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침묵엔 이유가 있다?
KT&G의 김호겸 사무국장은 5일 “지난 두 시즌간 유도훈 감독이 구단을 잘 이끌어왔다. 특히 건강상의 이유로 갑자기 사퇴한 것에 대해 선수들이 당황해하고 있다. 그간 착실히 준비해온 시즌을 계속 이어간다는 뜻에서 올시즌은 신임감독을 새로 뽑지 않고 이상범 코치의 감독대행체제로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수석 코치는 기존 제2코치였던 이환우 코치가 맡는다.
한편 유 감독의 사퇴 이유에 대해 건강 이상설, 구단 고위층과의 불화설(몸 싸움설) 등 온갖 억측이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지난 2007년 2월 시즌 중 김상식 감독대행(현 대구오리온스 감독)의 뒤를 이어 KT&G 지휘봉을 잡은 유 감독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2년 연속 팀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며 지도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자진사퇴할 경우 잔여연봉을 받을 수 없는데 이를 마다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여론이 많다. 또 유 감독이 이와 관련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소문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에 대해 김호겸 국장은 “외부에는 당연히 갑작스러운 사퇴일 것이다. 하지만 원체 완벽주의자인 유 감독이 지난 6월부터 과다한 스트레스 등을 이유로 최근까지 3차례나 사퇴의사를 밝힌 바 있다. 원래 과묵하고,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인지라 이런 과정이 농구계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유 감독과 구단 고위층의 불협화음에 관한 이야기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런 세세한 내용이 외부로 알려질 경우 구단도 이미지에 타격을 입지만 유 감독도 향후 타 구단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는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기에 일체 언급이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 감독의 한 지인은 “확실히 구단과 마찰이 있었다. 잔여연봉까지 포기하고 자진사퇴한 것은 유 감독이 KT&G에서 차세대 지도자로 확실히 능력을 검증받았기에 조만간 타 구단으로 옮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쨌든 최소한 이번 시즌 초반에는 유도훈 감독 특유의 빠르고 호쾌한 농구를 보지 못하게 된 팬들의 아쉬움은 클 수밖에 없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