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안팎서 ‘자존심 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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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벌어진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실. 3 대 0으로 맥없이 무너지며 88일 만에 1위 자리를 내준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은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채 “앞으로 챔피언결정전 직행은 잊고 플레이오프에 전념하겠다”며 1위에 대한 아쉬움을 애써 털어냈다. 줄곧 선두 자리를 유지하다가 정규리그 막판에 1위를 라이벌팀 삼성화재에 물려줘야 하는 김 감독의 심경은 한마디로 복잡다단했을 것이다. 이어진 승장의 인터뷰. 신치용 감독은 만면 가득 웃음을 띠며 ‘막판 되치기가 재미있는 법’이라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신 감독은 “18일에 있을 대한항공과의 경기가 1위를 완전히 확정짓는 중요한 게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만약 삼성화재가 대한항공전에서 패할 경우 1위는 다시 현대캐피탈로 넘어간다. 1, 2위 팀의 점수 차가 1게임 차밖에 안 나기 때문이다.
#장면2
지난 18일, 신치용 감독이 챔피언결정전으로 직행하는 길목에서 가장 큰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했던 대한항공전이 인천도원체육관에서 열렸다. 삼성화재는 이전 현대캐피탈전에서 보여줬던 자신감 넘치는 모습 대신 시종일관 대한항공에 끌려다니며 실책을 저지르는 등 삼성화재다운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결국 3 대 1로 패했고 삼성화재의 1위 수성은 ‘3일 천하’로 끝나고 말았다.
경기 후 인터뷰실. 이번엔 패장 신분으로 신치용 감독이 먼저 등장했다. 경기 종료 후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을 터트리며 심판위원들에게 거칠게 항의했던 그는 쉽게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기자들에게 던진 첫 마디는 이전 김호철 현대 감독이 말했던 것처럼 “플레이오프에 전념하겠다”였다.
현대는 19일 LIG를 상대로 3 대 1 승리를 거두며 챔피언결정전을 더욱 자신할 수 있게 됐다. 경기 후 김호철 감독은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대전에서 현대와 LIG전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지켜봤던 신치용 감독의 한숨이 깊어지는 순간이다.
정규리그 막판까지 1게임 차 승부를 벌이며 피 말리는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동갑내기 감독들. 마지막 3게임을 치르며 전쟁 아닌 전쟁 같은 기분으로 살고 있는 두 사람은 경기 외적인 면에서도 자존심을 불사르고 있다. 바로 신치용 감독의 딸 신혜인과 현대캐피탈의 주전 공격수 박철우가 목하 열애 중이기 때문. 재미있는 것은 박철우가 이상하게도 삼성화재만 만나면 맥을 못 춘다는 사실. 김호철 감독한테 박철우는 ‘연구대상’이고, 신치용 감독한테 박철우는 ‘고맙다, 그리고 사랑한다’가 아닐까.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