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일당 5만 원” 돈의 출처 아리송
지난 4월 25일 더민주당사 앞에서 사시존치모임이 시위하는 모습. 사진제공=사시존치모임
“사시존치모임의 부대표가 국회 앞에서 1인 시위하고 5만 원 받았다”
지난 5월 19일 사시존치모임 전임 간부 A 씨는 충격적인 내용을 폭로했다. 그는 “작년에 사람들이 삭발하고 100만 원을 받아갔다. 전 집행부는 후원금도 정말 개념 없이 썼다. 존치모임의 한 멤버는 신림동 독서실 사장에게 개인적으로 후원금을 여러 차례 받았다. 이 돈을 자신이 모두 사용하고 공금함에 집어넣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 씨가 제기한 의혹은 1인 시위·삭발식·공금유용 등 세 가지였다.
5월 25일 <일요신문> 취재진과 만난 사시존치모임 전 회원 B 씨는 “제가 회계를 담당하기 전까지 회계장부 자체가 없었다. 회계 관리가 엉망이었다”며 “사시존치모임의 후원금 내역이 담긴 통장을 처음 받았을 때도 통장 정리가 한 줄밖에 안 돼 있었다. 당시 XX변호사회에서 1인 시위를 모집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저도 솔깃했다. 2시간 시위하고 5만 원을 준다는 내용이었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사시존치모임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국회의사당과 각 정당 당사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해왔다. 특히 지난해 10월경 국회의 국정감사기간 동안 이들은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며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A 씨와 B 씨는 ‘1인시위’의 순수성이 훼손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시존치모임 부대표 한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시위자를 모집한 건 사실인데 돈 얘기는 하지 않았다. 저는 집안에서 모든 지원이 끊긴 상태였다. 원래 국회 릴레이 시위를 진행하려고 했는데 지원자가 아무도 없었다. 이 사정을 딱하게 여긴 분이 후원을 한다고 해주셔서 처음에 몇 번을 거절하다 수락했다”며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섰다. 6시간 동안 5만 원을 받았다. 시험 포기하고 20일 정도 시위를 해서 약 100만 원을 받았다”라고 털어놨다.
문제는 시위 대가로 한 씨에게 지급된 돈의 ‘출처’다. A 씨는 “지난해 비공식적으로 운영된 통장의 계좌내역을 보면 누군가 한 씨에게 시위 대가를 지불한 내용이 없었다. 그 돈을 누구에게 받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씨는 “사시를 준비했던 분이다. 학원 업체 쪽 사람은 아니다. 학원 쪽은 사시생들보다 로스쿨생들이 돈을 잘 벌어다주기 때문에 우리한테 돈을 줄 필요가 없다. 후원한 사람의 신원은 밝힐 수 없다”고 설명했다.
A 씨와 B 씨는 사시존치모임이 대한변협의 부적절한 후원을 받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A 씨는 “통장의 입금내역을 살펴보면 문제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말하긴 좀 그렇다. 사시 존치를 바라는 입장인데 이 사실이 알려지면 사시존치모임과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의 관계가 곤란해질 수 있다”고 말을 아꼈다.
이에 대해 대한변협 이효은 대변인은 “변협이 어떤 단체를 후원을 하고 있진 않다. 우리가 사시존치모임을 후원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 씨 역시 “전혀 사실이 아니다. 대한변협에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도 있는데 대한변협이 특정단체를 정기적으로 후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혹은 여전하다. 대한변협 집행부인 C 변호사가 지난해 8월경부터 사시존치모임에 참여한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됐기 때문이다. 당시 사시존치모임과 함께 시위에 참여했던 D 변호사는 “처음에 모임이 결성이 됐을 때 저도 초대를 받아서 몇 번 나갔었다. C 변호사가 회의에 오긴 왔었지만 시위에 참여하진 않았다. C 변호사가 사시존치모임을 위한 돈을 모으기 위해 다른 카페에 후원계좌를 올렸다. 하지만 변협이 사시존치TF 문건으로 시끄러워지자, 사시존치모임과 대한변협은 독자적으로 선을 긋고 활동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경 대한변협의 사시존치 TF 내부 문건이 공개돼 파장이 일었다. 문건엔 사시존치 법안 발의를 위해 국회와 청와대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고 친노와 비노로 야당의원들을 가르는 이이제이 전법을 구사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대한변협 측은 즉각 부인했지만 경찰이 문건 유출자에 대해 수사에 나설 정도로 이목을 끌었다.
문건이 터지기 전부터 대한변협 집행부인 C 변호사가 사시존치모임에 지속적으로 참여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앞서의 B 씨는 “C 변호사와 지난해 7월 29일부터 같이 있었다. C 변호사가 존치모임 활동을 짜주면 우리는 가기만 하면 됐다. 사법시험 유예 발표가 나면서 연락이 끊겼다. C 변호사가 ‘국회로 와라’ 하면 가서 참석하고 피케팅했다”고 밝혔다.
한 씨 역시 “C 변호사는 그때 격려 차원에서 가끔씩 오셨다. C 변호사에 대해 더 이상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시존치모임 대표 남 아무개 씨는 “그 부분은 애매하다. 저희도 그분들의 도움이 필요했고 다급했다. 사시존치모임과 동일한 신념을 지닌 어떤 단체에 도움을 청한 것은 사실이다. 변호사들이 개인후원을 해준 경우도 있었다 ”고 설명했다. <일요신문>은 C 변호사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그렇다면 ‘삭발식 대가’ 의혹은 사실일까. 지난해부터 사시 존치모임은 서울대·국회의사당·더민주 당사 등에서 총 11명(남자 9명, 여자 2명)이 삭발식을 했다. 최근 서울대 삭발식에 참여한 황 아무개 씨는 “삭발식의 조건으로 제가 돈을 받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나. 삭발을 한 뒤 가발을 후원해 주겠다는 사람이 있었지만 거절했다”고 토로했다.
한 씨도 “삭발식의 대가로 돈을 받은 적이 없다. 여자 같은 경우 삭발을 하면 가발을 써야 한다. 당시 회원들 사이에 ‘십시일반으로 가발비를 모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의견이 모였지만 돈이 없었다. 제가 회원들에게 ‘여성분들에게 가발을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말했는데 이 말을 누군가 오해한 것 같다“고 보탰다.
공금 유용 논란의 시발점은 ‘회계장부’다. A 씨는 ”전 집행부는 공금개념이 전혀 없었다. 후원금으로 집으로 피자를 시켜먹거나 사적인 모임에서 사용한 금액도 공금으로 처리했다“며 ”이런 문제점은 현 집행부 때문이다. 사시존치를 바라는 대다수 수험생의 문제는 아니다. 현 집행부의 몇 사람 때문에 존치 운동의 순수성이 훼손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남 씨는 ”지금은 장부를 작성하고 있다. 단체가 만들어지는 초기에는 사람들과 유대를 쌓기 위한 비용을 더 쓸 필요가 있다. 조직 발달 과정에서 그 정도 융통성은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