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오른 양김 ‘몸값도 성적순으로!’
▲ 두산 김경문 감독(왼쪽), SK 김성근 감독. | ||
지난 11월 4일 두산 김경문 감독이 계약금 3억 5000만 원, 연봉 3억 5000만 원 등 3년간 총액 14억 원짜리 재계약에 성공했다. 지난 2004년 두산(OB 포함)의 제7대 사령탑에 오른 뒤 재계약만 두 번째 성공하며 앞으로 3년간 더 팀을 이끌게 됐다. 김경문 감독의 몸값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꾸준한 성적을 내면 우승 없이도 몸값이 뛴다는 점, 게다가 이제는 감독도 선수 부럽지 않은 수준의 몸값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걸 입증한 사례가 됐기 때문이다.
김경문 감독이 2004년 처음 두산 지휘봉을 맡았을 때 몸값은 2년간 3억9000만 원에 불과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감독 자리에 처음 앉은 인물에게 두산이 많은 돈을 줄 리가 없었다. 두산그룹은 지난해부터 중공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야구단의 씀씀이도 많이 커졌다. 비록 성사되진 않았지만, 올 초 FA로 풀린 김동주에게 4년 총액 62억 원짜리 계약서를 내밀 수 있었던 것도 ‘총알이라면 우리도 있다’는 걸 과시한 대표적 사례였다. 하지만 적어도 2006년까지 두산 구단은 돈 문제에 다소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6년 김 감독은 두산과 3년간 8억 원짜리 재계약에 성공했다. 당시만 해도 김 감독은 3년을 보장받은 것에 더 의미를 두는 분위기였다. 이번에 14억 원으로 뛰었으니 두 배 가까운 수직 상승을 일궈낸 셈. 특히 두산에서의 지난 임기 5년 동안 2006년을 제외하곤 매번 포트스시즌에 진출한 점, 베이징올림픽에서 대표팀을 이끌고 사상 첫 금메달을 수확한 점 등이 김경문 감독의 입지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줬다.
처음 사령탑 자리에 오를 때만 해도 야구인 가운데 그 누구도 김경문 감독의 롱런을 점치지 못했다. 현역 시절 스타플레이어가 아니었던 김 감독으로선 감독이 되고 나서 5년 만에 자수성가를 이룬 케이스다.
김경문 감독 본인도 올해 재계약 문제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왔다는 게 지인들의 증언. 지난 8월초 베이징으로 향하기 직전에는 “메달도 따지 못하고 한국시리즈 우승도 차지하지 못하면 재계약이 힘들 것 같다”는 우려를 지인들에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뚝심 야구’를 밀어붙였고, 한 팀에서만 세 번째 계약이 성사됐다.
SK 김성근 감독은 지난 2002년 LG 시절 만신창이였던 팀을 이끌고 종합순위 2위라는 좋은 성적을 냈다. 하지만 그해 말 김성근 감독은 경질됐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김성근 감독은 당시 프런트 고위층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할 말은 하고야 마는 성격 때문인지 LG는 감독 해고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김성근 감독의 야구 인생은 싸움의 연속이었다. 재일교포 출신이라는 신분 탓에 일본에선 ‘조센진’, 한국에선 반대로 ‘쪽발이’라고 불리며 설움을 겪어야했다. 그래서일까. 김 감독은 타협이란 걸 잘 모른다. 캠프 때 젊은 선수들을 훈련시키는 과정을 봐도 대번에 알 수 있다. 하루 12시간 훈련. 따라올려면 따라오고 아니면 짐 싸서 집에나 가라. 이런 스타일이다.
2년 전, 김성근 감독은 SK에 둥지를 틀면서 2년간 계약금 3억 원, 연봉 2억 5000만 원 등 총액 8억 원에 계약했다. 그때만 해도 2년 뒤 김 감독이 다시 SK를 맡을 것으로 전망하는 목소리가 별로 없었다. 젊은 선수들 위주의 팀을 안정감 있게 만들어주는 걸로 김 감독의 임무는 끝나고, 2년 뒤에는 SK가 후임자를 택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 삼성 선동렬 감독(왼쪽), LG 김재박 감독. | ||
그런데 지금 상황은 딴판이다.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자 SK 프런트가 먼저 목소리가 달라졌다. “최고 대우로 재계약한다”는 것이다. SK 구단은 최근 “3년간 총액 20억 원을 보장하는 계약을 추진한다”라고 발표했다. 2년 전 총액 8억 원에 사인했던 것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두 해 연속 우승의 달콤함을 맛보고, 김성근 감독의 지도방식을 곁에서 지켜본 SK 프런트는 더 나은 대안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듯하다. 본인 뜻대로 스타일을 유지해온 김성근 감독은 2년 만에 전혀 다른 입지로 우뚝 서며 달콤한 과실을 쟁취한 것이다.
감독 몸값과 관련해 다소 복잡한 계산서가 필요한 인물이 바로 삼성 선동열 감독이다. 선 감독은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은 케이스다. 한국과 일본에서 스타플레이어로 활약했고, 2004년 한시즌 동안 삼성에서 수석코치를 지낸 뒤 그해 말 계약금 5억 원, 연봉 2억 원씩 5년간 총액 15억 원짜리 감독 계약을 했다.
출발부터 고액 연봉자로 등록됐던 케이스다. 선 감독이 최초 삼성과 계약했을 때만 해도 총액 면에서 그를 당할 감독이 없었다. 그런데 2006년 말 김재박 감독이 현대에서 LG로 둥지를 옮기면서 기록이 깨졌다. 김재박 감독은 당시 계약금 5억 원, 연봉 3억5000만 원 등 3년 총액 15억 5000만 원에 사인했다. 현대에서의 눈부신 성공을 등에 업은 ‘귀족형 계약’이었다. 선동열 감독의 총액 15억 원을 5000만원 차이로 경신한 셈이다. 김재박 감독 계약 직후 한화 김인식 감독도 연봉과 계약금 각 3억 5000만 원으로 3년간 14억 원짜리 재계약에 성공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총액면에서 김재박 감독이, 연봉에선 김재박 감독과 김인식 감독이 모두 선동열 감독의 금액을 넘어선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선동열 감독은 사령탑 취임후 2005년과 2006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자 삼성 구단에선 “김재박 감독보다 연봉이 낮을 이유가 없다”면서 선 감독의 기존 연봉 2억 원에 1억 5000만 원을 더 얹어줬다. 사실상 선 감독도 연봉이 3억 5000만 원으로 올라간 셈. 따라서 2007년부터 이 같은 ‘추가 몸값’이 적용됐다고 가정하면 내년까지 선 감독은 5년 재임기간 동안 총액 19억 5000만 원을 받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올해까지는 선 감독이 총액면에서 역대 1위를 지키게 된다.
물론 선동열 감독의 이 같은 몸값도, 최소 20억 원을 보장받은 SK 김성근 감독의 재계약과 함께 옛 기록이 될 것이다. 감독 최초 억대 연봉자는 97년 1억 원을 받은 강병철 전 한화 감독, 백인천 전 삼성 감독이었다. 연봉 2억 원 시대는 2001년 해태에서 삼성으로 옮긴 김응용 전 감독이 열었다. 롯데 로이스터 감독도 현재 연봉만 25만 달러(11월 6일 현재 약 3억 3000만 원)다.
8개 구단 가운데 KIA와 히어로즈를 제외한 6개 팀 감독이 모두 3억 원대 연봉을 받고 있으니 이젠 어지간한 FA가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김남형 스포츠조선 야구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