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티마·친퀘첸토·폴로·푸조2008 등 수입차 시장 크게 성장
특히 2000만 원대 수입차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2000만 원대 수입차는 총 550대 판매되며 4월 판매량으로는 자료 집계가 시작된 2003년 이후 가장 많았다. 4월까지 2000만 원대 수입차 누적 판매량은 총 1797대로 지난해 동기(1680대) 대비 6.6% 증가했다.
닛산 알티마
지난 4월 19일 한국닛산은 주력 차종인 알티마 5.5세대 모델을 출시하며 중형차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판매량이 많은 2.5모델의 가격을 2990만 원으로 책정하며 화제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비록 가격이 3000만 원에 10만 원 모자라는 수준이지만 몇 년 전만 해도 3000만 원을 훌쩍 넘겼던 수입 중형 세단이 2000만 원대라는 상징성은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알티마는 2009년 국내 첫 출시, 2010년 페이스리프트 모델, 2012년 뉴 모델 출시 때 2.5트림 기준 3690만 원(2009), 3390만 원(2010), 3350만 원(2012)으로 가격이 인하된 바 있다. 3.5트림 기준으로는 3980만 원(2009), 3690만 원(2010), 3750만 원(2012)으로 하락 추세다. 2009년 출시 당시와 2016년 신차를 비교하면 700만 원의 차이다(2.5트림 기준). 수입차 프리미엄이 사라지고 국산차와 경쟁한다면 소비자로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이점이 있다. 국산차와 가격 경쟁이 가능해지면 국내 점유율 1위 업체의 독점적 가격 인상도 억제되는 효과가 있다.
2000만 원대의 ‘상징적’인 모델이라고 해서 실속까지 상징적인 것은 아니다. 국산차의 경우 가격대를 싸 보이게 하기 위해 최저사양을 가격표에 넣기는 하지만, 실제로 가장 많은 판매량을 보이는 것은 그보다 한두 급 위 사양이다.
그러나 수입차는 주문생산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사양을 세분화하지 못하고, 가장 많이 팔릴 만한 편의사양을 넣어 배기량별로 한두 가지의 선택지만 존재한다. 따라서 최저사양을 구매해도 웬만한 편의장치는 모두 들어가 있다.
올 뉴 알티마는 △2.5 SL 스마트 △2.5 SL △2.5 SL 테크 △3.5 SL 테크, 4가지 트림으로 구성되며 가격은 2990만~3880만 원이다. 2.5ℓ 모델에서 3가지, 3.5ℓ 모델에서 1가지 트림이 선택 가능하다. 최저가인 2.5 SL 스마트의 경우 LED 헤드램프, 원격시동 시스템, 저중력 시트, 보스 오디오시스템, 후방카메라, 어드밴스드 듀얼 스테이지 에어백 시스템을 갖췄다.
최저사양에서도 배기량 2.5ℓ 자연흡기 엔진을 장착해 가속 성능은 국산차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국내에서 중형차의 표준은 2.0ℓ 자연흡기 엔진이 기준이고, 2.0ℓ 터보 또는 2.4ℓ 자연흡기는 프리미엄으로 분류돼 3000만 원이 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알티마 2.5모델은 국산차와 가격 면에서도 뒤지지 않는다. 특히 알티마는 국내 수입 시작 때부터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가 없는 뉴트럴한 운전감각으로 유명한데, 이는 굽은 길이 많은 서울 내부순환로를 고속으로 달려보면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피아트 친퀘첸토
수입차 중 최저가 차량은 피아트의 친퀘첸토(‘500’의 이탈리아어)로 2190만 원이다. 1957년 누오바 친퀘첸토(Nuova 500)라는 이름으로 첫 출시된 친퀘첸토는 1975년 단종됐다가 32년 만인 2007년 50주년을 기념해 리뉴얼 모델이 나왔다. 국내에는 2013년 피아트 브랜드 출범과 동시에 출시됐다.
리어 범퍼를 가로지르는 크롬 바 덕분에 클래식한 감성이 느껴진다. 사이즈는 경차급이지만 1.4ℓ 가솔린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해 몸놀림이 뛰어나다. 최고출력은 102마력이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48g/㎞로 다소 많은 편이다(참고로 LF 쏘나타 2.0 가솔린은 138g/㎞). 기본모델에 선루프, 후방감지센서, 알파인 오디오가 추가된 ‘500 플러스’는 2490만 원이다.
친퀘첸토는 국내 출시 당시 2990만 원이라는 다소 높은 가격 때문에 관심도에 비해 판매량은 기대 이하였다. 2014년 1160만 원을 인하한 1830만 원에 200대 한정판매를 하면서 철수설이 돌기도 했다. 한 번 가격을 인하하면 원래 가격으로는 판매가 안 되기 때문이다. 이후 피아트는 기본모델 가격을 낮추고 올해 친퀘첸토의 스포츠 유틸리티 버전인 500X를 출시하며 한국시장에 적응하는 모습이다. 500X의 최저가는 2990만 원이다.
성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폭스바겐 폴로가 2580만 원대에 선택 가능하다. 뉴 폴로 1.4 TDI는 2000만 원대 수입차 중에서 압도적인 판매량을 차지하는 최고 인기 모델이다.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4월 출시 이후 12월까지 총 1348대가 팔렸다. 1.4ℓ 디젤엔진으로 가솔린 2.0ℓ급 힘을 발휘한다. 공차중량 1200㎏으로 차체가 가볍다보니 체감 파워는 기대 이상이다.
폭스바겐 폴로
폭스바겐은 올해 2월 프리미엄 모델을 추가했다. 그간 폴로는 체급에 비해 넘치는 파워로 호평을 받았지만, 편의사양이 거의 없어 ‘깡통차’로 인식되곤 했다. 가격이 구매 결정 요소인 경우도 있지만 작은 차에 고급 편의장치를 원하는 고객을 잡기 위한 전략이다. 선루프, LED 헤드램프, 오토 에어컨 등이 추가된 폴로 프리미엄의 가격은 2870만 원이다.
2000만 원대 시장의 강자로 푸조 2008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3월 출시한 2008은 소형 SUV의 인기에 힘입어 4048대가 팔렸는데, 이는 대형·중형·소형 등을 통틀어 수입 SUV 전체 모델 중 판매 2위다. 2014년 3118대이던 푸조의 국내 판매량은 지난해 7000대로 두 배 이상 급증했는데, 그 중 57.8%를 2008이 차지했다. 푸조를 수입·판매하는 한불모터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67억 5906만 원으로 전년 대비 151.4% 급증했다.
2008의 매력 포인트는 18.0㎞/ℓ에 달하는 우수한 연비다. 1.6ℓ 디젤엔진으로 출력에도 모자람이 없는 데다 2690만 원이라는 가격도 매력적이다. 연비는 수입 소형 SUV 중 최고다.
이들 외에도 푸조 208, 닛산 쥬크, 스트로엥 D63, 혼다 시빅, 스마트 뉴 포투, 푸조 뉴 308, 미니 뉴 미니, 닛산 캐시카이가 2000만 원대에 선택 가능한 수입차들이다.
수입차는 가격 문턱이 낮아졌지만 가격 이외에 국산차에서 보기 어려운 매력을 보여줘야만 소비자들의 더 많은 선택을 받을 수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2011년 2590만~2990만 원에 코롤라 판매를 시작했지만, ‘비싸기만 한 아반떼’라는 비난을 들으며 저조한 판매를 보이다 소리 소문 없이 국내 단종됐다. 2260만~2560만 원에 판매되던 닛산 큐브도 국내 출시 초기에 반짝 인기를 끌었으나 이후 조용히 판매가 중단됐다. 혼다 시빅은 현재 2760만 원에 뉴 모델이 판매되고 있는데 중형급인 닛산 알티마와 230만 원 차이로 좁혀진 상태이므로, 가격 조정을 하지 않으면 판매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우종국 자동차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