈 프로팀은 한동안 정신을 못 차릴 것이다. ‘김요한 신드롬’이 벌써부터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