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당마님’ 서미경·‘이복누이’ 신영자 비자금 의혹까지 떠안을 수도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 씨.
신 회장은 1955년생으로 서 씨보다 4살 위다. 신 회장의 모친은 일본인 시게미쓰 하츠코 씨이며, 서 씨는 미스롯데 출신으로 뒤늦게 신 총괄회장의 총애를 받았다. 4살 터울 두 ‘모자’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단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신 회장으로서는 그룹 후계구도에 영향을 미칠 서 씨가 달갑지 않았던 걸로 보인다. 1990년대 중반 경영권 승계를 노리던 신 회장이 롯데 임원이던 서 씨의 친인척을 몰아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러나 신 총괄회장은 서 씨를 각별히 챙겼던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안팎에선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이 서 씨 회사로 넘어간 배경에 신 총괄회장의 입김이 닿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서 씨는 딸 신유미 씨와 함께 서울 강남·서초·종로 일대의 빌딩과 빌라를 다수 소유하고 있다. 이들 부동산의 시가는 1000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최근 롯데에 대한 전방위 수사가 시작되면서 서 씨는 오너 일가의 ‘비자금 관리인’이란 의혹을 사고 있다. 서 씨와 유원실업이 롯데와 내부거래(식음료 판매·부동산 개발 등)를 통해 수백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서 씨가 임원으로 등기된 유기개발, 유니플렉스(지난 2월 유원실업에 흡수합병) 등의 유한회사도 마찬가지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올랐다.
검찰은 이들 회사의 실소유주가 신격호 총괄회장이라고 보고 있다. 아들인 신 회장 역시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신 회장은 앞서 수차례 유원실업에 대해선 “나와 관계없다”라며 선을 그었다. 만약 신 회장의 말대로 그가 유원실업 일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면 남은 책임은 모두 ‘아버지’에게 돌아간다. 롯데 측은 “수사가 진행 중이라 답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2006년 초 롯데쇼핑 상장 과정에서 신 회장은 당시 롯데쇼핑 부사장이었던 신 이사장의 경영권 행사를 일부 제한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동생에 비해 보유 지분이 현저히 낮았던 신 이사장은 차츰 퇴진 압박을 받게 됐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 신 이사장이 대주주인 시네마통상과 시네마푸드는 비수도권 지역 롯데시네마 매장 운영권을 갖게 됐다. 유원실업과 마찬가지로 이 과정에 신 총괄회장의 입김이 닿은 것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하다. 정리하면 남동생이 누나로부터 사업권을 뺏자 아버지가 딸에게 다른 사업권을 넘겨준 꼴이다. 2012년 기준 시네마통상과 시네마푸드는 246억여 원의 매출과 62억여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시네마통상은 2013년 롯데시네마와 계약이 종료되며 사실상 폐업수순을 밟게 된다. 당시 계약 연장을 반대한 것은 신 회장이다. 또 신 회장은 신 이사장의 ‘가족회사’인 비엔에프통상에 대해서도 ‘메스’를 들이댔다. 계약을 정리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면세사업과 관련한 컨설팅 및 명품 브랜드 유통 등을 수익 모델로 삼은 비엔에프통상은 신 이사장의 장남 장재영 씨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2014~2015년 매출 총계는 744억여 원에 달한다.
이번 롯데 수사에서 비엔에프통상은 유원실업과 마찬가지로 롯데 오너 일가의 ‘비자금 창구’로 지목됐다. 신 회장으로서는 아버지의 후처는 물론 이복누이가 연루된 비자금 의혹까지 함께 떠안은 형국이다. 롯데 핵심 사업부 관계자는 “오너(신동빈) 스타일이 비자금을 만들 성격이 아니다”라며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도 의심받고, 보는 눈이 많은데 대놓고 그런 걸(비자금 조성)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