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 첫 당 경선서 범주류 세 확인…정치 변곡점마다 계파갈등 불가피
우상호 더민주 신임 원내대표.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와 손학규계, 일부 친노(친노무현)계의 지원을 받은 우원식(3선·서울 노원을) 의원은 1차에서 40표를 획득해 우상호 의원(36표)을 앞섰지만 결선투표에선 56표에 그쳤다. 이로써 3당의 원내사령탑은 ‘정진석(새누리당)·우상호(더민주)·박지원(국민의당)’으로 결정됐다.
우 의원 당선은 더민주 ‘포스트 총선 체제’의 리트머스 시험지다. ‘우상호 원내사령탑’ 시대의 도래는 의원 개인의 친화력과 비토 없는 온화한 리더십 등이 한몫했지만 범주류의 조직적 물밑 지원이 승부를 갈랐다는 분석이다. 우 의원은 열린우리당·통합민주당·민주당 체제는 물론,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캠프 대변인, 2012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공보단장 등을 맡으면서 범주류인 친문(친문재인)계 및 정세균계, 손학규계와도 가깝다.
실제 1차 투표(유효투표 121표)에서 범주류의 지원을 받은 우상호·우원식 의원이 받은 표는 총 76표였다. 중도파 그룹인 ‘통합행동’의 민병두 의원은 16표, 비주류인 이상민·노웅래·강창일 의원은 각각 12표·9표·8표에 그쳤다. 당의 한 관계자는 “(총투표수 120표 가운데) ‘76 대 45’가 범주류와 비주류 세력분포의 현실을 보여준 게 아니냐”고 말했다. 문재인 체제 시절 ‘모래알 조직’이란 비판을 받았던 비주류는 이번에도 4명의 후보가 각자도생, 결국 처절한 패배를 맛봤다.
당의 구원투수를 맡았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정체성 논쟁 등 ‘운동권 청산’을 제1의 기치로 내걸었지만, 결국 운동권 출신 원내대표가 선출되는 역설적인 상황을 연출하게 됐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원내대표 경선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호흡이 안 맞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라고 잘라 말했다.
친노(친노무현)계 등 범주류 역시 당 내부에서 당 대표와 원내대표 독식에 대한 견제 심리가 팽배, 각 계파 간 수싸움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우 의원은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1당의 위엄에 걸맞게 개인적 입장에서가 아니라 제1당 원내대표로서 당당하게 협상하고 협력하고 국정을 주도하겠다”며 “먼저 김 대표와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앞으로의 변화방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겠다”고 몸을 낮췄다. 하지만 총선 직후 첫 당 경선에서 범주류의 세를 확인한 만큼, 향후 정치적 변곡점마다 계파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