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부대여 돌아오라’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 지난 6월 29일 대학농구 1차 연맹전 결승 중앙대와 단국대의 경기 모습. 현재 한국판 NCAA격인 대학농구 리그전을 출범시키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 ||
한국은 어떤가. 아마추어 농구는 물론이고 프로농구마저도 프로배구에 인기를 추월당하며 ‘아 옛날이여’를 부르고 있다. 이런 차에 대학농구연맹이 2008시즌부터 ‘한국판 NCAA’인 홈앤드어웨이 리그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 아마추어 농구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을 한국판 NCAA의 태동 움직임을 취재했다.
한국 대학농구의 홈앤드어웨이 리그전은 97년 프로농구가 출범한 직후부터 논의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10년이나 묵은 숙원인 것이다. 농구대잔치 시절, 특히 93~94농구대잔치에서 연세대가 우승하면서 문경은 이상민 우지원 서장훈 전희철 김병철 현주엽 등이 이끈 대학농구는 실력 뿐 아니라 인기에서도 실업농구를 앞질렀다. ‘오빠부대’라는 말도 자연스럽게 통용됐다.
하지만 프로농구 출범 후 대학농구는 크게 위축됐다. 원주 등의 지방과 잠실학생체육관의 썰렁한 관중석을 배경으로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게 된 것이다. 프로농구의 뿌리인 대학농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1년에 4~5회 그들만의 리그를 하는 것이 아니라 6개월 이상의 장기레이스를 펼쳐 재학생과 동문들을 중심으로 두터운 팬층을 마련해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됐다. 하지만 스폰서 미확보, 열악한 경기장 사정, 극심한 전력 차로 인한 하위권 대학의 반발 등으로 논의는 논의로만 끝났다.
지난해 1월 전 고려대 감독인 박한 씨가 대학농구연맹의 회장을 맡고, 강병헌 함지훈(이상 중앙대) 차재영(고려대) 김민수(경희대) 양희종(연세대) 등 빼어난 실력과 외모를 갖춘 대학코트의 스타들이 계속해서 배출되며 홈앤드어웨이 논의는 다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당초 2006년 준비 과정을 거쳐 한국 농구 100주년을 맞는 2007년에 리그를 시작하려고 했으나 스폰서 및 방송 중계를 확보하지 못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2007년 들어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가장 중요한 것은 MBC배 대학농구연맹전을 개최해온 지상파 방송사 MBC가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MBC는 2008년부터 제작 사정을 들어 대학농구의 시즌 개막전인 MBC배 대회를 더 이상 열지 않겠다는 내부방침을 세웠다. 대학농구연맹과 또 사실상 대학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대한농구협회가 대책 마련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홈앤드어웨이 대학농구리그전이 본격적으로 재점화된 것이다. 마침 스포츠 전문 케이블채널 등과 치열한 중계권 확보 경쟁을 치르던 MBC도 입장을 바꿔 “한국판 NCAA라면 독점중계를 하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중계방송을 확보하면 그만큼 스폰서를 구하기 쉬워지는 까닭에 단번에 많은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MBC 스포츠제작국의 백창범 PD는 “이미 스포츠매니지먼트사로부터 제안서를 받았다. MBC 내부적으로도 국장선까지는 이미 긍정적인 검토를 마쳤다. 농구인들의 의사도 그 어느 때보다 확실한 것으로 안다. 경기장 사정 등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2008년 첫 대학농구리그전을 출범하고자 하는 MBC의 의지는 강하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MBC의 적극적인 방침과 함께 가장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곳은 바로 최근 몇 년간 샤라포바(테니스) 타이거 우즈(골프) 미셸 위(골프) 등의 초청경기로 대박을 터뜨린 세마스포츠다. 2년 전부터 ‘한국의 NCAA화’를 기획해왔던 세마는 최근 MBC와 대학농구연맹은 물론이고 10개 대학 감독들과 접촉하며 원대한 계획의 구체화를 서두르고 있다. 이에 대학농구연맹은 지난 6월 감독자회의를 통해 원칙적으로 ‘리그화’에 동의했고 올림픽예선전을 겸한 아시아선수권(일본)이 끝나는 오는 9월부터 본격적으로 리그화에 착수할 계획이다.
세마스포츠의 허재원 부장은 “2~3개 대학의 경우 홈 경기장 확보가 미흡하지만 시설이 좋은 지방 캠퍼스를 활용하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재학생 동문은 물론 지역팬들까지 확보할 수 있어 흥행력이 예상을 초월할 듯싶다. 스폰서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학축제와 동아리들과의 협조를 통해 대학농구리그를 한국 아마스포츠 중 가장 흥행력이 큰 스포츠리그로 만들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대학농구 리그화가 급물살을 타자 다른 스포츠매니지먼트사인 IB스포츠가 뒤늦게 뛰어드는 등 경쟁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지상파와 선발주자의 장점을 갖춘 MBC와 세마스포츠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박한 대한농구연맹 회장은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한국 대학농구가 홈앤드어웨이 리그화를 통해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데 대다수 농구인이 뜻을 함께하고 있다. 프로단체인 KBL(한국농구연맹)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올 하반기 치밀한 준비를 통해 농구는 물론 대학스포츠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겠다”라고 밝혔다. 강을준 명지대 감독도 “리그화만이 대학농구의 살 길이다. 전력이 떨어지는 일부 대학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명분을 거스르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대환영했다.
현재 기획안에 따르면 한국의 NCAA로 불릴 ‘2008 한국대학농구리그’는 봄부터 가을까지 각 대학의 주요학사 일정을 피해 홈앤드어웨이 방식으로 거의 매주 열릴 예정이다. 특히 대학축제나 개교기념일 등에 빅이벤트를 실시하고, 동아리농구대회와 응원전 등 대학생들의 용솟음치는 문화코드를 최대한 흡수해 농구를 넘어서는 잔치마당으로 기획되고 있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