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몇번 한거냐” 경찰 조사 치욕적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5년 성희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희롱을 당한 피해자의 78.4%가 성희롱 피해에 대처하지 않고 ‘참고 넘어갔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48.2%가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응답했고 16.2%, 15.4%가 각각 ‘업무 및 인사 고과 등의 불이익을 받을까봐 걱정됐다’와 ‘소문 평판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고 응답했다. 성희롱에 대처한 경우에도 55%는 처리결과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만 직장을 그만둔 경우가 9.9%로 집계됐다. 가해자의 징계 없이 피해자만 2차 피해를 겪는 경우는 16.9%에 달했다.
실제로 피해자들이 성희롱 피해에 대처했을 때에 우려했던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서울 동작구 대방동 남도학숙에 입사한 30대 여직원 A 씨는 직속 상사로부터 수차례 성추행을 당했다. 상사는 A 씨에게 업무를 알려 준다고 몸을 기울여 자신의 팔을 A 씨의 가슴에 밀착시켰다. 또 ‘핫팩을 가슴에 품고 다녀라’, ‘술집 여자’ 등의 부적절한 말도 건넸다. A 씨는 이에 대해 지난해 4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었고 인권위는 올해 3월 상사의 발언을 성추행으로 인정했다.
문제는 이후였다. 지난해 10월께 A 씨에게 독방 근무 조치가 떨어진 것. A 씨는 큰 창문으로 둘러싸인 독방에서 근무했고 일상적인 업무 공유를 받지 못하고 그야말로 투명인간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남도학숙 측은 인권위의 요구에 따라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시킨 것이라고 했다. A 씨는 인권위와 광주시에 성희롱 2차 피해를 호소했지만 2차 피해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최희진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는 “성폭행이나 성추행 피해 이후에 추가로 발생하는 것을 2차 피해로 보고 있는데 이 범위가 매우 넓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성추행이 있었는데 이후에 소문이 나서 입장이 곤란해지는 경우도 2차 피해에 해당된다. 이번 신안 사건에서처럼 본인이 원하지 않는데 언론에 계속 노출되는 경우도 2차 피해”라며 “경찰 등을 통해 피해 해결이 잘 되지 않을 때 피해자들이 다시 상담을 요청해 오는데 이중에 2차 피해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히 많다. 2차 피해가 있다고 해도 피해 해결을 위해 상담을 요청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를 유발하는 주체 또한 다양했다. 피해자들은 범죄를 입증하기 위한 경찰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도 2차 피해를 겪고 있었다. 성폭력 피해자인 B 씨의 경우 경찰 조사 과정에서 경찰로부터 “왜 더 반항하지 않았냐” “성관계를 몇 번 한 거냐” 등의 범죄 입증과 관련 없는 질문을 받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고 밝혔다.
지난 2011년 6월에는 한 성폭력 피해자가 서울중앙지법에서 성폭행 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모욕감을 느꼈다는 이유로 자살을 하기도 했다. 이후 법원에서는 증인지원관 제도를 마련했다. 이는 성폭력 피해자가 재판에서 증인으로 채택돼 법정진술을 할 경우 발생되는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성폭력 피해자가 증인으로 채택되면 증인 지원관은 피해자에게 재판절차와 증인신문 목적을 설명하고 증인 신문 이후에도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성폭행 피해자의 2차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사회에서도 자발적인 노력과 개선이 필요하다. 한국여성민우회 이소희 사무국장은 “피해자들이 직장 내 인사팀이나 고충처리팀에 피해 사실을 알리다가 혹은 경찰 조사과정에서 2차 피해를 많이 입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사과정 중 피해자의 행실을 탓하거나 가해자를 옹호하는 발언을 금지하는 등의 가이드라인으로 만들고 이를 준수하는 방법이 있다. 언론보도 시에도 가이드라인 준수는 물론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를 자제하는 언론사의 입장과 정책이 정비돼야 할 것”이라며 “성폭력 피해자는 평소 신뢰를 하는 주변 사람들과 공동체에 1차적으로 피해 사실을 털어놓게 되는데 이때 공감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사회는 피해자보다는 가해자의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는데 익숙해져 있는데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자세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
피해자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도 2차 피해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을 접한 네티즌 등이 해당 지역을 비난하는데 이어 해당 특산물의 불매운동까지 벌이고 있어 주민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비방글 이러한 상황의 발단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언론 인터뷰였다. 한 주민은 인터뷰에서 “젊은 사람이 그럴 수도 있는 것이지. 서울에선 묻지마 살인도 일어나고 토막 살인도 일어나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갈 데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주민 인터뷰를 본 국민들이 이에 공분해 불매운동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한 그 동안 전라도를 원색적으로 비난해왔던 ‘일간베스트’(일베) 회원들도 신안 비방에 나섰다. 그렇지만 이번 사건을 이유로 불매 운동까지 불거지고 있는 분위기에 대해서는 경계의 목소리가 크다. 또한 일베 등이 나서 지나치게 신안 비방에 나서는 상황에 반발하는 네티즌들도 많다. 한편 신안군 주민들은 주민자치위원회와 이장단 협의회를 통해 “일부 주민들이 엄청난 사건을 저지른 데 대해 지역 주민들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피해 당사자와 가족,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원일 재경 신안군향우회 회장은 “고향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너무 충격적이다”며 “이번 사건은 신안 주민 전체가 저지른 것이 아닌 몇몇 개인들의 범행인데 신안이라는 지역을 향한 비난이 걱정된다”고 호소했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