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위험, 일본에서 잽만 톡톡
매스컴에선 추성훈과 FEG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여러 가지 ‘가설’들을 기사화하지만 지금까지 추성훈과 FEG 측은 재계약을 두고 구체적인 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1의 한 관계자는 “국내 언론에선 FEG가 추성훈과의 재계약에 몸이 달은 것처럼 보도되고 있지만 실제는 전혀 다르다”면서 “FEG 측에선 설령 추성훈과의 재계약에 실패해도 연말 다이너마이트 대회의 흥행에 큰 차질이 없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FEG와의 계약상 추성훈은 오는 연말까지 FEG와 우선협상기간이다. 따라서 이 기간에 다른 단체와 협상을 하거나 접촉하는 건 규정 위반이나 마찬가지다. 항간에 미국 격투기 단체인 UFC에서 추성훈에게 거액을 제시하며 ‘러브콜’을 보냈다고 알려졌지만 확인된 바는 없다. 그 관계자는 “FEG 측에서 UFC 측에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안다. 12월 말까지 추성훈 측과 접촉해선 안 된다는 내용을 담아서 보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추성훈과 FEG의 재계약이 팬들의 예상과 달리 지지부진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일단 FEG 측에선 추성훈이 갈 데가 없다고 보는 양상이다. 현재 추성훈에게 관심을 보이는 단체로는 일본의 센코쿠와 미국 UFC가 거론된다. 그러나 센코쿠는 엄청난 재정난으로 인해 자금력이 바닥이 난 상태로 오히려 FEG 측에 경영권을 놓고 딜을 해온 상태라고 한다. 따라서 추성훈을 영입할 돈과 여유가 없다. UFC 진출은 그동안 격투기 무대에서 보여준 추성훈의 경기력을 놓고 봤을 때 과연 생존 가능성이 있느냐는 게 격투기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주로 약한 상대를 골라 경기를 치렀던 그가 훨씬 박진감 넘치고 파워 있는 옥타곤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가 의문이라는 것.
격투기 전문가 A 씨는 “추성훈이 한국에서 인기를 얻은 부분에는 ‘승리자’라는 공식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경기에서 이긴 승리자, 강한 남자의 이미지가 광고로까지 연결돼 톡톡한 재미를 봤다”면서 “그런 선수가 옥타곤 안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지거나 얻어맞는 모습을 보인다면 과연 ‘광고 모델’ 추성훈의 주가가 지금과 같을 수 있겠나? UFC는 K-1 경기와는 질적으로 틀리다는 걸 추성훈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다이너마이트를 중계하는 TBS 방송사에서 추성훈의 경기 출전 여부에 큰 관심이 없다는 얘기도 들린다. 만약 중계 방송국에서 추성훈의 출전을 강력하게 요구한다면 양상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의 추성훈의 입지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것.
K-1 관계자는 “FEG 측에선 추성훈에 대해 주도권을 갖고 싶어하고 추성훈은 그동안 FEG가 자신에게 씌운 ‘마왕’ ‘악역’의 이미지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한편 재계약이 어려울 경우 조건부 단발성 계약도 가능하다는 게 K-1 관계자의 설명이다. 즉 연말 다이너마이트 대회에만 출전하는 조건으로 일단 계약을 맺은 뒤 내년 초 다시 협상을 할 수도 있다는 것.
최근 UFC 측에서 추성훈에게 한 경기당 7억 원의 대전료를 제시하며 접촉했다는 소문에 대해 그 관계자는 격투기 선수들의 실제 몸값을 전혀 모르고 하는 얘기라며 어이없어 했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