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갈매기~♬’ 날면 우리도 힘 ‘불끈’
▲ 롯데 자이언츠의 사직구장 관중석 모습. | ||
프런트는 ‘프런트 오피스(front office)’라는 용어에서 나온 말로 구단의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사람)을 가리킨다. 일부 팬들이 보는 시각과는 달리 선수단과 프런트는 상당히 유기적인 호흡을 맞추지 않고서는 시즌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나가기 어렵다. 구단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프런트는 홍보팀, 마케팅팀, 운영팀, 관리팀의 부서를 두며 전력분석원, 기록원, 통역, 스카우터, 차량기사 등을 포함한다.
◆성적 좋으면 ‘일복’ 터져
프런트의 업무량은 구단의 성적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4월 말 잠시 주춤하며 1위 SK와 승차가 벌어지긴 했지만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으로 초반 2위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 프런트는 8개 구단 중에서도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너무 바쁘다’며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는 롯데 홍보팀 서정근 팀장은 하루에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롯데의 상승세와 신임 로이스터 감독의 뉴스 가치가 맞아떨어지면서 연일 언론사의 인터뷰 제의와 취재 문의가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프런트 분위기에 대해 서 팀장은 “지난해에 비해 성적이 좋아서 그런지 매일 1건 이상 감독 인터뷰 요청이 들어온다”면서 “어디는 해 주고 어디는 안 해 줄 수는 없다 보니 교통 정리하는 것도 일이지만 감독 입장에서도 매번 비슷한 질문에 답하는 게 쉽진 않을 것”이라며 인기 관리(?)의 어려움을 은근히 자랑했다.
홍보팀은 기자들을 주로 상대하는 탓에 그들의 발품에 따라 언론의 노출 빈도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보도자료가 있는 날이면 새벽부터 준비하기 바쁘며 각종 미디어의 스크랩은 가장 기본적인 업무에 속한다.
또한 중계방송이 잡힌 날에는 인터뷰를 연결해줘야 하고 시합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기자실에 틈틈이 들러 가십기사를 전달하기도 한다. 물론 이것이 끝이 아니다. 시합이 끝나고 나서 가끔 기자들과 술 한잔하는 뒤풀이 시간을 갖는 것도 홍보팀의 고유한(?) 업무 중 하나다. 이렇다 보니 가정에서 가장의 점수는 항상 낙제점이라고.
서 팀장은 “원정경기와 해외전지훈련까지 선수단과 항상 동행하는 탓에 1년 중 절반 이상 출장 가는 셈”이라며 “술 한잔 하고 새벽에 집에 들어가서 조금 늦게 일어나면 애들은 학교나 유치원에 가고 없어 얼굴 보는 것도 쉽지 않다”고 애로사항을 소개했다.
▲ 아래는 경기 시작 전 서정근 팀장과 주장 정수근 선수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감독과 선수 못지않게 ‘팬’을 생각하는 프런트 부서는 바로 마케팅팀이다. 성적이 좋으면 자연스럽게 많은 팬들이 야구장으로 발길을 옮기지만 마케팅팀에서는 이런 성적과는 무관하게 팬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전달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이렇다 보니 마케팅팀은 프런트 내에서도 가장 회의가 많은 조직으로 통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각 구단마다 아이디어 회의의 목적에는 차이가 없지만 분위기는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 롯데의 경우는 8개 구단 중에서도 워낙 충성도 높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어 마케팅 환경에서는 축복받은 케이스다. 롯데 마케팅팀 손성욱 팀장은 “올해를 수익사업의 원년이라고 할 정도로 팬들을 위해 시설확충에 투자했으며 다양한 이벤트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팬들의 성향이 워낙 적극적이라 프런트에서도 아이디어가 나오면 곧장 실행할 수 있는 추진력이 자랑거리”라며 젊은 프런트를 강조했다.
삼성 라이온즈의 경우는 수차례 우승과 함께 프런트의 위상 자체가 바뀌었다. 지난 80~90년대 삼성은 상위권을 유지하면서도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따라서 외부에서 보는 시각과는 달리 그룹 내에서 야구단 프런트는 암암리에 미운 오리새끼 대접을 받았다고. 삼성 홍보팀 홍준학 팀장은 “당시만 해도 프런트는 기가 많이 죽어 있었는데 이후 수차례 우승하며 프런트의 위상이 달라졌다”면서 “선수단과 프런트는 철저하게 분리돼 있어 간섭불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결론은 구단을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라며 삼성만의 문화를 언급했다.
올 시즌 스포테인먼트2.0을 내걸며 ‘행복한 야구장’을 표방하고 나선 SK 와이번스는 다른 구단에 비해 강도 높은 아이디어 회의가 눈길을 끈다. SK 마케팅팀 김재웅 매니저는 “하루 한번 이상 갖는 회의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온다”며 “횟수보다는 수평적 열린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것”을 SK만의 특징으로 꼽았다.
◆야구 애정 없으면 힘들어
각 구단 프런트의 야구사랑은 일반 팬들과 비교해서 전혀 부족함이 없다. 구단에 몸담고 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알고 보면 이들 중 대부분은 이미 학창시절부터 나름 골수팬을 자처하는 인물들이었다.
두산 베어스 마케팅팀 이왕돈 과장 역시 그 인연은 초등학생 시절로 돌아간다. 이 과장은 “당시 OB 베어스의 어린이 회원이었는데 야구모자와 점퍼를 입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면서 “직업으로까지 이어진 이런 추억을 되살려 지금 야구장을 찾는 가족팬을 위해서 감성 마케팅도 많이 펼쳐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구도(球都) 부산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롯데 프런트 직원들 대부분은 구덕과 사직야구장에서 ‘부산갈매기’를 부르며 신문지 응원을 펼친 기억을 갖고 있다. 하지만 팬의 입장에서 프런트 직원으로 신분이 바뀌는 순간 관중석에서 맘 놓고 응원을 즐기던 여유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까지 롯데에 몸담았던 강민철 트레이너(현 GS칼텍스 여자배구단 트레이너코치)는 “한때 관중석에서 춤까지 준 가락이 있는 팬이었지만 프런트에 소속이 되면서부터 더그아웃에서 점잖게(?) 경기를 지켜보는 게 어려울 때도 있었다”면서 “지난 잠실경기에서는 관중석에서 오징어와 맥주를 곁들이며 몇 년 만에 롯데를 제대로 응원(?)했다”며 변치 않는 야구 사랑을 과시하기도 했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