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모든 결정에 오더 없어야…집단적으로 움직이면 패거리 아닌가
이혜훈 의원은 새누리당의 총선 패배는 친박 패권을 바꾸라는 주문이었는데 당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놀랍게도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무소속 의원 7명의 복당을 결정했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상식적으로 보면 된다. 유승민 의원 지역구는 새누리당 후보가 없어 당선되면 복당이 기정사실인 곳이었다. 다른 의원들도 선거기간 중 ‘당선되면 새누리당에 복당하겠다’고 했고, 그 약속을 믿고 유권자들이 이길 만큼 표를 준 것이다. 국민 뜻대로 하는 게 가장 상식적이다.”
―친박계 반발이 심상치 않다. 쉽게 정리될 것 같지 않다.
“당초의 혁신위원회를 좌초시키고 친박계 주도로 김희옥 혁신비대위를 다시 만들지 않았나. 그곳에서 결정한 것을 못 받아들인다면 당의 공식 기구는 무용지물이다. 지금이라도 복당 결정을 받아들이고 계파싸움 대신 화합의 장을 만들어가야 한다. 총선 이후에도 반성과 쇄신이 전혀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뭔가 달라졌다는 희망을 주어야 한다.”
―친박계는 대통령 뜻을 거슬렀기 때문에 총선에서 패배했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
“그런 인식을 가지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조금 이해가 안 된다. 국회의원 선거는 국민 대표를 뽑는 것이다. 가장 큰 임무는 행정부를 견제, 감시, 감독하는 일이다. 그런데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행정부를 감시할 국회의원 선출에 이래라저래라 하면 삼권분립에 정면 위배된다. 정당에 자율권을 주면서도 바람직한 당청관계는 얼마든지 만들어갈 수 있다.”
―유승민 의원이 복당 이후 대통령과 또다시 각을 세울까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의견 일치가 지고지순의 원칙일 수 없다. 대통령과 의견이 다를 때는 다르다고 말씀드리고 자기 생각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모든 사안에서 국민이 가장 잘 판단할 것이다. 한 사람 뜻에 5000만 국민이 모두 맞출 수 없는 것 아닌가. 지금 우리 당은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유 의원은 그런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정권 재창출에 견마지로(犬馬之勞·나라에 충성을 다하는 노력) 역할을 할 것이다.”
―원론적으로 맞지만 실제 당은 (친박) 패권주의가 더 강해지고 있다.
“총선 때 이미 예견된 일이다. 친박이 공천을 주도하고 당선이 쉬운 텃밭에 집중 배치됐다. 다수의 친박이 살아남고 당은 크게 패배했다. 과반은 고사하고 1당도 안 만들어줬다. 친박 패권을 바꾸라는 주문이었는데 당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미래가 더욱 어둡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경선에서 ‘따돌림’을 받았다.
“122명 의원 중 70명이 똘똘 뭉쳐 야당 출신 조경태 의원을 당선시켰다. 기재위라는 상임위 특성을 알면 기가 막힌 일이다. 국가 경제를 총괄하는 위원회 특성상 위원장은 경제 전반의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사람이 맡아야 한다.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다. 금리 인하가 환율, 부동산, 가계부채, 산업, 고용, 물가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한 어떤 후속 대책이 필요한지 종합처방을 하는 곳이 바로 기재위다. 한국 경제의 사활이 걸린 기재위원장 자리에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전문가를 내치고 검증 안 된 야당 출신 의원을 앉히는 게 패권주의 아닌가.”
―이대로 가면 8월 9일 전당대회에서 친박 좌장 최경환 의원이 당 대표로 선출될 것 같다.
“가능성은 높지만 변수도 있다. 친박 내부에서 여러 사람이 거론되지만 오너가 있고 지시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단일 후보 효과를 확실히 볼 것이다. 그런데 의원 분포로 보면 유리하지만 당 대표는 낙선한 원외 위원장을 포함한 수만 명의 대의원이 뽑는다. 원외 위원장과 대의원의 표심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친박 패권주의 때문에 총선에서 참패했다는 낙선자와 대의원이 많다.”
―최고위원 출신으로서 당 대표에 직접 출마할 가능성은.
“최근 들어 당권 도전을 강하게 권유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의원들도 있고, 당원들도 전화를 많이 한다. 친박 후보와 경쟁하면서 새누리당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는 요구가 대부분이다. 출마 문제를 원점에서 고민하고 있다.”
―지금 분위기로는 김희옥 혁신비대위―최경환 당권―반기문 대권이라는 시나리오가 있는 듯하다.
“그런 의도가 보이지만 과연 원하는 대로 이루어질지 알 수 없다. 세상 일이 힘 있는 어떤 그룹의 의도대로 간다면 세상에는 어려운 일이 없을 것이다. 당장 이 순간에는 그렇게 될 것 같지만 막상 결과를 보면 그렇게 되지 않은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 정치는 그런 일 중에서도 특히 변동성이 크다.”
―현재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세다. 대통령 후보로 반 총장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대통령이라면 무엇보다 결단력이 필요하다. 굉장히 외롭고 고독하지만 소신과 철학에 따라 국민을 위해 결단을 내리는 것이다. 반 총장의 70여 년 인생을 보면 결단력과 상당히 거리가 있는 분이다. 모든 사람에게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은 분 아닌가. 외교관이라는 직업 자체가 결단력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결단력, 추진력, 소신 등을 두루 갖춘 대통령으로 변해야만 기회가 올 것이다.”
―그런데도 친박계는 반 총장 카드를 끝까지 밀어붙여 정권 재창출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걱정이다. 지지율이 높다는 이유로 정권 차원에서, 당의 다수 계파가 맹목적으로 밀어붙이면 민심과 크게 동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론조사가 민심을 100% 정확하게 집어내지도 못한다. 국민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간다면 집권 가능성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소장파가 전면에 나서 패권을 깨고 대안세력으로 등장해야 하는데 여전히 능력이 부족하다.
“비판은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런데 막상 이런 구조 속에 들어와 보면 목소리를 내는 것도 힘에 겨워 살아있기조차 힘든 구조다. 소장파 그룹의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힘을 더 실어주고, 목소리가 관철돼 대안세력으로 자리 잡도록 도와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오히려 소장그룹이 싫다는 얘기를 능력 부족으로 표현하는 분도 있다.”
―당이 혁신 없이 이대로 가면 결국 깨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내년 봄이 되면 우리 당이 어떤 길로 갈지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본다. 변화를 받아들이고 혁신을 이루면 문제가 없겠지만 친박계 주도의 정당 운영과 대선 후보 옹립이 현실로 드러나면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 국민이 심판한 행태를 바꾸지 못하면 분열 가능성이 있다. 새누리당의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많은 사람이 함께 힘을 모아 당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이다.”
―지금이라도 새누리당이 운영방식을 개선한다면.
“모든 결정에 오더가 없어야 한다. 의원들의 개인 자유의사를 보장해야 한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지시에 따라 집단적으로 움직인다면 이게 패거리 아닌가. 의원총회에서 무기명 비밀투표를 일상화해야 한다. 정말 당을 살리고 정권재창출을 원한다면 계파로 묶어놓은 족쇄에서 의원들을 풀어주길 바란다.”
전계완 정치평론가 jkw68@hanmail.net
“대우조선해양 사태 도적적 해이 넘어 타락” 이혜훈이 본 ‘현정부 구조조정 정책’ 이혜훈 의원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UCLA)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경제학자 출신이다. 인터뷰 도중 박근혜 정부의 산업 구조조정의 방향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지금이라도 정부에서 강한 의지로 밀어붙이는 것은 다행이다. 효과를 얘기하기 전에 좀 더 일찍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다. 정권 초기에 수도 없이 얘기했다. 한국 경제 구조개혁의 골든타임이다, 지금 못하면 경제가 침몰할 수 있다, 돈 풀기로 경기부양 안 된다, 부동산 띄우면 부작용이 크다고 할 때 왜 대통령을 돕지 않느냐고 오히려 핀잔을 줬다.” 여·야 가리지 않고 구조개혁이라는 총론에는 동의하지만 각론에는 온도차가 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문제가 그렇다. 원인규명, 책임자 처벌, 공적 자금투입 등 숙제는 나왔지만 처리 답안은 각기 다르다. “채권단이 시장원리에 따라 결론을 내려야 했다. 여러 정황과 증언을 보면 정부 개입 정도가 아니라 정부가 아예 100% 오더를 내렸다. 조선업을 전혀 모르던 관료 출신이 퇴직자 리그처럼 온갖 성과급 챙겨먹고 부실 덩어리를 만들어 국민 세금을 메우는 구조였다. 이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전문성이 없는 사람은 당장 인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는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의 부도덕성은 충격을 금할 수 없다. 특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공적 자금 지원, 분식회계, 횡령, 뇌물 수수 등은 충격적이다. “도덕적 해이가 아니라 타락이다. 왜 이렇게 됐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어느 국가 조직이든 견제와 모니터링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이게 작동하지 않는 상태에서 사익을 추구하려는 인간의 본성만을 탓하면 안 된다. 범죄행위를 단호하게 처벌해야 하지만 정부가 견제,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을 하지 않은 잘못도 있다. 일탈을 넘어서는 행위가 항상 일어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인센티브와 같은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것이 경제학이다.” [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