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살려야 기량도 살지’
▲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고종수는 지난 5월만 해도 심리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힘들어했다. 부상 재발에 대한 불안감과 자신감 상실 탓에 어깨가 처져 있었다. 훈련장에서 보이는 그의 모습은 ‘이빨 빠진 호랑이’였다.
고종수의 부활은 지난 7월 대전의 새 지휘봉을 김호 감독이 잡았을 때부터 시작됐다. 김 감독은 자신을 아버지처럼 대하는 애제자를 위한 ‘맞춤형 부활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다른 감독들이 당장의 효과를 보기 위해 고종수에게 스피드를 올리는 훈련을 시킨 데 반해 김 감독은 근력 강화 같은 기초적인 훈련과제를 내주며 단계를 밟아 재기하도록 했다.
김 감독은 고종수의 경기 중 활약이 신통치 않더라도 경기력 회복을 위해 섣불리 빼지 않았다. 회복 중인 근력이 손상되는 걸 막기 위해 코너킥이나 프리킥 등도 차지 않게 했다.
김 감독은 고종수의 부활을 위해 축구 외적인 부분에서도 신경을 썼다. 애제자가 다분히 반항적인 성격을 지녔다는 걸 감안해 일방적인 지시를 삼가고 스스로 결정하고 움직이게 시간을 두고 지켜봤다. 또 취재진과 만날 때면 고종수 부활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긍정적인 보도가 나오도록 했다.
최근 대전 훈련장에서 가장 우렁차게 들리는 목소리는 고종수의 것이다. 김 감독이 부임하기 전만 해도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았던 고종수. 스승의 은혜로 자신감을 얻고 재기한 덕분에 이제는 훈련장이나 경기장에서 사자후를 토해내며 전성기 시절의 거침없던 기세를 조금씩 되찾고 있다.
전광열 스포츠칸 체육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