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 새끼’ 백조되어 훨훨
▲ (왼쪽부터) 이종욱, 김현수, 박석민. | ||
#순간의 실수가 3년의 시련으로
16일 1차전에서 8회에 등판해 2이닝을 깔끔하게 마무리한 두산 이재우(28)는 4년 전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2001년 입단 후 3년간 올린 승수의 두 배인 6승을 올리며 팀의 주축 투수로 성장했던 지난 2004년. 이재우는 2년 넘게 자리를 비우기가 두려웠다. 결국 유혹을 이기지 못한 그는 손쉬운 방법을 택했고, 그 해 말 병역비리 명단 51명에 이름을 올렸다. 불구속 입건. 꿈에 그리던 포스트시즌 무대는 출전 정지 처분으로 물거품이 됐다.
삼성 투수 정현욱(30) 역시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2004년 간신히 1군에서 자리를 잡는 듯했던 그도 병역비리에 발목을 붙잡혔다. 3년 동안 공익근무를 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려야 했던 정현욱. 그는 올해 10승을 올렸다. 지난 12년 동안 올린 13승을 뛰어넘는 값진 수확이다.
#버림받았던 그들의 화려한 부활
삼성 최형우(25)는 2002년 삼성 입단 후 4년 간 1군 경기에 단 6번 출전했다. 그리고 2005년 말, 최형우에게 방출통보가 날아들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을 버린 삼성으로 운명처럼 돌아온 최형우. 그는 올해 19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야구명가 삼성의 차세대 거포로 자리매김했다.
두산의 ‘발야구’를 이끌고 있는 이종욱(28) 역시 아픈 과거를 갖고 있다. 그는 현대에서 2군만 전전하다 2005년 방출됐다. 절친한 친구인 손시헌(현 상무) 덕분에 두산에서 테스트를 받았고 3년이 지난 지금 그는, 두산 유니폼을 입고 한국 최고의 톱타자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무명 설움이여, 안녕
올시즌 프로야구의 최고 화두는 단연 두산 김현수(20)였다. 타율(0.357) 최다안타(168개) 출루율(0.454) 등 3개 부문을 휩쓴 김현수. 그러나 그의 과거 역시 화려하지만은 않았다. 김현수가 2005년 신일고를 졸업했을 때, 그는 어느 구단의 지명도 받지 못했다. 뜨거운 눈물을 삼키며 두산에 신고선수로 입단했고, 줄기찬 노력으로 입단 2년 만에 주전이 됐다.
갈비뼈 부상으로 인해 플레이오프에 출전하지 못하는 삼성의 4번타자 박석민(23) 역시 화려한 변신에 성공했다. 2004년 입단해 삼성의 차세대 거포로 기대를 모았지만 2년 내내 박석민은 이따금 대타로 출전하며 1할대 타율에 허덕였다. 그러나 지난해 상무에서 2군리그 홈런왕을 차지한 그가 제대하자 선동열 감독은 주저 없이 주전 3루수 자리를 내줬고, 박석민은 감독의 기대에 100% 부응했다.
허재원 한국일보 체육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