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이면 불패! 짐 싸긴 왜 싸?
▲ 4월 30일(한국시각) 바르셀로나와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맨유의 폴 스콜스가 박지성을 비롯한 팀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
맨유를 떠나라고?
지난 5월 1일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 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번 지성이에게 맨유를 떠나서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기사를 썼던 분은 최소한 반성문이라도 써야 한다”면서 “몇 게임 출전 못하고 벤치에 앉아 있다고 해서 9개월여 간의 공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팀을 떠나라 운운한다는 건 선수에 대한 배려가 아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씨는 이어서 “영국 언론은 선수에 대한 평가가 굉장히 객관적이다. 그래서 설령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니더라도 맞는 부분이 있을 땐 수긍하고 받아들인다. 그런데 한국 언론은 사실 확인 없이 무조건 쓰고 보자는 식의 기사가 나올 때가 있다”며 서운한 감정을 토로했다. 박 씨가 이런 말을 한 배경에는 최근 한 스포츠 신문을 통해 연달아 나온 ‘박지성 열애설’과 ‘박지성 빌딩’ 관련 기사 때문이기도 했다.
퍼거슨 감독과 문제없다!
경기 출전 여부, 성적의 높낮이에 따라 박지성을 다른 팀으로 보낸다느니, 퍼거슨 감독의 눈 밖에 났다느니 하는 기사가 나온다. 이에 대해 박 씨는 “지성이랑 퍼거슨 감독이랑은 전생에 무슨 인연이 있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서로가 서로를 무척 좋아한다”면서 “지성이가 벤치에 머물다 관중석에 앉아 있게 되더라도 감독을 원망한 적이 없다. 선수의 심리를 정확히 꿰뚫는 사람이라 선수 입장에선 감독의 판단을 믿고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27일(한국시간)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놓고 다투는 첼시와의 정규리그에서 박지성은 결장했다.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을 앞둔 상태라 박지성의 결장은 다양한 해석을 가능케 했다.
“그때 지성이 몸 상태가 굉장히 좋았다. 그런데도 안 내보내줬다. 얼마나 몸이 근질근질했겠나. 감독은 그걸 이용한 것 같다. 지성이가 바르셀로나전에서 90분을 소화하면서도 좋은 모습을 보인 건 그런 감독의 심리전이 제대로 먹혀들어갔다고 할 수 있다.”
▲ 첼시전을 마친 후 정리운동을 하다 몸싸움이 붙은 동료 선수 에브라를 말리고 있는 박지성. 로이터/뉴시스 | ||
지난 4월 27일 첼시전이 끝난 후 에브라를 비롯한 몇몇 맨유 선수들은 첼시 홈구장 관리인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이때 옆에서 회복훈련을 하던 박지성이 에브라와 구장 관리인들과 몸싸움이 일어나는 걸 목격하고 달려가서 말리는 장면이 공개됐다. 이에 대해 박 씨는 “지성이는 단순히 싸움을 말렸을 뿐”이라며 “의도했던 부분은 아니지만 그 일이 선수들과 더 끈끈한 유대감을 느끼게 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가끔 지성이에게 이런 말을 할 때가 있다. 심판이 이상하게 판정을 내리면 참지만 말고 항의도 하라고. 하지만 지성이는 선수가 흥분하면 경기를 망친다면서 판정은 심판이 하는 것이고 어필한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냥 받아들이고 경기에 집중하는 게 더 낫다고 얘기하더라. 언뜻 보기엔 소심하고 무덤덤한 것 같지만 길게 보면 지성이 생각이 옳은 것 같다.”
긱스가 살아야 한다?
흔히 축구팬들은 라이언 긱스가 부진해야 박지성이 주전으로 뛸 기회가 많아진다고 생각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박지성은 좀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 박성종 씨는 “지성이는 긱스에 대해 노장, 나이 운운하는 기사를 접할 때마다 이렇게 말했다. ‘나도 언젠가는 긱스처럼 될 것이다. 5년 전만 해도 긱스는 축구장에서 날아 다녔다. 모든 게 세월 때문이다. 나도 경기를 못하면 욕을 먹는 것처럼 세월이 흐르면 긱스처럼 노장 취급당하며 잊혀 갈 것’이라며 긱스에 대해 폄하하는 기사를 접할 때마다 마음 아파했다”고 설명했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