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재단’ 오세훈 ‘연구소’도 주목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10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모습.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아줌마 부대, 안풍 재점화할까
2013년 6월 9일 설립된 정책네트워크내일은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싱크탱크다. 한국 정치학계의 거물 최장집 교수가 이사장을 맡아 출범 초기부터 화제를 모았다. 3년이 흘렀지만 정책네트워크내일은 여전히 안 대표를 물밑 지원하고 있다. 정책네트워크내일 공식 홈페이지 문서 자료실엔 안 대표 발언이 가득하다.
취재진은 6월 15일 정책네트워크내일을 직접 방문해봤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안 대표 캐리커처가 눈길을 끌었다. 늦은 오후 시간이었지만 곳곳에 빈자리가 보였다. “안 대표가 자주 오시냐”는 질문에 정책네트워크내일 관계자는 “우리는 안 대표와 독립된 단체다. 주로 정책 개발을 한다. 안 대표는 집행부의 일원일 뿐 공식적인 회의만 참석한다. 다만 안 대표 측과 토론회나 세미나를 같이 진행한 일은 있다”며 선을 그었다.
안철수 지지 전국 모임(약칭 안전모)은 안 대표를 막후에서 지원하는 단체다. 정책네트워크내일이 안 대표를 물밑에서 조용히 지원한다면 안전모는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지난해 7월 창립된 안전모는 “안철수님의 정치활동을 지지, 또는 지원할 목적으로 설립됐다”고 선언했다. 안전모 공식 홈페이지엔 “브랜드호텔 거래내역에 국민의당으로 자금 유입 없었다” 등 ‘김수민 리베이트’ 관련 기사가 나온다. 이곳 자유게시판엔 회원들이 실시간으로 올린 리베이트 사건에 대한 국민의당 해명 기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안전모는 열혈 아줌마 회원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지난 4월 13일 20대 총선 개표 당시 안 대표의 서울노원병 사무소는 아줌마 부대로 북새통을 이뤘다. 안 대표를 응원하기 위해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한 아줌마들이 많았다. 상의와 운동화 손톱을 전부 녹색으로 치장한 한 회원은 당시 “나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안 의원을 사랑한다”며 국민의당의 총선 승리를 자축했다.
안전모 아줌마들은 안 대표를 화끈하게 지원 사격 중이다. 앞서의 회원은 “리베이트 사건이 터져도 우리는 ‘그러려니’ 하고 있다. 안전모는 내부적으로 안 대표가 지금의 위기를 충분히 돌파할 수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안 대표가 이번 사건으로 정치적으로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안전모 회원들은 약 2000명이다. 이들의 시선은 이미 대선으로 향해 있다. 유성우 안전모 대표는 “가장 중요한 건 내년 대선이다. 안 대표는 우리 사회의 소외 계층들을 위한 정치를 추구하고 있다. 안전모 역시 안 대표의 활동을 최대한 도울 수 있도록 조직을 확대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또 다른 회원은 “최근 광화문에서 안전모 중앙위원 15~16명이 모임을 가졌다. 중앙위원들이 ‘대선 체제로 전환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유 대표는 “남성 회원보다는 여성 회원들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여성 회원들은 누구보다 열성적인 마음을 가지고 안 대표를 응원하고 있다. 안 대표의 참신하고 순수한 이미지가 여성분들에게 부드럽게 다가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안철수 의원실 관계자는 “안전모를 포함해 워낙 안 대표를 지지하는 모임이 많다. 그래도 아줌마 지지자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보탰다.
4월 19일 오전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서울 강북구 수유동 국립 4.19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한 뒤 손학규계 20대 총선 당선자와 악수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동아시아미래재단, 손학규 정치 복귀 통로?
2014년 7월 31일 손학규 더민주 전 상임고문은 “저녁이 있는 삶을 못 드려 송구하다”며 정계 은퇴 선언을 했다. 이때부터 그는 전남 강진 백련사 뒷산 토굴에서 칩거를 시작했다. 손 전 고문의 대선 시계는 이때부터 멈췄다. 손 전 고문이 만든 동아시아미래재단도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2006년 7월 11일 동아시아미래재단은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정착과 공동번영을 모색하기 위해 설립됐다. 재단의 목적은 연구활동이지만 실상은 손 전 고문 정치 활동을 지원하는 단체다. 현재 손 전 고문 서울대 선배인 송태호 전 문화체육부 장관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신학용 최원식 전 의원과 전혜숙 이찬열 이개호 의원 등 동아시아미래재단의 이사진 대부분이 ‘손학규계’다.
최근 동아시아미래재단이 심상치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동아시아미래재단은 손 전 고문의 게이오 대학 강연 내용을 공식 홈페이지에 올렸다.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은 손 전 고문의 강연과 토론 활동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3개월 만에 글이 올라온 것이다.
동아시아미래재단 주요 인사들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손 전 고문은 5월 18일 광주를 찾아 ‘새판 짜기론’을 강조하며 정계 복귀를 시사했다. 동아시아미래재단 송태호 이사장과 이찬열 이개호 의원이 당시 손 고문과 동행했다. 동아시아미래재단이 2년 만에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5일 방문한 동아시아미래재단 사무실 한쪽엔 ‘저녁이 있는 삶’ 문구가 아직 자리잡고 있었다. 수염이 수북한 손 전 고문의 모습을 그린 인두화도 보였다. 동아시아미래재단 관계자는 “손 전 고문이 지금 강진에 있기 때문에 여기에는 자주 못 오신다. 칩거 뒤에도 재단은 회원들과 함께 산행이나 강연회를 열어왔다”고 설명했다.
손 전 고문의 또 다른 지지모임인 ‘손학규과 함께 하는 사람들, 자유광장’ 관계자는 “재단 쪽 분위기가 이전과는 확실히 달라졌다. 동아시아미래재단의 창립기념일에 맞춰 손 전 고문의 정계복귀 선언이 있을 거라는 여론이 파다하다. 이쪽 분위기가 그렇다. 중요한 건 복귀 선언의 명분이다. 국민들을 설득할 명분이 나와야 하는데 재단이 지금 그런 작업을 구상 중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동아시아미래재단 관계자는 “10주년 기념행사를 하는 것은 맞지만 손 전 고문이 정계 복귀설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4월 13일 오전 새누리당 종로구 국회의원 후보인 오세훈 후보 부부가 혜화동에 마련된 혜화3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제20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사표를 던졌던 오 전 시장은 여론조사에서 정세균 더민주 후보에 줄곧 우위를 점했다. 그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를 제치고 여권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은 여의도 입성에 실패했고 대권행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오 전 시장은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연구소를 열었다. 총선 이후 외부활동을 한동안 중단했던 오 전 시장이 정치 활동을 위한 공간을 만든 것이다. 연구소 이름은 ‘고르게 바르게 잘살기 연구소(가칭)’다.
오 전 시장 측근은 “아직까진 공식화하지 않은 개인 연구소다. 오 전 시장이 평소 강조한 공존과 상생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들었다. 오 전 시장은 종로에서 낙선한 뒤 반성과 자숙을 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어떻게 나갈지에 대해 공부 중이다. 외부 활동도 안 하고 있다. 대권주자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좀 앞서나간 부분이 있다. 아무래도 오 전 시장은 지금껏 여의도 정치권에서 좀 떨어져 있었다. 국내에 있지도 않았다. 대권 출마에 대해 오 전 시장은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있다”고 밝혔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