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억장 무너지는 일
선수 생활부터 지도자 생활까지, 줄곧 경기장과 훈련장, 숙소만을 오간 탓에 가족들과 소원하게 보낸 상황의 연속이었던 그는 집안 경조사는 물론 명절, 아이들 입학식 졸업식조차 가보지 못한 가장답지 못한 가장이었다. 아무리 열심히 돈을 벌고 피 말리는 승부의 세계에서 흔들림 없이 선수단을 이끌어온 명장이란 칭호를 받아도 가족들에게 그는 ‘빵점 아빠 빵점 남편’이었던 것. 젊고 일할 기회가 훨씬 많았던 이전에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면서도 그리 신경을 쓰지 못했다. 나이를 먹고 지도자에서 은퇴를 할 시점이 되자 A 감독은 가족들의 따뜻한 품이 그리웠지만 이미 가족들은 각자의 삶에 충실하며 가장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됐다. 믿었던 아내마저 결혼 생활의 대부분을 혼자 지낸 까닭에 여유를 갖고 친구들과의 만남에 재미를 붙여가는 즈음에 남편의 복귀가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다.
지도자에서 물러나면 가족들과 못다한 정을 나누리라 기대했던 A 감독. 아빠를, 남편을 가족보단 ‘손님’으로 인식하는 가족들의 시선에 그의 억장은 무너져만 간다. 프로 감독으로 살아온 십수 년의 시간들이 가족들한테는 그저 돈 벌어다 주는 존재밖에 안 된 것 같아 헛헛한 쓸쓸함을 가눌 길이 없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