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뒤집기” 해설에 시청자 발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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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C ESPN의 서정환 해설위원 | ||
중계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방송사 해설위원들도 바빠졌다. 대부분 현장 경기인 출신들인 이들 해설위원은 어느 해보다 많은 경기에 투입돼 맹활약중이다. 하지만 때때로 난감한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아나운서나 캐스터가 아니기 때문에 현장 출신 해설위원들은 가끔 시청자들에게 본의 아닌 웃음을 주거나, 때론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사투리가 죄!
MBC ESPN의 서정환 해설위원은 올시즌 초반 “까뒤집어졌죠”라는 말 한마디로 시청자들을 그야말로 뒤집어지게 만들었다. 올 프로야구 중계에 등장한 ‘비방송용’ 코멘트 가운데 으뜸일 것이다. 배경은 간단했다. 생방송 해설 도중, 전날 경기가 역전극이었다는 걸 설명하다가 “까뒤집어졌죠”라고 말해버린 것이다.
서 위원은 “경상도 사투리가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순간적으로 다시 정정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제작진에서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고 해서 하지 않았다”며 웃었다. 올해 처음으로 해설위원 일을 시작한 서 위원으로선 급박한 순간에 자꾸 사투리가 튀어나오곤 하는데, 오히려 ‘재미있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사투리와 무관하게 곤란을 겪을 때도 있다. 작년까지 KIA 감독을 맡았기 때문에 KIA 경기를 중계할 때 조심스럽다. 하지만 선수들에 관해 가장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해설을 하다보면 KIA 쪽 얘기를 많이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마다 “편파적이다”라고 비난하는 네티즌들이 생긴다고 한다.
방송 좀 쉬었더니…
Xsports의 김건우 해설위원은 얼마 전 삼성 마무리투수 오승환을 ‘짐승’으로 만들어버렸다. 삼성 경기 생방송이었는데, 9회에 마무리투수 오승환이 등판해 던지고 있었다. 김건우 위원은 오승환이 매순간 전력을 다해 타자를 상대하는 걸 표현하려 했는데 그만 말이 잘못 나왔다. “오승환 선수는 정말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도 먹이를 잡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짐승 같습니다.” 아차 싶었지만 생방송 중에 어쩌랴. 이미 ‘짐승’이란 표현은 방송을 타고 말았으니….
김 위원은 “사자처럼, 혹은 호랑이처럼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한다고 말하려다가 그만 짐승이라고 말해 버렸다. 말하고 나서 나도 황당했다”고 당시의 순간을 돌이켰다. 과거 수퍼액션 채널에서 메이저리그 경기를 해설하기도 했던 김 위원은 몇 년간 방송을 쉬었기 때문에 요즘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하려니 캐스터와의 호흡 맞추기가 은근히 어렵다고 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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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Xsports의 김건우 해설위원 | ||
KBS 이용철 해설위원은 올해 롯데의 개막전 시리즈를 중계했었다. 롯데가 초반부터 워낙 관심을 받았기 때문에 두 번째날 경기는 KBS 공중파를 통해 생중계됐다. 이 위원은 방송 도중 “8888577”이란 말을 했다가 롯데 팬들로부터 엄청나게 욕을 먹어야했다. ‘8888577’은 최근 7년간 롯데의 정규시즌 순위였다. 이 위원은 롯데가 올해는 잘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적인 얘기를 하다가 순위를 언급한 것이었는데, 롯데 팬들은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편파방송”이라며 항의하는 글을 도배했다. 뜻하지 않게 롯데 팬들에게 적이 돼버린 이용철 위원으로선 많이 억울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롯데 팬들이 이 위원을 미워하는 건 아니다. 한번은 사직구장 중계 때 관중들이 너무도 다양한 음식을 싸와서 먹고 있는 걸 보면서 캐스터와 함께 “정말 맛있게 드시네요. 우리도 출출해지는데요”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먹거리 얘기가 나오자마자 중계석 근처의 관중들이 이용철 위원에게 닭, 회, 튀김, 김밥 등 다양한 먹거리를 가져다줬다고 한다. 생방송 중에 음식을 먹기란 힘든 일. 고마움을 표시하며 정중하게 거절했지만 뱃속에선 꼬르륵 소리가 났다고 했다. 음식 중에는 심지어 삭힌 홍어회까지 있었다는 후문이다.
‘펑크’가 더 어색해
MBC ESPN의 김성한 해설위원도 올해 ‘비방송 용어’를 쓴 적이 있다. KIA 경기였는데, KIA 3루수 이현곤이 상대 타자가 친 타구에 글러브를 척 갖다 대기에 잘 잡는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런데 그 타구가 글러브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쑥 빠져버렸다. 김성한 위원, 자신도 모르게 “아! 잡는 줄 알았는데 글러브에 빵꾸가 났군요”라고 말해버렸다. 옆에 있던 캐스터가 웃으면서 “방송 중에 ‘빵꾸’란 표현을 쓰시면 어떡합니까”라고 지적해주면서 함께 웃고 넘어갈 수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펑크’라고 제대로 쓰는 것보다는 ‘빵꾸’가 더 친근하긴 하다. 어쨌거나 공식적인 자리에선 잘못된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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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C ESPN의 김성한 해설위원 | ||
현역 시절 LG에서 4년간 뛴 경력이 있는 KBSN의 이병훈 해설위원은 얼마 전 LG팬들에게 엄청 시달렸다. LG 외야수 이대형 때문이다. 왼손타자인 이대형은 빠른 발을 갖고 있는데, 이 때문인지 타격 때 지나치게 툭 대고 뛰어나가려는 습관이 있다. 타격이 이뤄지기도 전에 이미 몸이 1루쪽으로 많이 쏠리는 스타일이다. 이병훈 위원이 생방송 도중 “저렇게 맞히고 뛸 거면 차라리 야구 배트 대신 맞히기 편한 크리켓 방망이를 주문해서 쓰는 게 굴리기도 쉽겠다”라고 일침을 놓았다. 평소 이 위원은 후배인 이대형과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한 사이다. 그러나 사정을 모르는 LG팬들은 “왜 이대형을 욕하냐”면서 이 위원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이 위원은 “이대형은 더 좋은 타격을 할 수 있는 재목인데 스스로 툭 대는 스타일을 고집하는 것 같아 지적해주고 싶었다. 그런 타격 스타일을 고교야구 선수들이 배우면 안 될 것 같아서 한 말이기도 했다”면서 웃었다.
이처럼 해설위원들은 말 한마디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주고, 때론 난처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기술적인 부분만 설명하는 것이라면 이들 전문가들에게 쉬운 일이지만, 야구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는 일반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봐야겠다.
김남형 스포츠조선 야구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