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수’냐 ‘병음’이냐 엎치락 뒤치락
이런 한자의 특수성이 이번 베이징올림픽 개회식을 앞두고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개회식 입장순서는 개최국 언어의 음소문자 순서에 따른다(물론 올림픽 발상지인 그리스가 가장 먼저, 그리고 개최국은 맨마지막이라는 불문율도 있다). 예컨대 88서울올림픽 때 ‘가나다’, 2004아테네올림픽 때는 그리스어 알파벳 순서를 기준으로 삼았다.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BOCOG)도 지난 4월 ANOC(국가올림픽연합회) 총회 때 개회식 입장순서는 ‘중국 알파벳 순서(Chinese Alphabet order)’에 따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표의문자인 한자는 영어의 알파벳이나 한글의 자모처럼 음소문자가 없다. 그러니 중국알파벳 순서라는 게 모호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굳이 따진다면 획수에 따른 순서로 생각할 수 있다.
결국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우리가 옥편을 사용할 때처럼 한자(번체가 아닌 간체)의 획수를 기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어의 영어병음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전자가 주체성이 강하게 반영됐다면 후자는 실용성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획수를 기준으로 하면 ‘한국’의 첫 글자인 ‘한(韓)’은 간체로 쓸 경우 12획이다. 제법 획수가 많아 200여 올림픽 참가국 중 160번째 전후로 입장하게 된다. 영문명 ‘Korea’로 공동 입장했던 남북한 올림픽선수단의 2000년 시드니올림픽 입장순서는 97번째, 2004년 아테네올림픽 순서는 84번째였으니 상당히 뒤로 밀린 셈이다.
반면 ‘병음’ 순서를 따르면 한국은 ‘한궈(hanguo)’가 된다. 첫 글자가 h로 이전의 k보다 3단계 앞당겨진다. 빨리 입장하는 것에 의미를 두는 사람이라면 베이징조직위가 후자를 택하도록 압력을 넣어야 할 듯싶다. 하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병음’보다 ‘획수’가 더 유력하다고 한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