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결혼·600블록, 트리플 더블 ‘콕’
▲ 김주성 선수가 헬스 트레이닝 중 장난스럽게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대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정지원(정): 기자회견을 통해서 갑작스럽게 결혼 발표를 했네요. 먼저 축하드립니다. 사실 <일요신문>에서 미리 알고 있으면서도 전창진 감독과의 약속 때문에 기사화하지 못했다는 거 아세요?
김주성(김): 어이쿠, 감사합니다. 결혼 소식은 공식 발표를 통해 알려지길 바랐어요. (기자회견이) 솔직히 좀 쑥스러웠어요. 여자 친구도 원하지 않았고. 그런데 전창진 감독님께서 직접 아이디어와 함께 모든 걸 준비해주셨어요.
정: 이번 결혼 기자회견의 과정을 들어보니 전창진 감독의 ‘김주성 애정’이 각별한가 봐요?
김: 사람들은 경기장에서의 모습만 볼 수 있기 때문에 감독님을 한성질 하는 분이라고 보더라고요. 하지만 제게는 너무나 따뜻하고 다정한 분입니다. 선수들을 안아주는 포용력도 대단하세요. 감독과 선수의 관계지만 제 고민을 털어놓고 의논할 수 있는 분이죠. 코트 밖에서는 남자 대 남자 또는 형 대 동생으로 관계할 수 있는 분이에요.
정: 피앙세와는 언제부터 교제했나요?
김: 대학(중앙대) 4학년 때 지인의 소개로 만났고 당시 그녀는 유학생이었는데 잠깐 국내에 들어와 있던 상황이었죠.
정: 예비신부의 첫 인상이 어땠어요?
김: 그냥 예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제가 원래 얼굴이 동그란 스타일을 좋아하거든요. 겨울에 처음 봤을 때 얼굴도 둥글고 머리도 작아서 괜찮구나 싶었죠. 나중에 여름에 만났을 때는 너무나 마른 체격이라 좀 놀랐어요. 체격이 있는 줄 알았거든요. 키는 170cm 정도로 여성으로선 조금 큰 편인 것 같아요. 성격은 낯을 가리고 조용한 편이고요.
정: 기자회견에서 박지선 씨가 김주성 선수의 큰 키 때문에 처음엔 좀 창피했다고 하던데요?
김: 누가 봐도 큰 제 키가 상대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녀를 이해했죠. 그래서 저는 “자주 보면 괜찮아진다”고 위로했어요(웃음). 처음에는 애인보다는 친구로 지내자고 했죠. 만약 처음부터 애인관계를 고집했다면 지금까지 오지도 못 했을 거예요.
정: 예비 신부가 ‘핫 요가’ 사업을 준비한다고 들었는데 어느 정도 진행이 됐나요?
김: (웃음) 사실 본격적인 사업은 아니고요. 부모님이 며느리가 일하는 데 대해 반대하시는 입장이세요. 하지만 여자가 하루 종일 집안에만 있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절대로 예비신부에게 돈 벌어오라는 차원은 아니에요.
정: 부모님과 함께 찍은 광고가 훈훈한 느낌을 줘 아주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김: 마지막에 제가 나오는 장면이 하이라이트라고 들어서 그 부분을 찍을 때 가장 힘들고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이라고들 하더라고요. 하지만 예상외로 단번에 OK 사인이 났어요. 제가 연기력이 좋아서 일찍 끝난 게 아니라 빨리 빨리 끝내고 싶어서 한 번에 하려고 집중하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정: 어린 시절 자라온 환경이 넉넉하진 않았죠?
김: 어른들이 주성이는 ‘철든 아이’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가령 학용품을 살 때 1만 원짜리와 2만 원짜리가 있다면 저는 무조건 1만 원짜리를 선택했었고 그것조차 말 꺼내기가 힘들었어요. 우리 집 어려운 형편을 너무 잘 알았으니까요. 부모님도 아프셨고 해서 제 스스로를 엄격하게 통제했던 것 같아요.
정: 지금 김주성 선수는 ‘독보적’인 토종 센터로 인정받고 있는데 내년에 하승진이 들어오면 어떻게 될까요?
김: 대표팀에서 같이 훈련해봤는데 기량이 많이 향상됐어요. 저보다 승진이가 더 낫죠. 농구는 ‘키가 실력의 반’이거든요. 하지만 내년에 우리는 윤호영이 합류하기 때문에 큰 걱정은 안 해요. 농구는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잖아요. 승진이는 링에 너무 가깝기 때문에 블록하기가 어려운 선수지만 협력수비와 트랜지션 등 승진이에 대한 대비책이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정: 지난 2월에 600블록을 달성했는데 현역시절 동안의 목표가 있다면요?
김: 기록을 세우기 위해 블록을 하는 것은 아니에요. 기록에는 별로 욕심이 없어요. 이기기 위해서 하다 보니 저절로 기록이 나오죠. 만일 제가 욕심을 부리게 된다면 블록이 아니라 파울만 자주 나올 거예요.
205cm라는 신장에도 불구하고 보통 선수들과 다름없이 뛸 수 있는 능력 때문에 ‘높이와 스피드’를 다 갖춘 김주성이 돋보인다. 그러나 필자가 더 높이 평가하는 대목은 김주성의 겸손한 품성과 팀을 위한 정신이다. 팀을 이끄는 리더십이나 자신의 위치를 팀 차원에서 구현하려고 하는 마인드가 대단해 보인다. 김주성이 그려가는 새로운 연봉 킹의 형상을 보면서 제2의 김주성이 우리 농구계에 더 많이 탄생할 날을 기대해 본다.
CJ미디어 아나운서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