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다던 공문서 떡하니…해 가리고 아웅?
원고 측이 제시한 2013년 5월 당시 강릉시의 공문서. 강릉시의 공문서에는 원고 측에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개발행위허가를 했으니 이를 이행하라는 내용과 함께 이를 미이행시 허가를 취소하겠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담겨있다.
그런데 강릉시는 2013년 10월 B 씨가 개발 과정에서 몇 차례 임야를 훼손하고 산사태를 야기했다는 이유로 건축허가취소 처분을 내렸고, 사업 허가자인 A 씨는 이에 반발해 강릉시를 상대로 건축허가취소처분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했지만, 지난 6월 1일 2심에선 강릉시의 처분이 과하다는 의견을 내놓으며 원고 승소판결이 도출됐다.
문제의 핵심은 지난 2013년 강릉시가 원고 측의 개발허가를 조건으로 실제 A 씨의 일부 부지에 대한 기부채납을 요구했느냐 여부다. 현재 원고인 A 씨 측은 강릉시가 개발허가를 조건으로 일부 부지에 대해 기부채납할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강릉시는 임야 훼손 등을 이유로 A 씨의 개발허가를 취소한 상황이기 때문에 A 씨 측은 이 기부채납 부지에 대한 별도의 ‘소유권 등기말소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개발허가를 취소했으니 이를 조건으로 내준 땅을 다시 돌려달라는 취지다.
<일요신문> 보도 당시 A 씨 측은 “강릉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정동진 개발사업 과정에서 특혜의혹을 받고 있는 리조트 업체 S 사 건축물의 상하수도관 매립을 위해선 그 땅(기부채납 부지)을 지나가야 했고, 현재 추진 중인 S 사의 주변 콘도 건설사업의 진입로 구축을 위해서도 그 땅이 필요했다”며 “강릉시는 이미 기부채납을 받은 해당 부지에 상하수도관 매립을 완료했고, S 사는 현재 그 혜택을 보고 있다”고 S 사에 대한 강릉시의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문제는 이에 대한 당시 강릉시의 답변이었다. 보도 당시 강릉시 측은 원고 측이 주장하고 있는 조건부 기부채납 자체를 부정했다. 당시 강릉시 관계자는 “기부채납 건과 원고 측의 개발허가 건은 별개”라며 “이에 대한 어떤 문서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일요신문> 보도 직후 A 씨 측은 앞서 강릉시의 주장을 반박하는 반론서와 이를 증명한다는 당시 공문서 한 장을 보내왔다. 해당 문서는 2013년 5월 16일 강릉시 도시계획과(현 미래도시과) 명의로 B 씨 측에 보낸 것이다.
‘개발행위허가에 따른 조건사항 이행 촉구’라는 제목의 해당 문서에는 ‘개발행위허가를 득한 사항에 대하여, 허가신청 시 정동진리 XX-XXX에 대하여 강릉시에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조건부 개발행위가 허가되었으나 조건사항 이행 기간까지 제출되지 않아 이를 재촉구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뿐만 아니라 해당 문서에는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개발행위 허가 취소 등 행정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는 내용도 덧붙여있다.
이 공문서가 사실이라면 앞서 <일요신문>의 보도 당시 강릉시의 ‘기부채납 건과 개발허가는 별개이며 원고 측의 주장에 대한 문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해당 문서는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한 개발허가를 증명하는 내용이 담겨있을 뿐 아니라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허가를 취소한다는 경고의 메시지까지 담겨있기 때문이다.
강릉시 측은 16일 기자와 통화에서 앞서 원고 측이 제시한 공문서 및 반박에 대해 “해당 사건에 미래도시과, 건축과, 산림과, 해양수산과 등 네 개의 과가 관련돼 있다. 당시 원고 측이 허가를 득하는 조건에 대해서는 나 역시 담당자가 아니었기에 자세한 사정은 알기 어려웠다”라며 “당시 우리는 우리 과(이 답변자는 해양수산과 소속)에 대한 입장을 사실대로 전달한 것뿐이다. 다만 그 분(원고 측)도 본인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자 하는 측면이 있다. 법의 판단이 최종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해명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