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의 허허실실
소개하는 바둑은 1월 14일 여의도 스카이바둑 스튜디오에서 있었던 박카스배 천원전 결승 3국. 이세돌 9단이 백이다.
<1도> 중반이 무르익는 장면. 상변에서 중앙으로 흘러나온 흑 일단이 눈에 띈다. 흑백간 약한 돌은 이것뿐이다. 이걸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관건이다. 범위가 너무 넓어 좀 막연하긴 하지만.
흑1, 유연하다. 상변 흑돌을 간접 보강하면서 하변 백진을 제한하고 있다. 백2를 기다려 흑3. 위를 깎고 아래를 파내는 전형적인 수법.
여기서 백4. 흑1로는 상변 흑말을 간접 보강할 수 없다는 이세돌의 반발이자 전단을 찾는 수. 흑5는 게을리할 수 없는 연결.
백6~10의 측면 공작을 거쳐 12, 묘한 느낌. 공격의 신호탄 같기도 하고, 공포탄 같기도 한데, 이게 강동윤의 실수를 유도하는 데 성공한다. 그래서 묘한 것.
<2도> 실전진행. 흑1, 3은 조건반사 같았다. 백을 갈라야 하고, 가르는 데는 기대기가 효과적이니까. 그러나 무거웠다.
백은 4, 6에서 10까지 실속 있게 넘어가면서 8의 잽도 놓치지 않고 있다. 흑은? 얻은 게 없어 보인다. 흑5는 빈삼각이니 7로 두고싶기도 하지만 그건 백이 7의 두 줄 아래, 마늘모하면서 들여다보는 수가 기분 나쁘다.
<3도> 흑은 3으로 공배를 연결하고 백은 4, 6으로 좌변을 눌러 버린다. 흑은 7, 9로 제자리걸음. 백은 선수를 잡아 우하 쪽 10, 누가 보아도 좋은 자리. 변 쪽의 두 점을 은근히 끊겠다고 위협하면서 세력을 넓히는 일석이조의 자리. 검토실은 “바둑이 백 쪽으로 기울었다”고 잘라 말했다. 계산이나 분석 이전에 돌들이 놓인 모양을 보라는 것. <2도> 흑1로는 하다못해….
<4도> 흑2로 두어야 했다는 것. 흑A가 언제나 선수로 들으니까 <2도>처럼 그렇게 옹색하게 연결에 급급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
<5도>는 흑이 돌을 거둔, 종국 장면. 그런데 한 가지. 좌하 흑1, 여기를 이으면 그 위에 있는 백 대마는 어찌 되는 건가. 가운데에 한 집은 있는데, 또 한 집은?
<6도> 백1이 있다. 흑2면 백3으로 끼우는 것이 연결타. 흑2를 두지 않고 아래쪽을 방비하면 백이 거기를 먹여치는 수가 있다.
그나저나 강동윤이 어떻게 <2도>와 같은 행마를 했을까. 이건 기재 넘치는 소년의 행마가 아니다. 강동윤의 심기일전을 기대한다.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