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에 부는 고유가 ‘한파’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미국 뉴욕주 피츠퍼드의 로커스트힐CC에 와 있습니다. 웨그먼스LPGA대회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죠. 40명이 넘는 한국선수들이 미LPGA투어에서 활약하면서도 올시즌 우승이 이선화 선수의 1승에 그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오늘은 기름값 상승과 미LPGA 투어의 상관관계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최근 미LPGA 선수들은 미국의 기름값 상승으로 인해 또 하나의 고민이 생겼답니다.
기본적으로 미LPGA는 타이거 우즈와 최경주 선수가 뛰는 미PGA보다 인기가 떨어집니다. 그러다 보니 미LPGA 대회는 대도시 주변에서 열리는 미PGA와는 달리 주로 소도시에서 많은 경기가 열립니다. 미국은 워낙 넓기 때문에 웬만한 거리는 항공편으로 이동하는데 당연히 미LPGA 선수들은 큰 도시의 공항보다는 소도시의 조그만 공항을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 항공사들이 치솟는 유가를 감당하지 못하고 노선을 없애 버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경영수지를 맞추기 위해 적자를 내는 소도시 노선을 우선적으로 없애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비행기 스케줄의 취소가 잦아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주를 시작으로 미국 내 30개 소도시의 공항을 잠정 폐쇄한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선수들이 자신이 예약해 놓은 항공편의 노선을 다시 확인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뿐 아닙니다. 항공료가 크게 올랐습니다. 기존 로스앤젤레스-뉴욕 왕복 항공권은 400달러 선이었는데 이제는 600달러가 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순식간에 무려 40%가 오른 것이죠. 일부 재정이 넉넉지 않은 선수들은 골프장에서 100km 이내의 큰 도시를 택해 그곳까지만 항공을 이용하고, 이후 렌터카를 빌려 경기장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짐입니다. 호텔 생활을 해야 하는 투어선수들은 골프장비에 의복 소지품 등 짐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기름값이 오르다보니 미국 항공사의 국내선이 기존 1명 당 2개의 가방(투피스)을 실어주던 시스템을 1명 당 1개(원피스)로 줄여버렸습니다. 투어선수들은 보통 1인당 2개의 가방은 기본이죠. 그러다 보니 선수들은 부칠 수 없는 나머지 가방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한국 돈 5만 원~10만 원가량의 추가 부담금을 내게 됐습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미LPGA 사무국은 발 빠르게 선수들의 편의를 위하여 아메리칸에어사와 협정을 맺고 선수들의 짐을 최고 50kg까지 실어주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힘든 것은 원래 아메리칸에어사는 미국 내에서도 항공가격이 가장 비싸기로 유명하기 때문입니다. 골프선수들에게 짐을 더 실어주는 조치는 감사하지만 원래 가격이 비싸다 보니 대부분 선수들이 기피하고 있는 것이죠. 실효가 없는 조치인 셈입니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