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채 발견된 인천 할머니와 손자 실종 미스터리
지난 달 인천에서 실종된 할머니와 손자는 결국 충주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YTN 뉴스 방송 화면.
지난 4월 23일 인천 부평구 부평동에서 할머니와 손자가 가출해 경찰이 수색 활동을 벌여왔으나 결국 충북 충주시 탄금대교 남한강변에서 숨진 채 잇따라 발견됐다. 충북 충주경찰서와 119소방구조대에 따르면 지난 14일 충주시 중앙탑면 창동리 남한강변에서 김 아무개 할머니를 발견해 시신을 수습했다. 이틀 뒤인 16일 오전 11시 20분쯤 할머니 시신이 발견된 곳에서 1km가량 떨어진 충주시 금가면 오석리 남한강변에서 숨진 박 아무개 군이 발견됐다.
지난 4월 23일 김 할머니는 “잠깐 나갔다 오겠다”고 말한 뒤 집 앞에 버리려고 놓아 둔 쓰레기를 챙겼다. 휴대폰도 집에 두고 나갔다. 휴대폰도 두고 쓰레기 봉투만 들고 나간 터라 가족들은 잠깐 집 부근에 나가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김 할머니는 쓰레기를 버린 뒤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 환승을 거쳐 인천 터미널에 도착했다. 그리곤 인천 터미널에선 충주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실종 사건을 담당한 인천 부평경찰서 이병준 여성청소년계 계장은 “실종 신고가 접수된 뒤 CCTV를 분석해 할머니가 충주버스터미널에 내린 것까지 확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충주버스터미널에 내린 뒤 김 할머니와 박 군의 행적은 불분명하다. CCTV에 모습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은 당시 김 할머니와 박 군이 충주버스터미널에서 택시 내지는 버스를 타고 어딘가로 떠났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 계장은 “택시 타는 장면이 없어 택시라고 단정 지을 순 없지만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며 “터미널에서 걸어 나가는 모습이 CCTV에 찍히지 않은 만큼 택시나 버스를 이용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부평 경찰은 충주 일대 택시 운전사를 상대로 수사했지만 김 할머니와 박 군을 기억하는 이는 없었다.
그렇다면 김 할머니는 왜 충주를 택한 것일까. 김 할머니는 충주에 연고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장은 “김 할머니가 충주에는 연고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김 할머니 시신이 발견된 충주 탄금대교는 관광지로 유명하다고 귀띔했다.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으나 김 할머니가 탄금대교를 미리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김 할머니와 박군의 사망 시점도 불분명하다.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한 충주경찰서 경찰 관계자는 “익사 사건의 경우 유속 등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사망 시점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할머니와 손자가 충주로 갔다는 것을 알게 된 뒤 부평 경찰 관계자들은 충주에서 이들을 찾기 위해 일주일 동안 충주에 상주하며 수사를 했다. 이 계장은 “모텔, 찜질방, 고시원 등 할머니와 손자가 갈 만한 곳을 샅샅이 수색했으나 찾을 수 없었다. 분명히 살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린 손자와 함께 있기에 빠른 시일 내에 찾길 기원했다”며 “거듭된 수색에 실패해 일단 인천에 올라왔는데 바로 다음 날에 할머니 시신이 발견됐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할머니가 집을 나간 이유도 석연찮다. 애초 김 할머니는 경제적 문제와 가정불화 때문에 집을 나갔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이 계장은 “손자 양육 문제로 고민이 있었던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손자 문제로 가정 불화가 있었다거나 아픈 아들 때문에 신병을 비관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할머니에게 가족은 사고로 뇌 질환을 앓게 돼 거동이 불편한 아들과 딸, 남편, 그리고 함께 집을 나가 숨진 채 발견된 박 군 등이 있다. 아들의 경우 사고로 인해 뇌 질환을 얻어 거동이 불편한 정도의 장애가 있다고 한다.
현재 유족들도 할머니가 집을 나간 이유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는 상태. 때문에 경찰도 가출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 처음 실종신고가 접수된 뒤 부평 경찰 관계자들은 단순 가출로 인지해 적극적으로 수사해왔다. 때문에 유족과 경찰은 신뢰 관계에 있었다고 한다. 이 계장은 “시신이 발견된 뒤 각종 추측성 기사 때문에 유족들이 괴로워하고 있다”며 “유족 측이 ‘경찰을 고소하겠다’며 불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경찰은 김 할머니와 박 군의 시신에서 외상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타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 남겨진 의혹이 많은 만큼 타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김 할머니와 박 군이 충주버스터미널에 도착한 뒤 행적이 묘연하고 사망 시점을 특정할 수 없기 때문. 김 할머니가 휴대폰도 없이 집을 나서 박 군과 왜 연고도 없는 충주로 떠났는지, 사망 시점까지 충주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등의 의문이 풀려야 자살 여부와 자살 동기 등도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충주경찰서 관계자는 “우선 국과수 부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