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300억원 전기검침 용역 불공정 계약 논란
-감사원 기관운영감사 결과…자회사·퇴직자 업체 등에 ‘밀어주기’ 사업 논란
<편집자주> ‘신의 직장’ 논란을 빚는 공기업의 방만 경영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됐다. 가장 대표적인 사안이 일감몰아주기, 방만경영, 비리직원 감싸기 등이다. 정부는 비판 여론을 의식, 공기업 개혁 차원에서 관련 대책을 내놨지만 현장에선 ‘눈 가리고 아웅’식의 편법 대응이 판을 쳤다. 한국전력공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자체와 언론은 한전이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에 이전하면서 에너지밸리 조성 등 지역사회 발전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연이어 드러나는 한전의 ‘민낯’에 공정성장과 윤리경영을 바라는 지역민의 시선은 복잡하다. 장밋빛 청사진 속에 가려진 한전의 속살을 짚어본다.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내 한국전력공사 본사 전경
[나주=일요신문] 정성환 기자 = 한국전력공사가 연간 수천억원대의 전기검침용역을 기존 용역업체들에 유리한 방식인 ‘협상’을 통해 집중 발주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기존 업체에는 한전 자회사, 한전 퇴직자 모임이 설립한 업체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제식구 밀어주기’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감사원이 공개한 한국전력공사 기관운영감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연평균 2천300억원 규모인 전기검침용역을 발주하면서 일반적인 최저가격 경쟁입찰이 아니라 전문성·기술성을 요하는 경우에 적용하는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검침 신규 진입을 시도하는 업체들은 가격평가에서 최고점을 받고도 사업수행계획 등 기술평가 비(非)계량지표에서 기존 업체들에 비해 낮은 점수를 받아 우선협상 대상업체로 선정되지 못하는 등 ‘실질적인 경쟁입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같은 계약방식으로 전환된 2012년 7월 이후 현재까지 체결된 전기검침용역 계약 52건 가운데 전부가 기존에 계약을 진행했던 업체들인 6개사에 돌아간 것으로 파악된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실제로 인천지역본부의 경우 기술평가 시 입참참여 8개 업체 중 사업수행 계획·상호협력 등 주관적 판단여지가 큰 비계량지표에서 최고점을 획득한 A기업(38.9점)과 7위 업체인 B기업(32.9점)의 점수 차는 5.94점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B사는 가격평가에서 최고점을 획득하고도 기술·가격평가를 합산한 최종 순위에서 7위에 그쳐 우선협상 대상에서 탈락했다.
반면에 A사는 가격평가 순위가 4위에 그쳤음에도 비계량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얻어 우선협상 대상 업체로 선정된 후 해당 용역을 수주하기도 했다.
한전이 자회사와 퇴직자 모임에 용역을 밀어주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자회사와 퇴직자 업체 설립이 전기검침 등의 용역을 수주시키기 위한 한전 측의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한 목적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입찰에 성공한 6개 업체에 한전 자회사와 한전 퇴직자 모임이 설립한 업체 등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나 이 같은 불신을 키우고 있다.
특히 한국전력 퇴직자 모임인 ‘전우회’는 111억원을 수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973년부터 수의계약 방식으로 체결하던 전기검침용역 계약이 변경된 것은 2012년 7월 ‘협상에 의한 계약’이 전면 도입되면서부터다.
하지만 이 같은 한전의 입찰이 실질적으로 경쟁입찰을 저해하는 요소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가계약법상 용역게약은 계약이행의 전문성, 기술성, 시급성 등의 이유로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 ‘협상절차를 통해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검침용역은 특별한 전문성·기술성이 필요한 영역으로 보기 어려워 ‘경쟁입찰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전기 검침 업무가 전력량계 검침·이상 유무 점검, 전기요금 청구서 및 체납고객 단전예고서 송달, 기타 현장 업무 등으로 단순 업무에 속한다.
또 설사 용역업체가 바뀌면 신규 업체가 검침원 고용을 승계해야 돼 숙련도가 떨어지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전은 검침용역의 품질을 보장하면서 검침 용역회사를 선정할 수 있는 적절한 경쟁방안을 2~3개 사업소에서 시범 운영 후 점진적으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침 대상은 2014년 기준 1천900만호로 6개 업체에서 용역을 수행중이며, 용역수수료는 2천385억원에 달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하고 있다.
업체별 점유액은 자회사인 C사가 1138억원(47.7%)으로 최고액을, 이어 D사 427억(17.9%), 또다른 자회사 E사 248억(10.4%)순으로 용역 맡아 수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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