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스파르타식 커리큘럼…박지원 원내대표 깨알 노하우 전수
대학교수·변호사·판검사·경제전문가도 ‘정치9단’ 앞에선 꼼짝할 수 없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5월 3일 초선 당선자들에게 깨알 같은 정치 노하우를 전수했다. 20여 명의 참석자들은 ‘열공 모드’로 박 의원 말을 경청했다. 자신의 분야에선 이름깨나 날렸던 인사들이었지만 이날 박 의원 앞에선 그저 정치에 처음 입문하는 ‘신참’일 뿐이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오른쪽)가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초선 당선자 정책역량 강화 집중 워크샵에서 초선 당선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왼쪽은 이상돈 비례대표 당선자.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국민의당은 새내기들 개원 준비가 가장 활발한 곳으로 평가받는다. 국민의당은 박 원내대표 주도하에 ‘스파르타식’ 속성 과외로 초선 당선자들을 교육시키고 있다. 4선이자 원내대표만 3번째인 박 원내대표는 3일 초선 당선자들을 상대로 한 워크숍에서 의정생활 실무를 비롯해 기자를 상대하는 법, 야당 의원으로서의 갖춰야 할 태도 등을 전수했다.
특히 대북송금 때 조사받은 경험을 전하며 통장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는 많은 초선 당선자들의 호응을 받았다. 박 원내대표는 “통장 관리, 전화 기록 조심해야 한다. 여러분의 통장은 항상 다 보고 있다. 대북송금 조사받을 때 내 친조카는 군의관으로 가있는데 기무사에서 데려가 ‘너희 작은 아버지 돈 얼마 있냐’고 조졌다, 지금도 우리 집에 안 온다”고 말해 당선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장정숙 국민의당 당선인은 강연이 끝난 후 “박 의원의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기억에 남는다. 그동안의 정치생활을 하며 겪었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해줘서 기억에 잘 남고, 앞으로 겪을 일이니 공감이 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초선들에게 있어 선배의 노하우는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당은 3일 강연을 시작으로 오는 6월부터는 경제 교육 복지 안보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을 강사로 초청해 20차례 초선들에게 속성 과외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뿐만 아니다. 당선인들은 강연을 듣고 난 후 이스라엘 메신저 ‘바이버(Viber)’를 통해 토론도 이어간다.
국민의당의 이러한 ‘스파르타식’ 교육에는 이유가 있다. 전체 당선자 38명 중 23명(60.8%)이 초선이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이나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의원수가 턱없이 적기 때문에 대부분이 각 상임위에서 간사직을 맡게 될 것이다. 중진 같은 초선 의원 만들려면 놀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처럼 공식적인 커리큘럼은 없지만 정치 새내기를 위하는 선배의 마음은 더불어민주당도 별반 다르지 않다. 더민주 초선 당선자 57명은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손글씨로 작성된 편지를 받았다. 발신인은 국회부의장 출신의 5선 박병석 의원이었다.
그 안에는 “의원 배지를 항상 착용하라”, “상임위 등 회의장에 들어갈 때는 정장을 입고 상의를 벗지 말라” 등 의정 생활에 대한 세세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 보좌진 구성과 상임위 선택 방법, 의원연구단체 가입 시 주의사항 등 실무적인 부분도 포함돼 있었다. 박 의원은 초선들이 겪을 시행착오를 덜어주고자 지난 19대 국회 때도 같은 당 초선들에게 편지를 보낸 바 있다.
박경미 더민주 비례대표 당선인은 편지에 대해 “평소 궁금했던 세세한 부분까지 자세히 알려주셨다. 제 나름의 전문성은 갖췄지만 국정감사라든지 의정 활동에는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선배 의원의 노하우가 정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9대 때 아쉬웠던 부분을 20대 초선들에게 알려주려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초선 의원들이 모임을 만들어 당내 개혁과 혁신에 목소리를 내왔다. 16대 ‘미래연대’, 17대 ‘새정치 수요모임’, 18대 ‘민본21’ 소속 의원들이 그랬다. 20대 국회를 앞두고선 김성태 비례대표 당선인이 그 명맥을 이어 주도적으로 ‘공부모임’을 이끌어갈 계획이다.
4월 27일 새누리당 비례대표 당선인들은 첫 조찬 모임을 갖고 매주 ‘공부모임’을 정례화하기로 했다. 이날 당선인들은 국회 조직, 국회도서관 이용 등 의정활동에 필요한 사항을 숙지했다. 김 당선인은 이날 “의정활동을 처음 하는 초선 비례대표의 전문성을 최상으로 발휘하기 위함”이라고 모임의 취지를 설명했다.
지역구 초선의원들도 20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면 움직임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민경욱 새누리당 당선인은 “아직 모임에 관해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면서도 “누가 주도할지는 알 수 없지만, 초선들끼리 자생적으로 만나 모임을 가지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인턴기자 ksang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