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들 완전체 뜬다” 그 시절 빠순이들 응답하라~
먼저 젝스키스가 컴백을 알리는 방송 출연을 시작으로 향후 콘서트와 음반 발표를 구체화한 가운데 ‘라이벌 그룹’ HOT 역시 재결합을 둘러싼 여러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1996년 ‘전사의 후예’로 데뷔한 5인조 HOT는 가요계에 아이돌의 등장을 본격적으로 알린 대표적인 그룹이다. 6년 동안 전성기 인기를 누리다가 2001년 그룹 해체와 함께 문희준, 강타, 장우혁 등 멤버들이 솔로 활동에 나섰다.
젝스키스는 HOT에 맞서 1997년 데뷔했다. 화려한 춤이 곁들여진 댄스음악을 통해 10대 팬을 중심으로 막강한 ‘팬덤’을 형성했고, 그렇게 HOT와 더불어 ‘라이벌 그룹’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활동 부진 등으로 HOT보다 1년 앞선 2000년 해체했다. 이후 은지원은 솔로 가수와 예능 프로그램에 집중했고 장수원과 김재덕은 제이워크라는 그룹을 따로 결성해 활동하기도 했다.
이미 그룹이 해체한 지 20년이 가까워오는 이들이 재결합에 의견을 모으는 데는 최근 대중문화 전반에 불고 있는 ‘복고’ 열풍과 무관하지 않다.
1세대 아이돌 그룹 젝스키스는 MBC ‘무한도전’ 출연을 계기로 재결합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1월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기획한 특집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를 통해 1990년대 가요계에서 활약한 인기 가수들이 재조명받는 계기 역시 마련됐다. 그 덕분에 김건모와 그룹 SES, 터보 등 1990년대 인기 가수들이 주목받으면서 다시 공연을 열고 음반도 냈다. 그런 분위기에서 HOT와 젝스키스를 향한 팬들의 재결성 바람도 모아졌다.
# 젝스키스…2014년께부터 재결성 시동
젝스키스의 재결성을 앞당긴 결정적인 계기는 <무한도전>이다. 해체하고 한 번도 여섯 명이 함께 무대에 서지 않았던 이들은 <무한도전>이 기획한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시즌2’의 출연 제안은 거절하지 않았다.
제작진의 제안을 받아들인 젝스키스는 3월 비밀리에 촬영을 시작했다. 16년 전 해체 과정에서 겪은 각자의 일과 심정을 처음으로 꺼냈고, 과거 인기를 얻었던 경험과 추억도 밝혔다. <무한도전>이 마련한 게릴라 콘서트 형식으로 서울 상암동월드컵경기장에서 콘서트까지 열었다. 관련 내용은 4월 16일부터 4월 30일까지 총 3회 분량으로 방송돼 반향을 일으켰다.
사실 젝스키스는 2014년께부터 재결성을 조심스럽게 타진해오고 있었다. 강성훈 등 일부 멤버가 적극적으로 나섰고 은지원 등도 이에 뜻을 모았다. 하지만 재결성 과정에서 서로 의견이 나왔고 생각이 상충하면서 시간은 길어졌다.
멤버 각자가 처한 상황이 다른 점도 재결성이 연기된 이유였다. 은지원과 장수원은 최근에도 예능프로그램 등을 통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지만 나머지 멤버들은 달랐다. 고지용은 그룹 해체 뒤 연예계와 거리를 두고 현재 평범한 직장인으로 일하고 있고, 이재진은 군 복무 도중 겪은 탈영 논란 등을 마무리한 뒤 지금까지 외부 활동을 자제해오던 터였다.
처지와 입장이 다른 만큼 재결성에 대해서도 서로 의견이 조금씩 엇갈렸던 이들은 <무한도전>의 제안까지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파급력이 상당한 방송 출연으로 재결성에 대한 힘을 얻는 동시에 대중의 반응까지 점검할 수 있으리라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젝스키스는 그 과정에서 <무한도전> 출연과 그 세부 계획을 외부에 알리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은 각서까지 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만큼 멤버 개개인도, 프로그램 제작진도 촉각을 곤두세웠다는 의미다.
젝스키스가 완전체로 출연한 MBC ‘무한도전’ 방송 화면.
#HOT 재결성 움직임에도 촉각
젝스키스는 <무한도전> 출연을 기점으로 음반 발표와 콘서트 개최까지 그 계획을 넓힌다. 오는 6월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단독 공연을 열고 이와 관련한 음반 발표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팬들의 기대와 지지 역시 이어지고 있다.
재결성에 속도를 내는 젝스키스로 인해 ‘라이벌’ HOT의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최근 HOT 멤버들이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회장과 회동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재결성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수만 회장은 HOT를 기획, 제작한 프로듀서다. 그런 이 회장과 멤버들의 만남은 그 자체로 여러 해석을 가능케 한다.
실제로 이들의 회동 이후 HOT가 9월에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공연을 연다는 내용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미 잠실 주경기장 대관까지 마쳤다는 소식도 더해졌다. 이에 대해 HOT 측 관계자는 “확정된 사실은 아직 없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나타내는 상황. 이수만 회장과의 만남 역시 “편안한 분위기에서 만난 사적인 모임”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HOT 재결성을 향한 긍정적인 기대와 전망이 우세하게 퍼지고 있다.
1세대 아이돌의 귀환이 기정사실화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젝스키스는 물론 HOT 역시 재결성을 위해 거처야 할 과정과 풀어야 할 숙제는 상당하다. 특히 HOT의 경우 그룹의 성명권 등 활동에 필요한 권한이 전부 SM엔터테인먼트에 있다. 현재 강타를 제외한 나머지 네 명의 멤버는 서로 다른 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재결성을 위해서는 각자의 입장 정리는 물론 원 소속사와의 협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젝스키스도 크게 다르지 않다. 16년 만에 재결성을 하는 만큼 이들은 나름의 성과를 내야 하지 않겠느냐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 자신들을 지원해줄 곳을 찾는 일도 시급한 과제다. 이런 가운데 젝스키스는 최근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프로듀서와 회동했다. 젝스키스가 재결성해 YG엔터테인먼트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해석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한편 이재진은 양현석 프로듀서의 처남이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젝스키스의 멤버들의 소속사가 각각 다르고 16년 만에 어렵게 같이 모인 만큼 <무한도전>만 출연하고 끝내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공통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며 “양현석 프로듀서와의 만남이 공개된 만큼 이들이 합작해 프로젝트를 시작할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