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그때 유혈장면… 뭐야?
▲ 일명 ‘왕멍팀킬’ 사건. 쇼트트랙 계주에서 우승한 왕멍이 기쁨에 겨워 동료 쑨린린을 스케이트화로 다치게 했다. 당시 실격당한 우리 선수들이 잠시 오해를 사기도 했다. | ||
#극적인 반전의 순간
우승 후보 스벤 크라머의 실격처리로 이승훈이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0m에서 기적의 금메달을 목에 건 순간이 가장 극적이었다.
실격 판정 이전 1위로 확정됐던 스벤 크라머는 이승훈보다 4초 빠른 기록을 냈지만 코치의 잘못된 사인으로 한 바퀴를 반으로 나눠 아웃코스와 인코스로 번갈아 타야 하는 경기 원칙을 어기고 인코스로만 한 바퀴를 모두 돌아 실격처리된 것. 경기 직후 이승훈이 직접 크라머의 실수 때문에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따게 됐다고 밝힐 정도로 기막힌 반전의 순간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승훈의 금메달 직후에 나온 네티즌들의 분석. 일부 네티즌들이 크라머가 제대로 코스를 돌았더라도 이승훈 기록에 못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크라머가 아웃코스와 인코스를 번갈아 한 바퀴를 돈 시간은 30.72초이고 그 다음 인코스로만 돈 시간은 23.15초이기 때문에 결국 크라머가 제대로 아웃코스를 탔더라면 6.8초 이상이 더해져 이승훈에 3초가량 뒤졌을 것이라는 게 당시 네티즌들의 분석. 그렇지만 다음 날 이런 주장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크라머의 경우 인코스와 아웃코스 차이가 3초가량에 불과해 제대로 코스를 탔다면 이승훈을 앞서 금메달을 차지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억울하고 황당했던 순간
네티즌들이 가장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인 장면은 쇼트트랙 여자 계주팀이 결승전에서 1등을 하고도 실격패당한 순간이었다. 심판진은 ‘김민정 선수가 손으로 중국 선수의 얼굴을 쳤다’며 실격 사유를 밝혔지만 이는 더 큰 논란만 불렀다.
더욱이 이러한 판정을 내린 심판이 제임스 휴이시(호주)란 점에서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휴이시는 2002년 동계올림픽 당시 오노의 할리우드 액션에 속아 김동성의 금메달을 앗아갔던 판정의 장본인일 뿐만 아니라 2006년 안현수와 2007년 송경택을 실격 처리했던 전과(?)도 있어 한국 네티즌들에겐 악명이 높은 심판이다.
갑작스런 실격처리와 심판에 대한 찝찝함으로 쇼트트랙 대표선수들이 실망의 눈물을 흘리는 순간, 카메라에 갑작스레 장후이 선수의 얼굴에서 피가 흐르는 장면이 담겼다. 유혈사태가 벌어지자 일각에선 ‘김민정 선수가 손으로 중국 선수의 얼굴을 쳤다’는 것을 강조하려 중국 선수들이 자해를 한 게 아니냐는 황당한 의혹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금메달에 기뻐하던 중국 선수들이 기쁨의 세리머니를 하다 자신의 팀 선수 얼굴에 스케이트 날을 ‘하이킥’해 벌어진 것. 가뜩이나 한국 선수가 중국 선수 얼굴을 쳤다는 실격 판정으로 예민했던 터에 얼굴에 피를 흘리는 중국 선수 얼굴이 중계 화면에 잡히자 시청자들은 ‘뭐야!’를 외쳤다.
▲ 스벤 크라머의 실격 장면. 이승훈도 그의 실수로 금메달을 따게 됐다고 밝혔다. | ||
이번 올림픽 기간 동안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또 한 명의 선수가 있다. 국가대표로 밴쿠버에 갔지만 단 한 종목에도 출전하지 못한 여자 쇼트트랙의 최정원 선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밴쿠버 올림픽 예선으로 2009년 11월 치러졌던 2009~2010 ISU 월드컵에서 4순위로 선발되며 국가대표가 된 최정원. 8개월 전 입은 고관절 부상을 딛고 얻어낸 국가대표라 그 기쁨이 남달랐다. 그러나 최정원은 단 한 경기에도 출전할 수 없었다. 이에 그의 모친은 “코치가 의도적으로 최정원을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쇼트트랙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온 파벌다툼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정원의 모친은 이번 동계올림픽 동안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최정원의 어머니는 “밴쿠버의 딸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지도자가 훈련에도 참여하지 못하게 하더니 경기 전날 ‘네가 뛰면 100%였던 팀 경기력이 95%가 되니 넌 아예 나오지 마라’고 말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에 대해 빙상연맹 관계자는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줘야 하는 올림픽 무대이다 보니 부상을 당했던 선수나 컨디션이 저조한 선수는 지도자가 상담을 통해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정원 선수의 주종목은 계주인데 계주의 경우 다섯 명의 대표선수 가운데 컨디션이 좋은 선수 넷을 당일 선발하는데 그 권한은 담당 코치에게 있다. 또한 대표 선수 구성을 놓고 볼 때 특별한 파벌 싸움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최정원의 모친은 “국가대표로 선발된 선수를 훈련조차 시키지 않았으며 연습경기조차 해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듯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하게 했다”며 “동계올림픽이 끝나면 반드시 사실유무를 따질 것이다”고 말했다.
#논란이 될 뻔한 순간
네티즌들이 의혹을 제기하곤 있지만 그다지 큰 논란으로 확대되진 않은 사안도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아사다 마오다. 지난 2월 26일 벌어진 여자 피겨 프리스케이팅 경기에서 아사다 마오는 은메달을 기록했지만 그 역시 총점 200점이 넘는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그런데 아사다 마오는 프리스케이팅 당시 점프를 하다 두 차례 균형을 잃는 실수를 범했다. 그러나 단 1점의 감점은커녕 예술성을 평가하는 GEO 점수에서 기술점수보다 더 높은 점수를 챙기고 가산점까지 받아 130점이 넘는 점수를 얻었다. 애초 기술적인 부분뿐 아니라 예술점수에서 주관적인 평가가 이뤄지는 것이 피겨 스케이팅의 특성.
그러나 국내 팬들은 아사다 마오의 연기가 심판들을 감동시켰다기보다 IOC의 최대 스폰서가 일본기업이라는 사실 때문에 높은 점수가 나온 건 아닌지 의심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논란은 김연아의 뛰어난 연기에 묻혔다. 이런 의혹 따위가 논란이 될 수 없을 만큼 김연아의 연기는 압도적이었다. 김연아가 프리스케이팅 경기에서 150점대를 기록하며 모든 관심을 독점한 것이다. 네티즌들은 만약 김연아가 이런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면 마오의 점수는 상당한 논란이 됐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손지원 기자 snorkl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