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기론 한국 관중이 최고
▲ 홍순국 메이저리그 사진전문기자 | ||
오늘 경기에서 일곱 경기 만에 타점을 추가해 지난해 세운 한 시즌 최대 타점(66개)에 4개 차로 접근했어요.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했을 때 조금은 더딘 진행으로 인해 은근히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입니다. 풀타임 첫 해 인 만큼 기록보다는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잘 마무리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니까요. 팀에서도 기록보다는 한 시즌을 제대로 소화해내는지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요.
가끔 한국의 친구들이 전화를 해선 “야! 너 한국에서 완전 떴어” “요즘 너에 대한 반응이 대단하다” 등등의 얘길 전하곤 합니다. 기자 분들로부터 전화도 자주 오고 직접 경기장을 찾아오는 취재진도 많아졌습니다. 제 입장에선 국내 팬들의 응원이 늘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에요.
요즘 한국 프로야구 순위권 다툼이 무척 치열하다고 들었어요. 인터넷을 통해 기사를 자주 접하는데 제 기사는 못 봐도 한국 프로야구 기사는 꼭 챙겨보고 있습니다. 특히 많은 관중들이 야구장을 찾아주셔서 올해 관객 동원 신기록을 세울 것 같다는 기사를 볼 땐 멀리 타국에 있지만 저 역시 너무 기분이 좋아집니다. 다만 기사로 접할 뿐 제가 직접 몸으로 그 열기를 느끼지 못한다는 게 많이 아쉽기도 해요. 학창 시절 거의 매일 찾았던 부산 사직구장의 뜨거운 열기를 떠올리며 요즘 한국 프로야구의 인기를 상상해 보곤 합니다.
한국 관중들의 응원 열기는 정말 대단해요. WBC에 참가한 외국 선수들이 한국 관중들의 뜨거운 열기에 깜짝 놀랐을 정도예요. 미국 메이저리그의 관중들은 다소 차분한 편입니다. 특히 투수가 공을 던지고 타자가 치는 사이에는 야구장 전체가 조용해집니다. 마치 골프장을 찾은 갤러리들이 선수가 샷을 할 때 조용해지는 것과 비슷하죠. 선수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응원 문화가 정착된 셈인데 그래도 저는 열광적인 한국 관중들의 응원전이 더 인간적인 것 같아요. 그래서 때론 그런 열성적인 응원이 많이 그립습니다.
그만큼 WBC 대표팀에서 좋은 경험을 했던 기억이 자주 떠오릅니다. 언제까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기회만 된다면 반드시 꼭 다시 입고 싶습니다. 당연히 내년 아시안 게임에도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출전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요.
최근 한국 언론에서 제 병역 문제나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참가 여부에 대한 기사가 나온 걸 봤어요. 특히 얼마 전 제가 우리 팀 마크 샤피로 단장님을 만나 내년 아시안게임 참가 의사를 밝혔는데 “좀 더 지켜보자”고만 말씀하셨던 일이 화제가 됐다고 들었습니다. 저야 물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싶지만 팀의 입장도 있기 때문에 제 주장만을 내세울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고 보면 미국이란 나라가 참 냉정합니다. 잘나갈 땐 정말 잘해주지만 그렇지 못할 땐 가차 없이 버려질 수 있거든요. 최근에도 팀에서 강행된 트레이드를 보고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몰라요.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내년 아시안게임이 정말 중요하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구단을 설득해 볼 생각입니다. 앞으로 제 일이 좋은 방향으로 풀릴 수 있도록 말이죠^^. 아직까지는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습니다. ‘운’과는 별로 인연이 없다는 저한테 행운이 찾아들길 간절히 소원해 봅니다.
클리블랜드에서 추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