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도 안 뗐는데 견제구 슝슝~
▲ 지난 4월 28일 프로야구 선수노조 설립 추진위를 발족하겠다고 밝힌 프로야구선수협회. 연합뉴스 | ||
노조 설립 문제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권시형 선수협회 사무총장은 “연내 노조 설립이라는 입장에는 변함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구단 고위 관계자가 선수들에게 “노조 가입자가 나오는 순간 구단 운영을 포기할 것”이라고 통보하는 등 구단 측은 강력하게 노조 설립을 반대하고 있다.
선수협회의 전신인 프로야구선수협의회가 조직된 건 지난 2000년이다. 이른바 ‘선수협 사태’ 때 열린 KBO 이사회에서 한 구단 사장은 “프로야구 시즌이 한 차례 중단되지 않는 이상 사태는 언제든 재연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말은 현실이 되고 있다.
노조 설립 논란에서는 우선 선수를 근로자로 볼 수 있는가라는 점이 확인돼야 한다. 프로야구 선수는 현행 세법상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그리고 1983년 노동부는 모 선수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적용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 “프로야구 선수는 감독과 사용종속 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행정 해석을 내렸다. KBO는 이를 근거로 선수의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 12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한국프로야구 제도 및 선수인권 실태 토론회’에 참석한 박수근 한양대 법학과 교수는 “프로야구 선수의 근로자성에 대한 법원 판결은 아직 없다”고 전제한 뒤 “골프장 캐디, TV 관현악단 등 직종에서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점, 한국과 법 체계가 유사한 일본 법학계의 입장 등을 미루어 볼 때 법원은 프로야구 선수를 노동자로 인정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단언했다.
선수협회 측은 △업무(경기 및 훈련) 내용이 사용자(구단, 또는 감독)에 의해 정해지고 지휘·감독 받는 점 △야구 규약 및 선수 계약서가 취업 규칙 및 복무 규정의 역할을 하는 점 △근무 시간과 장소가 지정되는 점 △장비와 훈련장, 구장을 구단이 소유, 또는 임차하고 있는 점 △실적에 따라 연봉이 정해지는 점(보수의 대상성) △1년 계약이 원칙이나 보류 제도로 계약이 계속되는 점 등을 들어 “프로야구 선수는 엄연한 노동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도 “선수가 구단과 감독으로부터 업무 지휘를 받는다는 점만으로도 노동자성 인정의 충분한 근거가 된다”고 밝혔다.
KBO는 최근 선수의 노동자성에 대해 일본프로야구(NPB) 커미셔너 사무국에 질의서를 보냈다. NPB는 “우리는 아직 프로야구 선수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또 일본의 행정·사법 기관도 선수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답신을 보내왔다. 하지만 “노동법학계의 통설은 선수는 노동기준법 혹은 사회보험법상 노동자는 아니나 노동조합법상 노동자로 해석되는 듯하다”며 “일본 선수노조는 노동3권을 갖고 있으며 NPB와의 교섭권이 인정된다”고 인정했다.
1984년 7월 21일 결성된 일본프로야구선수회는 1985년 11월 5일 도쿄도 노동위원회로부터 이미 노조 인증을 받았고 지금도 노조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선수협회는 FA 자격 연한 단축, 에이전트 제도 즉각 실시, 최저 연봉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구단들이 노조 설립이 재정에 심각한 압박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FA 제도는 이미 선수협 출범 이전인 1999년부터 정착됐으며 매년 FA로 이적하는 선수도 극소수다. 선수협회 권 총장은 “변호사 1명이 선수 1명만 대리할 수 있는 현행 제도에서 대리인 제도로 인해 연봉이 급등할 것이라는 예측은 과장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일 KBO 총장 직무대행은 “최저 임금이 선수협회 요구(3000만 원)대로 인상되더라도 전체 금액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구단들이 노조 설립에 근본적인 거부감을 갖는 이유는 프로야구가 법적으로 매우 취약한 구조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천낙붕 변호사(법무법인 상록)는 “야구 규약은 프로야구 참여자 전체를 규율하는 자치규범이지만 선수는 규약 제정과 개정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며 “현행 규약은 약관규제법 및 공정거래법,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고 밝혔다.
KBO 관계자는 “프로야구는 매우 특수한 사업이다. 일반 법규를 그대로 적용하면 리그 운영의 토대가 허물어진다”고 우려했다. 예를 들어 프로야구단은 보류 제도를 통해 선수에 대한 FA 자격이 생기기 전까지 선수에 대한 종신계약권을 갖는다. 이는 헌법에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보류 제도는 특정 구단의 우수 선수 독식을 막아 리그 전체의 흥행성을 높이는 측면도 갖고 있다.
최민규 중앙일보 JES 야구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