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최강’ 중반 폭발력 업그레이드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아테네(부·3세·수·2전1/0/0·김종업·김영관:31 부:메니피,모:돈잇마이웨이)=3조 오문식 조교사가 관리하던 말인데 19조 김영관 조교사 마방으로 옮겨왔다. 부마인 메니피는 말할 것도 없고, 모마인 돈잇마이웨이의 명성 때문에 몸값이 1억 5400만 원으로 비싸게 팔렸다.
주행검사 때는 기록도 평범했고, 순발력이 부족한 모습이어서 시간이 조금 필요한 말로 판단됐는데, 데뷔전도 그런 모습의 연속이었다. 다만 주행검사 때와는 달리 중속이 상당히 나아졌고, 거리가 1300미터였는데도 꾸준한 주행능력을 보여 빠른 성장을 입증했다.
두 번째인 이번 경주에선 거리를 100미터 줄여 1200미터에 출전했다. 그리고 상대가 강하지 않았고 데뷔전 때 보여준 기대감 때문인지 인기도 1위였다. 실제로 아테네는 이런 기대에 부응했다. 불과 3주 만에 출전했음에도 훨씬 나아진 스타트와 대시능력으로 2위권 안쪽에서 자리를 잡고 잘 따라와 결승선에서 4번 해피질주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아테네가 모래를 맞는 것에 잘 적응했고, 끝걸음도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국5군에서도 활약을 기대해도 좋겠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잘만 하면 모계 형제마인 왕년의 명마 천년대로만큼 성장할 수 있겠다는 섣부른 예측도 나왔다. 필자의 판단도 다르지 않다. 이제 막 3세에 접어든 수말임을 감안하면 경주력은 앞으로도 눈에 띄게 성장할 것이고, 경주 전개가 자유로운 만큼 한동안은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해본다.
지난 12일 열린 렛츠런파크부경 제4경주에서 폭풍최강(점선 원)이 3코너 이후부터 발군의 스피드를 내면서 2위를 차지했다. 한국마사회 홈페이지 동영상 캡처.
# 폭풍최강(부·4세·수·24전2/5/2·장재원·유충열:77 부:Stephen Got Even,모:Belladia)=외2군에 등록돼 있는 말이다. 24전을 치른 말이라 나이가 많을 것으로 다들 생각하고 있지만 이제 막 4세가 된 말이다. 주로 선입과 추입으로 입상을 해오던 말로 2군으로 승군한 후에도 한동안 꾸준히 입상을 했던 말인데 올들어서 한동안 부진했다. 경주력은 크게 달라진 점이 없어 빠른 상대들에게 적응만 하면 될 것으로 봤는데 직전에 3코너 이후부터 발군의 스피드를 내면서 따라잡고 2위를 했다. 전성기 때의 기량을 완벽하게 회복한 것으로 보였고, 이번에도 적임기수 재기승에 상대가 해볼만해 노림수를 던졌는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2위를 차지했다.
이번 경주에서 눈길을 끈 점은 중반의 폭발력이 예전보다 훨씬 더 강해졌다는 것이다. 빠른 말이 많아 인기마들이 오버페이스로 뛰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있었던 경주였는데 일찌감치 중간그룹에 가세했고, 결승선에서 예의 그 뒷심으로 스퍼트를 해 능력마로 평가받는 프렌치보이과 월드러브의 덜미를 잡아버렸다. 전력질주 거리가 상당히 길다는 느낌을 받았다.
폭풍최강은 혈통상으로도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부마인 스티븐갓이븐은 완벽한 체형의 명마로 알려진 에이피인디의 자마로 그 자신도 경주에 출전한 횟수는 얼마 안되지만 뛰어난 족적을 남긴 말이다. 씨수말로 전환한 후에도 2005년 리딩사이어 2세마 부문에서 4위를 차지하면서 특별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로 보아 폭풍최강은 이제 힘이 제대로 차기 시작한 것이며 뛰는 습성이나 혈통적 거리적성을 감안해도 장거리에 진출해도 적응 기간만 거치면 현재 이상의 기대치를 가질 수 있는 말로 판단된다. 다만 아직은 힘으로 뛰는 스타일이라 이 점은 꼭 보완해야 할 숙제로 보인다.
# 영롱(서·3세·수·5전2/0/2·허훈·서인석:42 부:컬러즈플라잉,모:러브마이와일드캣)=5회의 전적 가운데 직전경주에서만 4위를 했을 뿐 모두 입상권에 들었던 마필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입상에 실패했던 직전 경주가 사실은 가장 나은 경주력을 보였다. 당시 진로가 막히는 상황에서도 좋은 기록을 냈고, 1위마와 별 차이가 없이 결승선을 통과했던 것. 이런 이유 때문인지 이번 경주에서는 단승식 배당이 1.4배에 불과할 정도로 압도적인 인기마로 팔렸다. 실전에서도 기대에 부응하며 앞서가던 초원의찬가를 여유 있게 제치며 1위를 차지했다. 기록도 좋았지만 내용은 더 좋았다. 좋은 출발과 함께 선입권에서 자리를 잡고 따라가다 막판에 역전극을 연출했는데, 그만큼 주행습성이 자유로워졌다는 걸 입증한 것이다.
영롱은 데뷔전에서 후미에서 추입하는 전략으로 3위를 했고, 그 다음은 중간에 따라가다 1위를 했고, 세 번째 경주에선 외곽에서 안쪽에 한 마리를 달고 선행권을 형성하며 3위를 했다. 당시엔 초중반에 경합하는 바람에 힘 소모가 심해 3위로 밀렸지만 이번엔 차분하게 따라가는 전략으로 좋은 결과를 얻어낸 것이다.
앞서 설명한 아테네와 마찬가지로 모래를 맞는 데에 이미 익숙해졌고, 당당한 체구에서 나오는 주폭이 일품이라 3세마치곤 상당한 전력 완성도를 보였다는 판단이다.
혈통적인 면에서도 조숙형인 컬러즈플라잉의 자질을 물려받았고, 거리적성도 긴 편이라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다만 이 마필은 아직은 힘이 덜 차 덩치에 비해 하체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이 부분을 어떻게 보완하느냐가 숙제로 보인다. 체중을 조금 줄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아닐까 싶다.
김시용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