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별’ 자존심에 금 가는 소리 쩍쩍
▲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자신했던 호시노 감독은 ‘입 야구’라는 비아냥거림을 듣기도 했다. 로이터/뉴시스 | ||
‘호시노 재팬’으로 불리는 일본 야구대표팀은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부터 금메달은 자신들의 차지라고 호언장담해왔다. 그러나 결과는 동메달조차 목에 걸지 못한 참담한 패배였다.
현재 인터넷에는 “호시노가 자신이 편애하는 코치진과 선수들을 대표팀으로 뽑을 때부터 일본의 패배는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거나 “깨끗하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계속 변명을 하는 모습이 같은 일본인으로서 수치스럽다” 혹은 “쿠바와 미국, 한국 팀들도 모두 같은 경기 조건에서 시합에 임했는데 어째서 일본만 이것저것 핑계를 대느냐”라는 등 네티즌들의 비난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더구나 호시노 감독이 내년 3월에 있을 WBC 감독직 제의에 “60년 동안 끊임없이 도전을 해왔다. 실패해도 도전을 계속하는 것이 나의 인생이다. 패배자로 끝내지 않겠다”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자 일본 야구팬들은 더더욱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 야구의 원로들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시사주간지 <주간문춘>은 호시노 감독이 “(일본) 선수들이 불쌍하다. 이곳의 스트라이크 존 판정을 보면 마치 딴 세상에서 야구를 하는 느낌이다. 프로 선수들의 시합이니 프로 심판이 필요하다”고 핑계를 대고 “조기 야구도 아니고, 우리 선수들은 오전 10시 경기 같은 건 경험해본 적이 없다”며 불평한 대목을 두고 야구 원로들의 입을 빌어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 기사에서 재일교포 야구인 장훈은 “그런 것은 모두에게 마찬가지였다”며 “선수들에게는 책임이 없다. 책임은 선수와 코치를 자유롭게 선택한 감독과 별로 능력도 없는 사람을 감독으로 뽑은 사람들에게 있다”고 혹독하게 평했다.
왕년의 명투수 에모토는 “일본 야구협회가 무엇을 근거로 호시노를 감독으로 하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며 “결국 야구계에 대한 관중과 자금 동원력 때문에 결정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힐난했다.
일본 올림픽 선수단을 총괄했던 후쿠다 단장(66)도 이미 호시노에게 등을 돌렸다. 후쿠다 단장은 “최고의 대우를 받는 간판급 선수들이 이렇게 부진한 성적을 내다니 문제가 크다”며 올림픽 기간 동안 ‘호시노 재팬’의 행각을 문제 삼았다.
후쿠다 단장은 올림픽 출전 선수들이 모두 선수촌에서 지낸 것과 달리 야구대표팀이 올림픽 기간 내내 베이징 시내의 5성급 고급호텔에서 각방을 쓰며 편안하게 지낸 것을 두고 “선수촌에 들어가지 않고 예외적으로 특별대우를 받은 것이 팀워크의 저해 요인이었다”라고 질타했다.
일본 선수들과 한국 선수들의 연봉을 비교해보면 우선 단위부터 다르다는 것도 화제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최고 연봉인 6억 엔(약 60억 원)을 받는 이승엽을 제외한 나머지 한국 선수들 23명의 평균 연봉은 1억 9661만 원. 이를 두고 일본 언론들이 2000만 엔(약 2억 원)에도 미치지 않는다며 놀라움을 표시하며 1억 엔대 선수들이 즐비한 일본 야구대표팀이 몸값도 못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타협하지 않는 고집스러운 성격으로 ‘남자다운 야구’를 한다고 정평이 났던 호시노 감독. 자신만의 방식을 고수하는 호시노 감독이 WBC를 계기로 다시 한 번 일본 야구에 굴욕을 안겨줄지, 아니면 바닥에 떨어진 명예를 회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