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류 vs 신사 연승전 7월 개막…시니어팀 40대 기사들 가세로 전력 ‘업’
지지옥션배는 만 45세 이상 시니어 기사 12명과 여류기사 12명이 연승전 방식으로 대결을 벌여 최후의 생존자가 남는 쪽이 우승컵을 안는 대회다. 2007년 시작돼 9회가 진행하는 동안 1, 4, 6, 8, 9회 대회에서 여류 팀이 우승을 차지했고 시니어 팀은 2, 3, 5, 7회 대회 우승컵을 가져갔었다.
지난해 지지옥션배 시상식.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대회 방식을 손봐야 한다는 말이 계속 제기돼 왔다. 시니어 팀이 여류 팀과 대등하게 겨루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여류 팀이 매년 새로운 입단자를 통해 전력이 업그레이드되는 반면, 시니어 팀은 뾰족한 전력상승 요인이 없었다. 시니어 팀 전력이 강화되려면 역시 새로운 피가 수혈되어야 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60년대 후반 출생 기사들이 별로 없다보니 나이만 많아져 오히려 전력이 약해지고 있었던 것. 매년 그 얼굴이 그 얼굴인데 나이만 먹어가니 상대가 될 리 없었다.
시니어 팀이 마지막으로 우승한 지난 2013년 제7회 대회에서도 서봉수 9단이 5연승 후 1패, 조훈현 9단이 6연승을 막판에 합작해 일궈낸 것이었다. 그러니까 앞선 10명의 시니어들은 단 1승 밖에 얻지 못하고 모조리 전멸했던 것. 사실상 조-서의 힘으로 우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기어코 일은 지난해 터졌다. 여류 팀이 일곱 번째 주자 박지연 4단 선에서 끝내버린 것이다. 박지연은 시니어 팀의 주장 유창혁 9단을 물리치고 총 전적 12승 6패로 여류 팀에 우승을 안겼다. 여류 팀은 핵심전력 최정, 오유진, 김혜민 등을 가동하지 않고서도 시니어 팀을 여유 있게 꺾은 것이다.
지난해 최종국 장면. 박지연 4단이 유창혁 9단을 물리치고 여류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다고 시니어 팀은 올해 사정이 더 안 좋아졌다. 팀의 핵심 조훈현 9단이 국회에 입성하면서 팀 전력에 큰 공백이 생긴 것. 조 9단이 시니어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설명하자면 입만 아프니 생략하도록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주최측은 올해 드디어 대회 방식을 손봤다. 가장 큰 변화는 이창호 9단이 출전한다는 것이다. 시니어 팀의 참가 연령을 대폭 낮춰 76년생, 그러니까 40세 이상 기사들도 출전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9단은 75년생이니까 당연히 나올 수 있다. 이 9단이 여자 기사들과 상대하는 제한기전에 참가할지 궁금했는데 그렇게 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12장 가운데 이창호 9단, 유창혁 9단, 서봉수 9단이 특별 시드를 배정받았다. 1장은 후원사 시드고 나머지 8장 중 5장은 51세 이상의 기사들이 예선을 통해 가져가게 된다. 남은 3장은 76년부터 67년 사이의 40세 이상 50세 이하 기사들이 예선을 벌여 출전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40대 초반의 최명훈, 김승준, 김영삼, 윤현석, 윤성현, 이상훈, 김성룡 등이 포함된다. 시니어 팀의 평균 연령이 대폭 낮아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회 명칭도 ‘여류 vs 신사 연승대항전’으로 새롭게 바뀐 지지옥션배는 어느 쪽이 유리할까. 전망은 엇갈린다. “이창호 9단 혼자서도 여자 기사들을 전부 감당할 수 있는데 40대 초중반 기사들까지 가세했으니, 시니어들이 절대 우세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농심배처럼 5명만 출전한다면 모를까, 12명이라면 개인 기량이 고른 여자 기사들이 여전히 유리하다”고 보는 측도 있다.
여자바둑리그 포항 포스코켐텍의 이영신 감독은 “무척 재미있는 대결이 될 것 같다. 사실 지난해까지는 여자 기사들이 절대 유리하다고 봤는데 이창호 9단을 비롯해 3명의 40대 기사가 합류한다니 유불리를 떠나 바둑팬들이 무척 좋아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서울 부광탁스의 권효진 감독은 “얼마 전 후원사인 지지옥션의 강명주 회장님을 만나 대략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 무척 고심하시더니 좋은 기획이 나온 것 같다. 승패 예측은 정말 어렵다. 여자 기사는 이제 최정 6단이 겨우 한국바둑리그에서 5지명으로 뽑혔을 뿐인데 이창호 9단은 올해도 2지명으로 뽑히지 않았나. 더구나 3명의 40대 기사들 실력도 무척 강하다. 하지만 여자 기사들도 실력이 무척 늘었으니 정말 팽팽한 승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바둑리그 화성시 코리요의 이정우 감독도 어느 한쪽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예전의 여자 기사들이 아니다. 요즘은 여자만을 위한 대회도 많아져 실전 경험도 풍부해졌다. 그에 반해 시니어 기사들은 최근 대국 경험이 많지 않다는 게 불안 요소다. 누구 손을 들어주긴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작년처럼 일방적으로 끝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당사자인 선수는 어떻게 생각할까. 중국에서 열린 페어대회에 참가하고 급히 돌아온 최정 6단은 이렇게 말한다. “작년에는 여자 기사 절반이 출전하지 않고도 승리했는데 이젠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이창호 사범님과는 한 번도 두어본 적이 없어 정말 기대된다.” “자신 있나?” “자신은 항상 있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문제다(웃음).”
대회 명칭이 제10회 지지옥션배 여류 vs 신사 연승대항전으로 바뀐 지지옥션배는 5월 중 아마추어 대결을 시작으로 7월 초 개막된다. 올해부터 우승상금이 1억 2000만 원으로 증액된 지지옥션배는 3연승한 선수에게 200만 원의 연승상금이 주어지며, 이후 1승당 100만 원의 연승 상금이 추가로 지급된다. 제한시간은 예선과 본선 모두 각자 15분에 40초 초읽기 5회로 진행된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