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과 삐걱 선수생활 삐끗
전은회는 배문고 시절 황영조의 고등부 장거리 최고기록을 경신하는 등 한국 육상에서 이견이 없는 최고 유망주다. 2006년 고교 3학년 때 삼성전자, 코오롱 등 국내 정상의 실업팀으로부터 무려 2~3억 원대의 스카우트비를 제시받을 정도였다. 대학 최고의 육상팀을 보유한 건국대는 수영에 박태환, 빙상에 김연아가 있다면 육상에는 전은회가 있다며 공을 들였다. 배문고 선배이기도 한 황규훈 감독이 개인대출까지 받으며 어렵게 실업팀을 따돌리고 영입했다. 그런데 2007년 건국대에 입학한 후 지난 여름까지 무려 3번이나 팀을 무단이탈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2007 하계U대회(태국 방콕)까지 불참하는 등 끊이지 않고 문제가 불거졌다.
2월 건국대의 제주도 전지훈련 중 또 다시 팀을 무단이탈한 전은회는 현재 서울 할머니집에 머무르면서 카페 아르바이트 등으로 용돈벌이를 하고 있다. 2달이 다 되도록 운동은 접은 상태다. 전은회는 27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더 이상 건국대에서 운동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유에 대해서는 “일단 내 잘못이 크다. 황규훈 감독님과 유영훈 코치님에게는 정말 죄송하다. 하지만 선배들과의 관계 등 문제가 많았다”고만 설명했다. 실업팀 등에서 다시 운동을 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지금 같은 상황(육상계에서 크게 욕을 먹고 있음을 의미)에서 나를 받아줄 실업팀이 있을지 모르겠다. 군대도 가야하고…, 솔직히 현재는 다소 어렵게 살더라도 운동 대신 다른 일을 하고 싶다”며 은퇴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아버지 전봉기 씨는 “선수가 4번이나 팀을 이탈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내 아들의 잘못이 크다. 하지만 부모로서 너무 안타깝다. 은회가 건국대에서 큰 상처를 받은 것 같다. 선수생활을 계속할 수 있도록 은회를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학교 측의 반응은 거의 ‘분노’에 가까웠다. 황규훈 감독은 “정말이지 내 친아들 이상으로 정성을 다했다. 선수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겠다. 하지만 아무리 최고의 자질을 갖췄다고 해도 이런 식이라면 기본적으로 선수가 될 수 없다. 이제는 육상인들도 다 알고 있다. 선수 및 아버지가 대오각성해야만 운동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자퇴 문제에 대해서는 “선수 본인이 다니기 싫다면 그만인 것 아닌가? 이미 학교당국도 포기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가장 중요한 이적동의서 발급은 “먼저 잘못을 한 선수 측에서 직접 찾아와 진정으로 사과하고, 읍소해도 동의할까 말까다. 마찰을 빚어가면서 밖에서 자퇴 요구만 하면 될 일이 아니지 않은가”라고 분개했다. 대한체육회 규정상 이적을 원하는 선수는 전 소속팀의 이적동의서를 받아야 등록선수로 활약할 수 있다. 이적동의가 없을 경우 2년간 무자격 선수가 된다.
대한육상경기연맹 전무를 맡고 있는 황규훈 감독은 전은회의 행태에 개탄을 하면서도 “자질이야 누가 뭐래도 최고다. 인간적으로는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나지만 선수가 일단 정신을 차린다면 운동을 계속할 수 있어야 되지 않겠느냐”며 여운을 남겼다. 어차피 건국대에서 운동을 계속하는 것은 어려워진 만큼 향후 사과를 받는 등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면 이적동의서를 발급해 전은회가 실업팀에서 운동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뜻이다. 이에 삼성전자, 코오롱, 대우자판 등 3대 실업팀과 시군청팀들이 전은회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기본 훈련만 해도 5000m와 1만m에서는 당장 국내 최정상이고, 2~3년 성실히 훈련하면 마라톤에서 이봉주의 대를 이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몇몇 실업팀들이 건국대의 눈치를 보면서도 물밑에서 치열한 스카우트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유병철 스포츠 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