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 남편 학교 앞에서 전단지 돌려…특정보직 대가성 의혹도
간통죄는 지난 2015년 2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법의 효력을 상실했다. 그러나 여전히 불륜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은 곱지 않다. 특히 이번 사건은 학생들의 모범이 돼야 할 교사들끼리의 불륜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지탄을 받고 있다. 심지어 ‘대가를 받고 저지른 불륜’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또한 전단지를 돌린 여교사의 남편을 두고도 이런저런 소문이 돌고 있다. 의혹에 의혹을 물고 있는 이 불륜사건을 <일요신문>이 따라가 봤다.
지난 6월 17일 대구시에 위치한 초등학교 앞에서 한 남자가 전단지를 돌렸다. 전단지에는 학교의 50대 교감과 여교사 A 씨(37)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전단지를 돌린 남자는 본인이 불륜 여교사의 남편이라고 밝혔다. 전단지에 따르면 이 여교사는 교감과 수차례 모텔을 다녔고 아이가 있는 곳에서 애정행각을 했다고 한다. 전단지에는 또한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사진까지 첨부됐다. 이 전단지를 받아본 학부모들 사이에서 적잖은 파문이 일었다. 이후 해당 전단지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각종 SNS를 통해 번져나가 전국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학교 내에서도 이 사건을 두고 놀라는 분위기였다. A 교사는 교사들 사이에서 업무적으로 흠잡을 게 없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고 한다. 이 학교 교장은 “학교 내에서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며 “이 문제에 관해서는 교육청에서 감사 중이며 학교 내에서도 알아보고 있다. 이 이상은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전했다.
대구시교육청에도 같은 내용의 진정이 제기돼 이미 교육청은 감사에 들어갔다. 감사 결과 전단지 내용대로 교감과 여교사의 불륜은 사실로 드러났다. A 씨 역시 불륜 사실을 인정했다. 이들은 올해 4월초부터 불륜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부터 담임을 맡지 않았던 A 씨가 교무실에 있는 시간이 늘어났고 자연스레 둘이 함께 지내는 시간도 늘어나면서 눈이 맞은 것이다. 그러나 늦은 귀가를 의심한 남편의 추적 끝에 꼬리가 잡히고 말았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조사 결과 이들의 불륜은 확인됐으며 공무원으로서 품위를 유지하지 못했기에 이에 따른 처분을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A 씨 남편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말들이 오가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 교문에서 전단지를 뿌렸다는 부분과 전단지에 기재된 다양한 사진 등의 확보과정과 연관지어 지역사회에선 억측이 돌고 있다.
기본적으로 전단지를 돌린 행위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형법 제307조 1항에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 있다. 즉 전단지의 내용이 사실일지라도 남편의 행동은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불특정 다수에게 관련 내용을 알리고 다녔으므로 고소·고발 및 처벌이 가능하다”며 “현재 고소가 접수됐는지 여부는 사건 당사자가 아니면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더욱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들의 불륜 뒤에 모종의 대가가 오갔다는 주장이다. A 씨 남편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교감은 아내에게 진로전담교사 보직을 맡기는 등 특혜를 제공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A 씨는 현재 학생들의 진로를 상담하는 진로전담교사다. 이를 보도한 매체는 “통상 진로전담교사는 수업을 담당하지 않아 고참 교사가 맡는 것이 관례고 교육경력 10년 남짓의 교사가 맡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것이 교직 사회의 평가”라며 의심했다.
교감과 교육청 측은 의혹을 강하게 부정했다. 초등학교에 진로전담교사 배치가 의무화된 건 올해부터다. 따라서 관례라는 것도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또한 A 씨와 교감의 불륜은 4월부터 시작됐는데 A 씨는 이보다 앞선 3월 1일부터 진로전담교사를 맡았기에 시기상으로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교감과 여교사의 불륜사실은 확인했지만, 처벌수위에 대해선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사진은 대구교육청 전경.
향후 교감 승진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지금 전담교사를 맡아봐야 승진에 별 도움이 안 된다. 왜냐하면 교감으로의 승진은 20년차는 돼야 이뤄진다. 승진할 때 근무평가표를 보는데 최근 3년의 근무평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이제 10년차인 A 씨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라며 “오히려 최근에는 대부분 담당교사를 안하려는 분위기다. 풍토가 편하게 교직생활을 하려는 분위기지 굳이 나서서 힘든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은 개인적인 치정일 뿐”이라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 간통죄 폐지 후 “불륜교사 해고는 부당” 대구시교육청은 이번에 문제가 된 불륜 교감과 여교사를 두고 품위위반으로 내부 규정에 따라 처벌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지만 수위에 대해서는 “정해진 게 없다”고 했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사건이 이전에도 있었다. 2014년 3월 경기도 내 한 중학교에서 교직원 B 씨가 학교 교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건이었다. 당시 이 지역 교육지원청은 품위유지의무 위반과 업무방해금지의무 위반으로 징계해고 조치했다. 그러나 이에 불복한 B 씨가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고 재심까지 거쳐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교육지원청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결국 법원까지 갔다. 이 싸움은 결국 부당해고로 결론이 났다. 당시 재판부는 “학교 내에서 비윤리적인 이성 교제를 했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학생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 역시 A 씨의 불륜은 있었지만 학교 업무에 있어서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에 문제가 된 불륜 교감과 여교사 역시 해고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간통죄 폐지도 이런 분위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1년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불륜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해임된 교사가 2명 있었다. 한편 B 교사가 최종 판결을 받은 시기는 2015년 9월로 간통죄가 폐지된 시점이었다. [박]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