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급은 고건만 있는게 아니다
▲ 지난 10월 25일 최규하 전 대통령 빈소를 찾은 이수성 전 총리. | ||
<일요신문>은 이수성 전 총리의 한 측근 Q 씨를 통해 이수성 전 총리 측과 노무현 대통령의 정무특보인 이해찬 전 총리 측이 회동을 가졌던 사실을 확인했다. 이해찬 전 총리는 지난 11월 13일 장모상을 당해 부산으로 내려간 적이 있었다. 그때 이수성 전 총리 측근 Q 씨는 이해찬 전 총리의 부산지역 측근들과 장시간 만남을 가졌는데 그 자리에서 대권 후보 선정과 관련해 ‘모종의 합의’를 했고 이해찬 전 총리도 그 사실을 ‘추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모임에서 Q 씨는 “대권 후보 조직 세팅의 전권을 맡겨줄 것”을 이해찬 전 총리 측에 제안했다고 한다. 이를 전해들은 이해찬 전 총리는 그의 부산 측근들에게 “앞으로 이수성 전 총리가 공개적으로 대권 경쟁에 뛰어든다면 내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돕겠다”며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고 한다. Q 씨는 인근 호텔에서 대기하다 부산 측근들을 통해서 이해찬 전 총리의 ‘본심’을 확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양측의 이러한 ‘합의’는 노 대통령이 이해찬 전 총리를 통해 고건 전 총리의 ‘대안’으로 이수성 전 총리 카드를 적극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권 주자의 다각화 측면에서도 이수성 전 총리 카드는 유리한 면이 있다. 이해찬 전 총리 측은 이에 대해 “당시 상가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에 이해찬 전 총리가 누구와 만났는지 잘 모른다. ‘회동’ 부분에 대해선 확인해 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수성 전 총리 측은 자신의 ‘꿈’이 알려질 경우 당내의 급격한 견제를 받는 것을 매우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수성 전 총리는 최근 일부 언론에서 그를 대권 후보 리스트에 올린 뒤부터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로부터 대권 도전 가능성에 대한 ‘문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에서는 “노 대통령과 이수성 전 총리는 실무진들이 ‘회동’을 가지기 전에 이미 몇 차례 만났고 그 자리에서 대권에 대한 이야기도 오고갔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것은 이수성 전 총리의 동생인 고 이수인 전 의원이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멤버로 노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였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한편 이수성 전 총리는 자신이 후원회장을 맡았던 천정배 이석현 김부겸 의원 등과 자주 만남을 가져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그는 최근의 한 강연에서 “차기 대통령은 동서간, 빈부간, 세대간 3갈등을 치유해 국민통합을 이뤄내는 사람이 돼야 한다”며 대권에 대해 우회적으로 의욕을 내보이고 있다.
그런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수성 전 총리는 구시대 이미지가 강하고 ‘서울대 총장’이라는 이력도 ‘여권의 외부선장 영입대상 1호’인 정운찬 서울대 교수와 겹치는 게 약점으로 지적된다”며 회의적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