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과정 조폭들이 ‘해결사’ 역할 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와 주변 인사 등의 전언을 종합하면 2007년 무렵 정 대표는 ‘더페이스샵’으로 승승장구하며 유명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내세운 상황이었다. 그 무렵 정 대표는 해당 모델을 일본에서 진행된 프로모션 행사에 참석시키려 했는데 이 과정에서 일본 업체와 갈등이 생겼다고 한다. 이때 갈등을 조정해 준 인물은 바로 범서방파 2인자 이 아무개 전 회장으로 알려졌다. 이 전 회장은 2008년 서울 강남에서 150여 개 객실을 갖춘 고급 호텔을 건설하기도 했는데 이 과정에서 그는 정 대표에게 30억여 원의 돈을 빌리기도 했다. 두 사람이 ‘공생 관계’라는 사실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브로커 이 씨는 이 전 회장이 운영하는 호텔의 이사로 재직했다고 한다. 하지만 해당 호텔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이 씨는 정식 임원으로 등재돼 있지는 않았다. 결국 이름만 걸어 놓고 갖가지 일을 봐주는 브로커 역할을 계속했을 공산이 크다. 이 전 회장과 정 대표 간의 친분을 브로커 이 씨가 오고가며 공고히 유지해줬다는 전언도 있다.
이 씨는 특히 사업 과정에서 범서방파의 도움을 상당히 받았다고 한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범서방파 계열인 광주송정리파가 이 씨의 ‘해결사’ 역할을 해줬다는 증언이 많다. 한때 이 씨는 지하철 사업에도 관여했었는데 사업이 틀어지자 광주송정리파를 동원해 반대파를 숙청하려 했다는 전언도 있다. 사안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지하철 개발 사업을 하려다 결국 실패하자 광주송정리파에 10억 원을 주고 해결을 요구했다는 얘기가 있다. 하지만 금액 부분이 맞지 않아 결국 실패로 돌아간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광주송정리파는 정운호 대표에게도 결코 낯선 이름이 아니다. 정 대표는 광주송정리파 행동대장 출신인 이 아무개 씨에게 원정도박을 알선 받은 바 있다. 브로커 이 씨와 정 대표 그 사이에 있는 범서방파 계열 조직폭력배의 커넥션 의혹이 더욱 짙어지는 대목이다.
이밖에도 연예계 인맥이 폭 넓은 브로커 이 씨가 정 대표에게 여러 연예계 관계자를 소개시켜 줬다는 소문도 있다. 강남에 유명한 텐프로 요정이 정 대표와 이 씨, 연예계 관계자 및 재계 인사들의 모임 장소가 됐다는 것이다. 화장품 업계 한 관계자는 “정 대표는 학맥, 인맥 등의 기반이 취약해 사실 ‘브로커 인맥‘에 많이 의지했다. 이 과정에서 이 씨가 정 대표의 인맥을 넓히는 데 핵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