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로 대장정” , “신앙이 곧 내조”
▲ 손학규 부인 이윤영씨 | ||
지난주 고건 전 총리 부인 조현숙 씨,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부인 인재근 씨,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부인 민혜경 씨에 이어 이번 주에는 야권의 손학규 전 경기지사 부인 이윤영 씨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부인 김윤옥 씨를 만나본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부인 이윤영 씨(57)는 목소리가 퍽 고왔다. “언론에 나서는 게 조심스럽다”며 어렵게 인터뷰에 응한 이 씨는 예상과는 달리 인터뷰 내내 다정다감하고 쾌활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씨는 무엇보다 지난 100일 동안 ‘민심대장정’의 강행군을 이어온 남편에 대한 소회가 남다른 듯했다.
“힘든 일을 많이 하고 있는 남편을 보면 가슴이 많이 아프죠. 하지만 남편의 초췌해진 외모 속에서 행복하고 편안한 표정이 보여요. 그래서 힘은 들지만 행복하게 느끼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죠.”
손 전 지사는 워낙 사람들과 어울리고 부대끼는 것을 즐기는 성격이다. 민심대장정을 결심했을 때 민생의 현장을 직접 부딪쳐 체험하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10월 9일 드디어 그 대장정을 끝내기까지 부인 이 씨의 마음 또한 남편과 함께 대장정을 했다고 한다.
민심대장정 동안 남편의 빨래를 나르는 일은 부인 이 씨가 도맡아 했다. 이 씨는 일주일에 한번씩 남편이 머물고 있는 곳곳을 찾아가 묵은 빨래를 거둬오고 빨아온 새 옷을 건네주었다. 이 일을 하며 이 씨가 느낀 바도 남달랐다고.
“남편 옷을 보면 그 날 무슨 일을 했는지 알 수 있겠더라구요. 흙이 너무 많이 묻어 있어 바로 세탁기에 넣지도 못하고 밖에서 털고 헹궈낸 뒤에야 빨 수 있었어요. 남편 옷을 가지러 밤길을 달려갈 때면 앞뒤에 어둠만 있는 시골길을 지나면서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이고 행복감이 느껴졌습니다. 남편 덕에 저도 많이 배운 셈이죠.”
이 씨는 손 전 지사의 민심대장정 중 삼척의 탄광에 다녀온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탄광에서 일하고 나온 뒤 이틀이 지나도 코와 귀에서 시커먼 물이 나오는 것을 보고 현지 주민들의 고생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는 것. 이 씨는 “그곳에서 20여 년 전 광부 일을 그만두었다는 한 주민을 만났는데 진폐증으로 아직까지 고생하고 있더라. 허파가 계속 줄어들고 있어 밥을 먹다가 갑자기 돌아가실 수도 있는 위험한 병이라고 들었다”며 안타까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남편으로서 손학규 전 지사의 장단점을 묻자 “우등생”이라며 장점만을 꼽는다. 이 씨는 “정치인들은 가정에 소홀할 것 같다는 편견이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고 웃으며 힘주어 말했다. “가끔은 집에 들어오며 ‘술 한잔 하자’고 그럴 때가 있어요. 그러면 맥주나 포도주 한잔씩 하는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면 한두 시간이 후딱 지나가죠. 항상 잠이 모자란 남편인데 그땐 좀 미안해요.” 이 씨는 남편에 대해 얘기하며 ‘낭만’과 ‘닭살’이라는 표현을 하면서 애정을 과시했다.
손 전 지사와 부인 이 씨는 대학교 3학년 때 만나 7년 연애한 뒤 결혼했다. 당시 손 전 지사가 학생운동을 하고 있어 연애다운 연애를 하지 못했다는 두 사람은 지금까지도 연애감정을 갖고 있는 듯했다. 손 전 지사가 한동안 도피생활을 했기 때문에 결혼 이후에도 약사였던 이 씨가 경제문제를 책임져야 했다고 한다. ‘부부싸움도 가끔 하느냐’는 질문에 이 씨는 “이젠 서로 눈빛까지 보지 않아도 그냥 척 보면 알 수 있다. 부부싸움도 한때지 이젠 그 시기는 지났다”고 웃음을 보였다.
손 전 지사의 데이트 코스는 주로 대학로 부근. 연극이론을 공부하고 있는 큰딸 원정 씨(31)와 연극연출을 하고 있는 사위가 이곳에 살고 있어 딸 부부를 만나 저녁을 먹고 연극을 함께 보는 것이 큰 즐거움이라고 한다.
부인 이 씨가 생각하는 내조법이란 ‘사람을 만나는 것’의 중요함을 느끼는 것이었다.
“남편과 똑같이 사람들을 만나야 되고 언론에 등장해야 하는 것이 힘든 점이죠. 항상 누군가가 나를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 신경 쓰이는데 그 일을 잘 해내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 이명박 부인 김윤옥씨 | ||
부인 김 씨가 신경 쓰고 있는 점 중 하나는 이 전 시장이 과격한 운동인 테니스를 즐기고 있어 건강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라고 한다. 지난 3월 ‘황제 테니스 파문’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던 이 전 시장은 테니스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요즘에도 한 달에 두 번 이상은 꼭 테니스코트를 찾아 3~4시간씩 전 국가대표 출신들과 겨루기를 한다고 한다. 이진영 비서관은 “일반인들과는 게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실력이 대단하다”고 전했다.
김 씨가 챙겨야 할 또 하나는 이 전 시장의 기상시간. 전날 일정이 늦게 끝나거나 술자리가 있을 때에도 아침 4시 반~5시 사이면 어김없이 눈을 뜨는 이 전 시장을 보좌하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다. 이 전 시장은 외국방문에서도 새벽마다 일어나 호텔 주변을 산책하고 돌아와 뒤늦게 일어난 보좌진들이 무안함을 느낄 만큼 대단한 체력을 갖고 있을 정도. 그런데 이 습관 때문에 한번은 ‘큰일’을 당할 뻔했던 에피소드가 있었단다. 이진영 비서관은 “언젠가 외국에 나갔을 때의 일이었다. (이 전 시장이) 새벽길에 산책을 하러 나갔다가 길을 잃어 한참 헤맨 일이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런 만큼 김 씨도 이 시간이면 일단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이 전 시장 부부는 올해로 결혼 38년째를 맞았다. 두 사람이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이 전 시장의 고등학교 시절 영어 선생님 덕분이었다. 이 선생님이 자신의 고교 동창회에서 친한 친구에게 제자인 이 전 시장 자랑을 했는데 이 얘기를 듣던 친구가 “그럼 내 동생도 괜찮으니 소개를 시켜주자”며 만남을 주선했다고.
부인 김 씨가 37년간의 결혼생활을 이어오면서 마음고생을 했던 데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전 시장이 승승장구했던 것에 일정 부분 원인이 있었다. 이 전 시장이 현대건설 사장이 되었을 당시 김 씨의 나이는 스물아홉. 너무 젊은 나이에 ‘사모님’이 되다보니 첩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이 전 시장에게 첩이 있다는 소문을 들은 장인이 조용히 그 첩을 찾아보았더니 결국은 자기 딸이었다는 에피소드가 있었다고 한다.
내조에 있어 부인 김 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적절한 조언과 위안’. 이 전 시장이 버스 중앙차로를 만들고 난 초반 마음고생이 심했을 당시 김 씨는 그저 “처음이니 모두가 낯설고 적응이 되지 않아 그런 것이다. 조금만 기다려보자”며 위로를 건넸다고 한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