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선수장사 변칙투구에 “30억 내놔” 보크 선언
▲ 이택근 연합뉴스 | ||
크게 봤을 때 이번 이택근 트레이드 파문은 세 가지 사안으로 요약된다. 그리고 그 각각이 프로야구의 근간을 뒤흔들 수도 있는 중요한 문제들이다.
우선 트레이드 자체를 우려의 시선으로 보는 야구인들이 많다. 재벌 모그룹으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나머지 7개 구단과 달리, 히어로즈는 스폰서를 통해 운영비를 충당하는 스몰마켓 팀이다. 이미 2년간 돈이 부족해 팀 운영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면 지방 원정지의 호텔 숙소비가 밀렸다거나 원정팀에 줘야 할 입장수입 배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등의 소문이 그것이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 히어로즈가 당장 내년 운영비를 마련하려면 가장 손쉬운 방법은 선수를 파는 것이다. 그런데 트레이드가 이택근 사례 하나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일단 이택근 트레이드가 최종 승인되면 나머지 6개 구단들도 히어로즈와 본격적으로 물밑 접촉을 벌일 게 뻔하다. 물론 히어로즈는 이택근 외에 장원삼 이현승 등 잠재적인 트레이드 대상자는 3명뿐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들 3명이 빠지는 건 구단 전력의 3분의 1이 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KBO는 판을 펼쳐보겠다는 입장이다. 이택근 트레이드를 개별 건으로 승인해줬다가는 향후 다른 구단들의 트레이드 시도를 막을 명분이 없어진다. 따라서 이택근을 데려가려는 LG를 포함해, 히어로즈 선수를 원하는 모든 구단의 트레이드 제안을 취합한 뒤 한꺼번에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럴 경우엔 결국 모든 트레이드가 성사되거나 혹은 모두 승인 거부되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 문제는 가입금 완납 부분이다. 히어로즈는 2009년 마지막 날까지 프로야구 가입 분납금 36억 원을 KBO에 내야 한다. 전체 120억 원의 가입금 가운데 마지막으로 남은 금액이다. 이걸 내면 히어로즈는 마침내 경영권을 가진 하나의 독립적인 야구단으로 인정받게 된다.
이번 이택근 트레이드가 시도되는 과정에서 히어로즈가 엉뚱한 곳에 돈을 주는 바람에 분납금 완납 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히어로즈가 36억 원 가운데 6억 원만 KBO에 입금시키고 나머지 30억 원을 15억 원씩 두산과 LG의 통장으로 집어넣은 것이다. 두산과 LG는 해당 15억 원을 히어로즈에게 서울 연고권을 갈라주는 것에 대한 보상금으로 규정지었다. 반면, 히어로즈는 어차피 KBO에 마지막 분납금 30억 원을 내면, 그 돈이 연고권 보상금 형식으로 두산과 LG에 넘어갈 것이었기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직접 건네줬다는 입장이다.
▲ 유영구 KBO 총재 | ||
다급해진 건 히어로즈다. LG와 두산에게 돈을 되돌려 받아 KBO에 내면 되지만, 서울 연고권 보상금을 중시하는 두 구단은 이미 받은 돈을 토해낼 생각이 없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고 있다. 따라서 히어로즈는, 진짜 현금 15억 원씩을 두 팀에 준 게 맞다면, 또 다른 30억 원을 당장 구해서 KBO에 내야 할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갑자기 30억 원을 구한다는 건 쉽지 않다. KBO가 이사회를 열어 일련의 문제들을 결정한다고 했는데, 이사회는 1월 초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KBO는 이사회 개최 시기와는 별도로, 히어로즈가 12월 말까지 분납금 30억 원을 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즉 돈이 입금되지 않으면 그때는 단순히 이택근 트레이드 여부를 떠나 히어로즈 구단이 경영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애초에 히어로즈가 KBO에 돈을 보냈다면 이런 어려움도 겪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나온 ‘음모론’도 있다. 애초에 현금이 없었던 히어로즈는 두 구단에 실제로는 돈을 주지 않으면서도 트레이드를 통해 차액을 챙기는 시나리오를 짰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히어로즈와 LG 두산 모두 이 같은 의구심에 대해선 절대 부인하고 있다. 실제 돈은 입금됐다는 것이다.
이제 세 번째 문제다. 히어로즈가 서울의 두 구단에 15억 원씩을 줬지만 KBO가 분납금 완납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SK를 비롯한 다른 구단들의 반발 때문이다. SK는 지난 2000년 프로야구판에 뛰어들면서 현대 유니콘스로부터 인천 및 경기 연고권을 승계받으면서 보상금 54억 원을 줬다. 현대는 서울로 옮기기로 했었다. 그런데 재정난에 봉착한 현대는 결국 서울로 이사하지 못했고 마지막까지 수원을 홈으로 썼다. 이미 54억 원을 준 SK 입장에선 연고권을 침해받아온 셈이다. 그에 대한 보상을 원한다는 것이다.
KBO는 히어로즈가 분납금을 내면 그 돈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SK에 대한 배려도 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LG와 두산이 히어로즈와 직접 거래를 통해 30억 원 전부를 먼저 받아버렸다. KBO가 교통정리를 해주려던 계획이 틀어진 셈이다.
이상에서 살펴봤듯 몇 가지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게 이번 사건의 특징이다. 문제가 해결되려면 우선 히어로즈가 연말까지 어떻게든 30억 원을 KBO에 내야 한다. LG 두산으로부터 다시 돌려받든, 그게 안 되면 사채를 빌려서라도 말이다. 그 후 그 돈을 연고권 보상 문제로 얽힌 세 구단에 어떻게 나눠줄지에 대해서 KBO 이사회가 현명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각 구단이 조금씩 양보하지 않는다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이 모든 문제가 해결돼야 그 후에 이택근 트레이드 및 추가 트레이드에 대한 승인 여부가 논의될 것이다. 올 겨울 스토브리그는 참 복잡하고도 혼란스러운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한준서 야구전문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