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한 번 뜨면 세 나라가 들썩
▲ LPGA 신인왕을 수상한 안젤라 박. 지난 8월 31일 미 일리노이주에서 열린 LPGA투어 클래식에서 드라이브 샷을 날리고 있다. AP/연합뉴스 | ||
미국에서는 대형 신인의 등장에 한껏 기대를 부풀리고 있고 남미의 스포츠왕국 브라질에서는 지난 7월 US여자오픈 준우승 때에 이어 주요 언론이 안젤라 박의 신인왕 확정을 대서 특필했다. 또 한국에서는 LG전자가 스폰서 계약을 검토하는 등 또 한 명의 여자골프 한류스타로 인정하고 있다.
특히 브라질에서는 7월 ‘브라질 여자골프의 역사를 새로 썼다’, ‘브라질 골프 역사에서 가장 큰 업적을 이룬 인물이며 브라질 출신의 걸출한 테니스 선수인 구스타보 쿠에르텐에 버금가는 새로운 스포츠 스타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고 극찬한데 이어 이번에도 ‘안젤라 박의 신인왕 선정은 브라질 골프 발전을 위한 역사적인 순간’(스포츠전문지 <란세>)이라고 치켜세웠다.
한국에서의 반응도 좋다. ‘된장 냄새’가 물씬 풍기기 때문이다. 수차례 한국에 놀러온 것이 전부지만 한국말과 문화에 익숙하다. 한때 국적문제로 시끄러웠던 김초롱이 한국어에 서툰 것(혹은 일부러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제로 이민 2세이면서 안젤라 박처럼 한국어에 능통한 경우는 흔치 않다. 미LPGA의 코리언 패밀리 사이에서도 안젤라 박은 한국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배경은 등 한국 선수들과도 친분이 두텁다. 미국은 물론 남미에서도 상품 가치가 높은 까닭에 LG전자 등 한국의 월드와이드기업이 안젤라 박을 욕심내고 있다.
지난 10월 1일 박세리(30·1998년) 김미현(30·1999년) 한희원(29·2001년) 안시현(23·2003년) 이선화(21·2006년)에 이어 6번째 미LPGA 한국인 신인왕을 확정지은 안젤라 박은 “평생에 한 번밖에 없는 신인왕을 차지하게 돼 정말 기쁘다. 세계 톱랭커들은 대부분 신인왕 출신이라는 점에서 시즌 초반부터 이를 목표로 했다. 누구보다 많은 대회에 뛰면서 최선을 다했다. 아직 우승이 없는데 앞으로 첫 승과 메이저대회 우승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과수 폭포로 유명한 브라질의 이과수 시(市)에서 태어난 안젤라 박은 아홉 살 때 아버지(박경욱)와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주했고(어머니 이경란 씨는 아직도 브라질에서 사업 중) 이후 미국 주니어 무대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기대주로 성장했다. 지난 해 2부투어에서 상금 랭킹 8위로 풀시드 확보에 실패했으나 Q스쿨을 통해 당당히 LPGA에 입성했다. 최대 강점은 기복이 없다는 것. 올시즌 23개 대회에서 컷오프는 단 한 차례뿐이다. 한국 안방에도 감동을 줬던 US여자오픈 준우승과 맥도널드LPGA챔피언십 5위 등 두 차례 메이저대회 선전을 포함해 톱10에도 6차례나 이름을 올렸다. 비거리와 아이언샷 정확도, 그리고 퍼팅까지 모든 것을 갖춘 대형신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도 연습을 많이 해 필드에서는 ‘독종(a relentless worker in practice)’으로 불리지만 평소 생활에서는 독실한 크리스찬으로 “골프가 아니었다면 간호사가 됐을 것”이라고 답하는 순둥이다.
송영군 <일요신문> LPGA 통신원은 “우승만 없을 뿐 박세리 이후 한국의 신인왕 중 가장 실력이 뛰어나다. 또 중요한 것은 현재의 성적보다 향후 발전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미LPGA에서 많은 한국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오히려 주목을 받지 못해서 그렇지 올시즌 안젤라 박의 선전은 ‘놀라운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안젤라 박은 오는 15일 삼성월드챔피언십을 마친 후 코오롱-하나은행챔피언십 출전차 16일 입국한다.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기업과의 스폰서 계약도 방한기간 중 마무리지을 예정이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