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도 전에 김칫국 여럿 먹네
▲ LA갤럭시 소속으로 방한하는 데이비드 베컴을 둘러싸고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오른쪽은 아내 빅토리아. 로이터/뉴시스 | ||
문제의 핵심은 베컴의 방한이 ‘개인 자격’이냐 ‘팀 차원’이냐에 달려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방한은 공식적으로 후자다. LA갤럭시 초청경기를 주관하고 있는 세마스포츠마케팅(세마)의 이성환 대표는 20일 “베컴의 방한과 관련한 많은 보도와 확인전화를 받으면서 개인적으로도 놀랐다. 확실한 것은 베컴은 세마와 타이틀스폰서인 모토로라, 그리고 스포츠매니지먼트업체인 IMG를 통한 LA갤럭시의 방한경기에 한 명의 선수로 참가한다는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세마의 김길정 대리는 “2007년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방한과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클럽팀의 초청료는 보통 100만~150만 달러선이다. LA갤럭시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베컴은 LA갤럭시 선수 중 한 명의 자격으로 한국 땅을 밟는 것이다. 물론 팀의 간판스타인 만큼 사인회, 자선경매 등의 이벤트에 참석하지만 오히려 LA갤럭시 측은 베컴만 부각되는 것을 꺼려한다고 한다. 베컴은 26일 오전(대한항공), 오후(UA)로 나눠 입국하는 LA갤럭시 선수들 가운데 섞여 입국할 예정이다. LA갤럭시의 방한 세부일정을 책임지고 있는 세마는 “(베컴이) 당연히 전세기로 오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SBS는 보도자료를 내고 베컴이 방한 중 SBS의 예능프로그램인 <라인업>에 출연해 축구기량 소개, 유소년 축구꿈나무를 대상으로 한 클리닉, 나아가 특별 자선기금 마련 행사를 펼친다고 대대적으로 알렸다. 하지만 이는 최근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오히려 SBS가 아닌 MBC의 <무한도전>에 출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SBS 관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왜 이런 오해가 발생했을까. 베컴은 ‘19엔터테인먼트’라는 개인 매니지먼트회사를 갖고 있다. LA갤럭시의 방한이 알려지면서 국내의 한 공연전시기획사인 A 사가 19 측에 접촉, 방한 중 개인 일정에 관련해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SBS <라인업> 출연 등이 확정된 것으로 보도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SBS는 계약서까지 확인했다고 하지만 A 사와 19 측을 잇는 연결고리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오히려 LA갤럭시와 19 측에서 A 사에 베컴과 관련된 한국내 보도와 관련해 항의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A 사는 곤경에 처했고, 외부와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방송계 생리상 스포츠스타의 TV프로그램 출연은 방한 이벤트의 중계방송권을 가진 방송사가 그 권리를 행사하기 마련이다. 이번 친선경기는 MBC가 중계를 맡았으며 이에 따라 MBC의 오락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 출연할 가능성이 높다.
베컴의 방한은 그가 25일 대통령취임식에 참석한다고 알려지면서 또 한 번 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이것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일단 베컴은 26일 입국하기 때문에 취임식 참석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혼선은 정치권 즉 인수위의 깔끔하지 못한 업무처리 때문에 발생했다. 취임식을 준비하는 인수위 측은 베컴의 방한 소식을 접한 후 대한축구협회에 ‘베컴 초청’에 대해 문의했다. 이에 대한축구협회는 영국축구협회에 연락을 했고, 영국축구협회를 통해 19엔터테인먼트와 접촉했다. 19엔터테인먼트는 LA갤럭시와 일정 등을 놓고 베컴의 취임식 참석 여부를 검토했는데 이 과정에서 보도가 나간 것이다. 하지만 세부 일정이 맞지 않아 최종적으로 ‘어렵다’는 결정이 통보됐다.
베컴의 취임식 참석이 ‘김칫국을 마신 셈’이라면 이명박 대통령의 친선경기 참관 무산은 아쉬운 ‘비화’에 해당한다. 2월 중순 당선인 비서실 측은 세마 측에 행사개요를 보내달라고 급히 요청했고 세마는 신임 대통령이 경기장에 나온다면 흥행에 더없이 도움이 되는 까닭에 이를 적극 추진했다. 하지만 이명박 당선인이 취임식 후 상당기간 동안 외국의 방한 귀빈들과의 일정이 잡혀 있어 직접 경기장을 찾을 수 없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이번 방한에 베컴의 아내인 세계적인 팝스타 빅토리아가 세 아이를 대동하고 온다는 보도도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아직도 베일에 감춰져 있다.
이성환 대표는 “빅토리아 문제는 개인적인 것으로 공식 일정과는 상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단 베컴이 해외경기라 하더라도 개인경호팀을 별도로 운영하며 이번 방한 때 공식숙소인 롯데호텔(소공동)에 40여 개에 달하는 객실을 별도로 예약 및 결제한 것이 변수다. 이 공간에서 경호팀은 물론, 빅토리아 등 베컴의 가족이 묵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빅토리아는 방한을 하더라도 개인적으로, 또 비공식적 행보를 취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