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령 DJ 제일 왕성
친구인 전임자의 비극적 말로를 잘 지켜본 탓에 노 전 대통령은 아예 정치적 영향력은 생각지도 않았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런데 최근 주변 소식통에 의해 확인되는 바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의 경우 퇴임 후 대학 총장을 원했다고 한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퇴임 1년 후쯤에 서울의 유명 사립대인 D 대 총장에 나설 계획이었다는 얘기가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 이 대학의 이사장에 의해 실제 이 같은 계획이 노 전 대통령의 현역 재임 시절부터 추진됐고 노 전 대통령도 이에 동의했다는 것. 하지만 이런 계획은 D 대학의 학내 비리 사태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무산되고 말았다.
YS 또한 퇴임 당시 70세가 넘은 고령이라는 점과 IMF 사태로 인한 여론 악화 등으로 퇴임 후 구상을 밝힐 분위기가 아니었다. 또한 그 자신도 20대의 어린 나이부터 정계에 입문해서 대통령까지 지냈기 때문에 더 이상 대외 활동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YS는 퇴임 기자회견에서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갈 것이며 정치 활동을 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단언한 바 있다.
반면 역대 퇴임 대통령 가운데 가장 고령이었던 DJ는 왕성한 ‘의욕’을 과시했다. 그는 퇴임을 준비하면서 동교동 사저를 허물고 주변 땅을 매입해서 5층의 아태재단 건물과 2층 사저 건물, 3층의 경호원용 건물을 잇따라 건축했다. 총 630여 평에 연건평 면적만 1882평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야당의 비난이 쏟아졌지만 남북정상회담과 노벨평화상 수상, 그리고 정권 재창출에 따른 자신감 때문이었는지 DJ 측은 전혀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역시 62세라는 젊은 나이에 퇴임을 하게 되는 노무현 대통령은 재임 중에도 여러 차례 자신의 퇴임 후 구상에 대해서 언급한 바 있다. 고향에 내려가서 환경문제를 연구하는 연구소를 만들고 싶다는 뜻도 피력했고 읍·면 수준의 지방자치 운동을 해보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일각에서는 부산·경남 정치권에 여전히 강한 애착을 갖고 있는 노 대통령이 부산·경남 정치세력의 구심점 역할로 정치적 영향력을 계속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최근 “노 대통령이 퇴임 후 사저에만 머물러 있을 순 없을 것이다. 정치 일선에 나서는 것은 맞지 않지만 정치문화나 사회적 요구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참여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저런 정황을 살펴보면 노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봉하마을의 사저를 중심으로 어떤 식으로든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왕성한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결론은 어렵지 않게 도출된다.
감명국 기자 km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