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쏙쏙’ 방망이도 ‘씽씽’ 감 잡았어!
▲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민훈기(민): 8번이면서 핵심타자라는 말을 들을 때 어떤 느낌이 드나.
나주환(나): 지금 방망이 감이 아주 좋아서 타순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수비 위주의 야구를 했는데 올해는 초반부터 방망이가 잘 맞고 있다. 그러나 항상 시합할 때는 방망이를 잘 쳐야지 하는 생각보다 수비만큼은 에러하지 말자는 식으로 임하는데 수비가 잘 되다 보니까 방망이까지 잘 맞는 것 같다. 8번은 부담도 없고 타순도 많이 안 돌아온다. 하루에 안타 하나만 쳐도 본전이라고 생각한다.
민: 지난해에 비해 무엇이 달라진 건가.
나: 5년 동안 야구를 하면서도 내 스윙이 없었다. 폼도 자주 바꾸고 늘 짧게만 치려고 했다. 그런데 지난 겨울 처음 SK 캠프에서 많은 훈련을 거치며 비로소 내 스윙을 할 수 있었다. 스윙이 안정되니까 안타도 나오고…. 서서히 자신감이 생기더라. 하체를 이용하는 법과 밀어치는 법 등을 배웠다. 투수와의 수싸움도 늘어난 것 같다,
민: 방문 손잡이를 잡기 힘들 정도로 고된 훈련을 소화했다고 들었다.
나: 아침 8시부터 밤 9시까지 훈련을 했다. 프로 데뷔 후 5년간 스프링캠프에서 훈련했던 것보다 SK에서 두 달가량 훈련했던 것이 더 많다고 느낄 정도였다. 오죽하면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을까(웃음).
민: 얼마나 업그레이드가 된 건가.
나: 전에는 수비는 좋은데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적극적으로 대시하고 한발이라도 공에 가깝게 가서 혹시 놓쳐도 여유있게 던지려고 한다. 그리고 사이드암으로 던지는 법도 배우고 많이 변했다.
민: 부정수비(수비를 할 때 의도적으로 왼발을 베이스 앞에 놓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받았다) 문제가 불거졌을 때 중심에 있었는데.
나: 부정 수비는 말이 안 된다. 내야수는 보통 베이스 위에서 수비를 하고 공이 빗나가거나 원바운드로 오거나 할 때는 잡아야 한다. 포구를 하는 과정에서 그럴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공이 날아오고 주자가 달려오는 몇 초 안되는 짧은 순간에 일부러 그럴 수 없다고 본다. 그런 것 때문에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민: 관련 사진들도 여러 장 나왔다. 훈련을 통해 배운 것 아닌가 하는 의혹도 있는데.
▲ 앳된 모습이지만 최근 경기에서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는 SK 와이번스의 나주환. | ||
민: 그때 다친 무릎이 아직 불편하다는데.
나: 아침마다 치료를 받고 게임을 할 때는 테이핑한다. 게임이 끝나면 아이싱하고 치료한다. 한 시즌 동안 야구를 하다보면 잔부상은 늘 있다. 올해 같은 기회가 쉽지 않고 또 잘하고 있어서 가급적이면 뛰고 싶다. 우리 팀은 잘하는 선수들이 많아서 (안 나가면) 언제 자리를 빼앗길지 몰라 불안하기도 하다.
민: 두산에 있을 때 SK 킬러였다. 그래서 트레이드됐다는 말도 있었는데(웃음).
나: 그런 말도 있긴 있었다(웃음). 그 때 조웅천 선배님 공을 잘 쳤는데 요즘도 ‘선배님이 배팅볼 던져주시고 하면 오늘 안타 두 개는 칠 수 있겠다’고 농담을 하기도 한다.
민: 포수를 본 적도 있던데.
나: 스미스가 던질 때 포수로 나선 적이 있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는데 처음에 내 사인도 안보고 마음대로 던지더라. 그런데 내가 도루 잡고 나니까 그때부터는 내 사인을 보고 던지더라(웃음).
민: 그때 도루를 잡은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나: 정근우 선배를 잡았다. 지금도 형은 “너한테 잡혔으니 도루 생애에 오점이 생겼다”고 농담을 하곤 한다.
민: 유난히 까다로운 투수 혹은 자신 있는 투수는.
나: 친하게 지내는 심수창 형한테 강한 편이고 의외로 손민한 선배한테도 타율이 좋다. 예전에 천안에서 야구를 해서 그런지 대전에 가면 타율이 좋다. (전)병두 공도 잘 쳤는데 이제 우리 팀에 왔으니 올해 안타 몇 개는 까먹었다(웃음). 반대로 봉중근 선배 공은 타이밍 맞추기가 쉽지 않고 최영필 선배 공도 까다롭다.
민: SK 야구는 재미없다는 얘기도 있는데.
나: 진짜 이 팀은 강하다고 느낀다. 절대 쉽게 지지 않는다. 6, 7회에 5점 6점 차이가 나면 대개 졌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9회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한다. 그 결과 경기를 뒤집기도 하고 최소한 상대 마무리는 불러낸다. 자연히 다음날 경기는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한 상황이 된다. 일단은 스포츠니까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민: 올해 목표가 있다면.
나: 일단은 팀 우승이 목표이고 개인적으로는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
메이저리그 야구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