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사발식 ‘줄행랑’
▲ 고정운(왼쪽)과 서정원. | ||
“신입생 환영회가 나이트클럽에서 열렸어요. 선배들이 신입생 10명을 세워놓고 차례대로 ‘사발식’을 거행하는데 순서가 다가올수록 다리가 후둘거려 도저히 그냥 서 있을 수가 없더라구요. 할 수 없이 배가 아프다고 거짓말하고 그 자리를 도망쳐 나왔다가 3시간 후에 다시 가보니 모두 취해서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제가 마셨는지 안 마셨는지도 모르더라구요.”
축구선수들 사이에 ‘주당’으로 꼽히는 고정운은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만 해도 술을 입에 대 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 그한테도 고등학교 신입생 환영회의 행사는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 있다.
“신입생 환영회를 한다고 선배들이 숙소 식당에 있는 가마솥에다 소주 대두병을 20병 정도 들이 붓고 요구르트를 탔어요. 선배들 지시에 동기랑 함께 국자로 ‘짬봉술’ 제조를 맡아 열심히 국자로 젓고 있다가 호기심이 발동해 그 술을 간 본 게 탈이었죠. 분명 국자로 조금 떠서 맛만 봤을 뿐인데 제가 의식을 회복한 건 병원 응급실이었어요. 그 후론 선배들 강권에 못 이겨 술 마시다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가는 일이 다반사였어요.”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