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진 팔과 함께 ‘자신감’ 완벽 재활
▲ (왼쪽부터) 선동열 감독, 김응용 사장, 김성근 감독.연합뉴스 | ||
지난해 말, 임창용이 야쿠르트와 계약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만 해도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국내에서도 잘 안 통했는데 일본에 가서 성적이 나겠나” “1년 정도 해보다가 결국 한국으로 돌아오겠지” 같은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임창용은 개막 후 신바람 세이브 행진을 펼치며 단숨에 상황을 역전시켰다. 5월 21일 현재 17경기에 등판해 13세이브를 거뒀고, 방어율은 0.53. 그야말로 ‘철벽투’를 선보이고 있으니 팬들은 이제 그를 또다시 ‘창용불패’라 칭하며 박수를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 과거 임창용을 데리고 있었던 은사들이 임창용의 활약을 뿌듯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여러 스승을 모셨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해태와 삼성 시절의 은사인 김응용 삼성 라이온즈 사장, 선동열 감독, 그리고 SK 김성근 감독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이들로부터 2008년의 임창용이 어떤 모습인지, 그리고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선동열 감독 - “즐겁게 야구하는 게 보인다 보여”
삼성 선동열 감독은 임창용과 가장 먼저 인연이 있었던 인물. 그러나 스쳐지나간 기억일 뿐이었다. 95년 임창용이 해태에서 데뷔했을 때 선 감독과 1년간 한솥밥을 먹었다. 선 감독은 96년 일본 주니치로 옮겨갔으니 선수로서 만난 기간은 굉장히 짧았다. 당시 임창용이 어떤 투수였냐고 선 감독에게 질문했다. 선 감독은 웃으며 “솔직히 95년에 창용이가 어땠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하긴, 만 열아홉 살의 임창용이 만 서른두 살의 역대 최고 스타플레이어에게 말이라도 쉽게 붙일 수 있었겠는가.
이후 별다른 인연이 없었던 둘은 2003년 말 다시 만났다. 선 감독은 2003년 시즌이 끝난 뒤 KBO 홍보위원직에서 물러난 뒤 삼성 수석코치가 됐다. 1년 뒤 선 감독이 사령탑으로 승격됐는데 결국 수석코치 시절을 포함해 2004년부터 2007년까지 4년간 임창용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선 감독과 함께했던 시절의 임창용은 그리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2004년에 마무리투수로서 36세이브를 올린 임창용은 2005년에 5승8패, 방어율 6.50으로 부진을 보인 끝에 그해 가을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다. 재활을 마친 뒤 2006년에는 시즌 막판, 단 한 경기에만 출전했을 뿐이고 2007년에도 5승7패, 방어율 4.90으로 부진했다.
“임창용이 일본에 가서 부쩍 좋아진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선 감독은 우선 “팔꿈치 수술이란 게 본래 2년 넘게 재활이 필요한 것이다. 지난 2년간 임창용이 안 좋았던 건 결국 수술 후유증 때문인데 이젠 완전히 벗어난 것 같다. 그래서 좋아보인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보다 구체적인 설명도 덧붙여졌다. 선 감독은 “일단 투구폼이 간결해졌다. 아프지 않으니까 그러면서 일본 야구에 대해 굉장히 흥미를 느끼다보니 즐겁게 야구한다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응용 사장 - “아는 사람 없으니 운동만 하고 좋잖아”
삼성 김응용 사장이야말로 임창용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파악하고 있는 지도자라고 볼 수 있다. 2000년까지 해태 감독을 맡다가 2001년부터 삼성 사령탑으로 옮겨온 김응용 사장은 임창용의 데뷔 초기에 그를 마무리투수로 키워낸 감독이기도 하다. 95년부터 98년까지 4년간은 해태에서, 2001년부터 7년간은 삼성에서 임창용의 성장 과정을 지켜봤다. 특히 김 사장과 임창용은 몇 차례 불협화음으로도 유명했다.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에서 임창용이 김 감독에게 ‘항명 사건’을 일으킨 적이 있으며, 삼성에서도 이른 투수 교체 타이밍에 불만을 품은 임창용이 마운드 위에서 로진백을 걷어차고 덕아웃으로 돌아가다 글러브를 집어던진 사건도 있었다. 그때마다 결국 임창용이 김응용 사장을 찾아가 백배 사죄하는 형식으로 큰 후유증 없이 사건이 마무리되곤 했다.
대구에서 만난 김응용 사장은 올시즌 임창용의 호투 비결과 관련해 “본래 1이닝씩 씩씩하게 잘 던졌던 투수”라고 얘기하면서 “팔꿈치 수술 후 재활까지 마치면서 강속구를 되찾은 것 같다”고 언급했다. 임창용이 한때 선발로 보직을 바꿨을 때는 직구 스피드가 떨어졌지만 지금은 마무리 전담이라 그럴 염려가 없다는 해석까지 곁들였다. 김 사장은 한편으로는 “일본에서 생활 습관이 건실해졌을 것이다. 주변에 아는 사람이 없으니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라 여러모로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성근 감독 - “원래 그 정도는 했던 투수였다”
지난 2월 말, 야쿠르트가 일본 오키나와의 우라소에 지역에 전훈캠프를 차렸을 때의 일이다. 임창용은 에이전트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러 나하공항 근처의 번화가로 나갔다가 우연찮게도 SK 김성근 감독과 마주쳤다. SK 역시 오키나와에 전훈캠프를 차렸다. 뜻밖의 만남에 임창용은 방긋 웃으며 “감독님, 안녕하셨습니까”라며 인사했다. 평소 ‘야구 중독자’란 얘기까지 듣는 김성근 감독의 답변은 다소 썰렁했다. “너, 밤 늦게 놀러 다니지 말고 열심히 훈련해라.”
김성근 감독은 임창용과 한 팀에서 1군 감독과 선수의 관계로 만난 적은 없다. 대신 지난 2000년에 삼성에서 2군 감독을 맡고 있을 때 삼성에 있던 임창용과 인연을 맺었다. 올시즌을 앞두고 대부분 국내 지도자들이 임창용의 활약 여부에 물음표를 던졌을 때에도 김성근 감독은 “창용이와 야쿠르트의 올시즌 성적이 기대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근에도 김성근 감독은 직접 임창용에게 국제전화를 걸어 “몸관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내용의 격려 메시지를 전했다. 근본적으로 김성근 감독은 임창용이 올해 갑자기 좋아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본래 그 정도 능력이 있는 투수였고, 실력만큼 하는 것”이라는 평가를 내리곤 한다. 어찌 보면 지금의 활약이 임창용의 실력에 걸맞은 당연한 결과라는 얘기인 셈이다.
김남형 스포츠조선 야구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