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달러’ 소녀의 귀환 LPGA ‘싱글’ 스폰서 ‘벙글’
▲ 로레나오초아인비테이셔널에서 모두가 고대하던 미 LPGA 첫 승을 신고한 위성미가 트로피를 껴안고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
지난 11월 16일(한국시간) 멕시코에서 끝난 로레나오초아인비테이셔널에서 위성미가 미국의 ‘핑크공주’ 폴라 크리머를 제치고 우승하자 전 세계 스포츠 관련 미디어는 일제히 ‘미셸 찬가’를 불렀다. 현역 지구촌 최고의 스포츠스타인 타이거 우즈가 같은 날 처음으로 호주대회에서 우승했는데, 많은 언론이 골프 황제와 위성미의 우승을 거의 동등하게 보도했다. 보통 미LPGA가 미디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PGA의 5분의 1 수준이고, 특히 타이거 우즈의 우승에 견주면 묻히기 십상인데 이번은 크게 달랐던 것이다.
사실 부진한 천재소녀 위성미에 대한 사랑은 그동안 표출이 안 됐을 뿐이지 골프계, 특히 미LPGA는 ‘언젠가 (위성미의 첫 승이) 터지기만 해라’며 벼르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10월 초 IOC 총회에서 나온 바 있다. 당시 골프는 다른 6개 종목과 함께 2016년 하계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에 도전했는데 전 세계 골프계를 대표해 위성미가 IOC 총회 장소인 덴마크 코펜하겐까지 날아가 골프에 대한 한 표를 호소했다. 프로 첫 승도 없는 만 20세 아가씨가 전 세계 골프의 얼굴마담 역할을 한 것이다.
어쨌든 위성미의 우승 파괴력은 정말 컸다. 가뜩이나 미LPGA가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와 한국선수들에게 주도권을 내준 상태에서 종주국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았던 미국이었기에 더욱 열광한 것이다. 위성미는 스스로 “뼛속까지 한국사람”이라고 말할 정도로 혈통상 완벽한 한국인이지만 미국에서는 솔하임컵 대표를 지낸 미국선수로 인식되고 있다.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가장 크게 ‘만세’를 부른 곳이 바로 미LPGA 사무국이었다. 2009년 한해 극심한 흥행침체로 커미셔너가 교체될 정도로 흔들린 LPGA이기에 ‘최고의 흥행사’ 위성미의 컴백은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인 것이다. 실제로 미LPGA 사무국의 데이비드 힉던 대변인은 “위성미의 이름이 리더보드 최상단에 있다면 그것은 정말 최고다. 이것이 바로 스타파워다. 이것이야말로 사람들이 그토록 보기를 원했던 장면”이라고 강조했다.
위성미는 멕시코에서 첫 승을 달성한 후 바로 시즌 마지막대회인 투어챔피언십 출전을 위해 미국 휴스턴으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위성미 본인은 물론 부친 위병욱 교수(하와이대)는 각종 인터뷰를 통해 ‘극심한 좌절을 이겨내고 재기에 성공한 감동’을 밝혔다.
재미있는 것은 한때 ‘부모가 딸을 망친다’, ‘건방지다’는 등 모욕적인 비난을 받았던 부친 위 씨와 인터뷰 자체가 힘들었던 위성미가 모두 미디어에 큰 호의를 보여줬다는 점이다. 휴스턴에서 위성미와 위 씨를 인터뷰한 한 한국기자는 “예전에 세계적인 뉴스메이커로 접근이 쉽지 않았는데 이번에 위성미는 물론이고, 부모님까지 너무 친절하게 인터뷰를 해 깜짝 놀랐다”고 설명했다. ‘친절한 미셸 아가씨’가 됐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위 씨는 우승한 직후 아내 서현경 씨에게 7년 전 위성미가 막 세상에 알려질 때 고향 하와이에 집을 하나 사놓았다는 것을 털어놨다고 한다. 딸의 성공을 확신하고 향후 ‘미셸 위 도서관 및 박물관’으로 쓰기 위해 일찌감치 준비해놓은 것이었다. 그동안 극심한 슬럼프를 겪은 까닭에 말도 못하고 있다가 첫 승과 함께 이를 공개한 것이다.
나이키는 2005년 위성미가 천만 달러 후원계약을 할 때 일본의 전자회사 소니와 함께 50%를 부담한 스폰서다. 위성미의 첫 승 직후 나이키의 마케팅담당부서는 새로운 ‘MW’로 압축되는 ‘위성미 로고’를 세상에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이는 그 유명한 나이키의 타이거 우즈 로고 ‘TW’와 매우 유사하게 생긴 것으로 앞으로 골프마케팅시장에서 TW와 MW를 두 개의 브랜드로 대대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위(Wii)’로 유명한 일본의 게임회사 닌텐도는 위성미가 우승한 월요일 아침(현지시간) 일본 본사에서 긴급회의를 소집, 마케팅 대책을 논의했다. 한 외신보도에 따르면 닌텐도는 이날 회의에서 Wii와 위(Wie)의 발음이 같다는 점에 착안 스펠링 마케팅을 논의했다고 한다.
또 다른 게임회사인 EA스포츠는 조만간 ‘미셸 위 2011’이라는 새로운 비디오게임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기대되는 게임에서 ‘첫 승을 올리기 전까지 5년이 필요하다’는 농담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이러한 ‘미셸 위 효과’는 올 시즌 마지막대회였던 LPGA투어챔피언십 프로암대회에서도 쉽게 확인됐다. 프로암대회 시작 전 약 1만 달러 정도로 예상됐던 위성미의 프로암 비용이 2만 2000달러(약 2500만 원)에 낙찰된 것이다. 이번 프로암대회에서는 원하는 선수들과 라운딩을 즐기기 위해 후원금을 지불하는 경매방식으로 진행됐는데 로레나 오초아, 신지애 등 최고의 선수들을 제치고 최고 낙찰가를 기록한 것이다. 이에 대해 위성미 본인도 “50달러 정도에 낙찰될 줄 알았다”며 크게 기뻐했다는 후문이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