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블랜드 동료들 원더걸스에 뿅갔어요”
▲ 추신수는 WBC 참가 선수들의 부상에 마음이 아프다며 최근 김태균이 부상에서 복귀해 기쁘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며 파이팅을 보냈다. | ||
사실 개인적으로 전 웨지 감독님을 좋아합니다. 말도 많지 않으시고 잘하든 못하든 한 번 믿은 선수들은 끝까지 믿어주는 ‘믿음의 야구’를 펼치시는 분이거든요. 감독님의 무거운 어깨를 지켜보며 안타까운 마음만 커져갑니다.
클리블랜드 불펜 선수들에 대해 불만이 쌓이는 것 같아요. 선발투수가 흔들려도 감독님이 쉽게 내리질 못하는 이유가 흔들리는 불펜들 때문이거든요. 수비수들 입장에선 선발투수가 교체되고 중간계투가 올라가면 ‘또 시작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같은 팀 선수들인데도 불펜에 대한 믿음이 크지 않은 거죠. 징크스 아닌 징크스가 돼버렸어요.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이렇질 않았는데 부상 선수들이 많아서 그런지 막강한 불펜이 그리울 따름입니다.
이건 좀 다른 얘기인데요, 클리블랜드 홈페이지에 난 기사 때문인지 얼마 전 가수 박진영 씨로부터 전화가 왔었어요. 제가 팀 훈련 때 원더걸스의 ‘노바디’란 노래를 틀어 놓고 훈련한다는 기사 때문이었죠. 박진영 씨는 야구를 굉장히 좋아한다고 말씀하셨어요. 마침 원더걸스가 미국 공연 중이라 기회가 된다면 원더걸스와 함께 야구장을 방문하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저 또한 어렸을 때 박진영 씨의 노래와 춤을 좋아했었거든요. 일부러 전화를 주신 건 굉장히 영광이고 고맙지만 지금은 시즌 중이라 경기 후에 따로 만남을 갖는 건 어렵겠다고 말씀드렸어요. 박진영 씨도 제 사정을 이해해주셨고 경기장에 오더라도 야구만 보러 오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클리블랜드 구단 차원에서 박진영 씨와 원더걸스를 초대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그거야 제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니까 뭐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겠죠?
‘노바디’란 노래는 한 번만 들어도 귀에 쏙 들어오는 노래더라고요. 제 휴대폰 벨소리가 노바디였거든요. 그 소리를 다른 선수가 듣고 무슨 노래냐며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래서 제가 인터넷을 켜고 원더걸스의 노바디 동영상을 보여줬더니 엄청 좋아라 하는 거예요. 지금도 훈련 전에 ‘노바디’가 흘러 나오면 선수들 대부분이 가사를 따라 불러요. 물론 영어로된 부분만요^^.
그런데 말이죠. 요즘 주위에서 죽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마이클 잭슨의 죽음도 충격이었지만 한국에서 탤런트로 활동했던 김태호 씨도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했잖아요. 김태호 씨의 죽음이 더 크게 다가온 건 그 분이 제 아내의 대학 선배이시거든요. 작년에 아내가 한국에 들어갔을 때 직접 만나며 식사도 했다고 하는데 그런 선배가 오토바이 사고로 죽었다는 걸 알게 됐으니 아내의 심정이 오죽할까요.
제가 잘 알든, 잘 알지 못하든, 이런저런 사연으로 안타까운 소식을 잇달아 들으면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삼진을 먹는다고, 홈런을 치지 못했다고, 팀이 연패를 했다고, 몸이 아프다고 해서 인생이 힘들다고 생각하면 안 되겠다. 그 어떤 상황에서라도 숨 쉬고 살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현실에 감사하자. 그리고 내가 소원했던 메이저리그에서 4번타자로 뛰고 있는 상황에 행복해 하자’라고요.
WBC에서 함께 웃고 울었던 대표팀 선배님들, 후배, 동기들이 시즌 이후 부상이나 슬럼프 등으로 힘들어 하고 있다는 소식을 자주 듣게 됩니다. 저 또한 하루도 몸이 안 아픈 데가 없어요. 경기 전과 후는 거의 신음 소리를 달고 삽니다. 그래서 그들의 아픔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태극마크를 달고 뛰며 누구보다 많은 중압감을 안았던 그들이 이젠 안 아팠으면 좋겠어요. (김)태균이가 한 달 만에 1군으로 복귀했다면서요?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들었을 텐데 자기 자리에서 더욱 좋은 모습 보여주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모든 선수들 파이팅입니다!
클리블랜드에서 추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