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4시 대구시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야외무대 광장에서 열린 대구퀴어문화축제의 가장행렬 ‘자긍심의 퍼레이드’를 두고 반대시위에 나선 시민들.
[대구=일요신문] 남경원 기자= “퀴어(Queer·동성애)는 보호받아 마땅한 인권이다.” “동성애는 사회의 해악이며 질병이다.” 주장은 팽팽히 엇갈렸다.
26일 오후 4시 대구시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야외무대 광장에서 열린 대구퀴어문화축제의 가장행렬 ‘자긍심의 퍼레이드’를 두고 이목은 두 부류로 쏠렸다.
이날 현장에는 “다양한 성적 주체를 인정해 달라”는 성적 시민권을 주장하는 진영과 “동성애는 서구에서 수입된 퇴폐적인 성적 행위”라는 진영으로 나눠졌다.
입장이 극명히 갈라지는 이날 현장에는 서로 상반된 내용의 피켓과 유인물들이 넘쳐났다.
‘에이즈 확산의 주범, 동성애 관란 허용 절대 불가. 흡연은 폐암을, 음주는 간암을, 동성애는 에이즈’ 등의 내용을 담은 피켓이 곳곳에 나돌았다.
반(反)동성애 진영은 대부분 보수 기독교단체들로 “동성애는 반인류적, 반사회적”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퀴어퍼레이드에 동참한 참가자들도 저마다 피켓과 유인물로 맞섰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틀림이다. 차별은 나빠요. 혐오를 멈춰요’ 등의 피켓을 든 참가자들과 이들과 연대하는 단체 그리고 20여개의 부스가 줄지어 위치했다.
양 진영을 사이에 두고 경찰 1000여명은 두세겹으로 벽을 치며 충돌에 대비했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퀴어축제의 공연이 마치고 오후 4시30분부터 본격적인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이들의 서로 상반된 주장은 퍼레이드에서 더욱 팽팽하게 맞섰다.
이날 낮 최고기온은 30도를 웃돌았으나 이 일대는 퍼레이드 행렬과 기독교단체, 행인들로 큰 혼잡을 빚었다.
26일 오후 4시 대구시 중구 동성로에서 대구퀴어문화축제의 가장행렬 ‘자긍심의 퍼레이드’에 참가한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최신곡에 맞춰 퀴어 퍼레이드가 시작되자 기독교단체 역시 따라나섰다. 퍼레이드 공연소리와 설교·찬양소리가 교대로 이어졌다.
일부 기독교 신자들은 소형확성기를 통해 “악하고 죄악 동성애에서 벗어나라”며 소리쳤다.
몇몇 기독교 신자들은 두세겹의 경찰벽을 뚫고 행렬 경로를 막다가 경찰의 제지로 물러나기도 했다.
퍼레이드 참가자 대부분은 크게 상관치 않았으나 일부는 기독교 신자들이 든 피켓을 찢는 등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성소수자 축제는 서울을 제외한 지역 중 유일하게 대구에서 열리고 있다.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이미 올해로 8회째를 맞았다.
이를 두고 대구기독교총연합회 동성애반대대책위는 지난 21일 권영진 대구시장에 퀴어축제 불승인 협조를 구했으나 권 시장은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법한 집회 신고를 마친 행사를 취소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구기독교총연합회는 퀴어축제에 대한 반대집회를 계획했다가 지난 25일 맞불집회를 철회했다. 대규모 반대집회가 오히려 퀴어축제의 이목을 집중시킨다는 이유다.
소형 확성기를 들고 행렬을 따라가던 몇 기독교 신자에게서 “여러분(동성애자들)을 사랑한다”는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동시에 반대시위에 참석한 신도들의 손에는 동성애를 박멸하겠다는 피켓이 들려있다.
26일 오후 4시 대구시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야외무대 광장에서 열린 대구퀴어문화축제의 가장행렬 ‘자긍심의 퍼레이드’를 두고 반대시위에 나선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대건연 관계자는 “그들은 혐오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축제라는 문화 그 내면의 정신·육체적 피폐성을 알리고자 집회를 열었다”며 “선량한 성도덕 보호를 통한 부도덕한 성행위인 동성애 성행위의 만연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퀴어축제와 같은 일련의 행사를 반대할 자유가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한 시민은 “내 동성이 나를 좋아한다고 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성소수자들이 한번쯤 사회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행사 정도는 용납된다. 저마다 생각과 취향이 다를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시민은 “굳이 이런 행사를 여는 것도 이해가 안되고, 저렇게 반대시위를 해서 더 시끄럽게 구는 것도 문제”라며 “주말에 놀러왔다가 괜히 기분만 잡치고 간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를 온 한 시민은 “피켓 내용들이 너무 원색적이고 자극적이라 너무 민망했다”며 “동성애 역시 존중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내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면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경찰 1000여명을 배치했으며 여경도 일부 배치했다. 다행히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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