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공간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나는 박 반장
▲ 로이터/뉴시스 | ||
‘박지성은 왜 강팀에 강한 것일까’라고 말하기보다는 엄밀히 따져 ‘왜 강팀 경기에 자주 출전하는가’를 논해야 한다. 박지성은 이번 시즌 총 21경기 출전했다.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 그리고 칼링컵에 출전했다. 박지성이 맞붙은 상대팀들 중에서 프리미어리그 10위 이상팀 또는 타 유럽국가 팀들과의 경기가 총 14경기. 66.6%가 사실상 무시하지 못할 강팀과의 대결이었던 셈이다(10위권 밖의 팀들과의 경기는 7경기였고 크리스마스 연휴와 연초 사이 기간에 치른 경기가 3경기, 다른 3경기는 후반 교체 출전이었다).
퍼거슨 감독의 이러한 선택에는 다 이유가 있다. 퍼거슨 감독은 체력적으로 안정적인 박지성을 믿는다. 박지성이 맡은 위치는 활동폭이 넓어 자연스레 체력 소모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자칫 체력이 떨어져 경기 속도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또한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이 공과 관계없이 만들어 내는 공간 창출 능력도 높이 산다. 여기에 기복 없는 안정적인 플레이 역시 강팀과의 경기에서 박지성을 고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❶ 섀도 스트라이커 ‘숫적 우세 역할을 하다’
-2010년 3월 21일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전 (4-4-1-1)
리버풀전에서 맨유는 이전과 달리 4-4-1-1의 전술을 들고 나왔다. 리그 득점왕을 달리고 있는 루니를 최전방 공격에 세웠다. 하지만 이전과 색다른 점은 또 한 명의 공격수가 박지성이라는 것. 루니 다음에 나선 박지성은 공격시에는 루니와 함께 공격 투톱의 역할을 소화했고 수비시에는 미드필드진에 합류해 4-5-1로 탄탄한 허리 라인의 최전방 꼭지점 역할을 해냈다. 퍼거슨 감독은 지난 2008-2009 시즌 아스널과의 원정 경기에서 똑같은 전술에 당한 적이 있다. 당시 맨유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며 2-1 패배를 당했다.
❷ 측면 윙어 ‘공격적’
-2009년 5월 5일 챔피언스리그 아스널 4강 2차전 (4-3-3)
박지성에게 공격적인 역할은 없는가. 아니다. 분명 그도 공격적인 선수다. 지난 시즌 박지성 최고의 경기는 단연 아스널전. 그것도 결승점이 코 앞에 보이는 UEFA 챔피언스리그. 박지성은 준결승 2차전 아스널 원정 경기에서 전반 8분 만에 선제골을 터트리며 아스널이 가지고 있던 추격의지를 단번에 꺾어버렸다. 당시 상승세에 올라 있던 아스널은 맨유 원정 1차전에서 0-1로 패한 상황. 홈에서의 깜짝 역전승을 기대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박지성의 골로 인해 3골 이상을 넣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하면서 그대로 무너졌다. 이날 박지성은 루니-호날두와 함께 3톱으로 경기에 나섰다. 오른쪽 측면에 나선 박지성은 아스널의 왼쪽 측면 나스리-깁스 라인을 꽁꽁 묶었다. 특히 측면 수비수 깁스는 박지성의 측면 침투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고 전반 8분 페널티 박스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제공, 달려들어오던 박지성에게 득점의 기회를 제공한 장본인이 되고 말았다. 박지성의 당시 움직임은 오른쪽 측면 돌파와 함께 맨유 측면 수비수들의 공격 가담시 적극적인 중앙 공격 가담이었다. 반대쪽에 나선 호날두와 동일한 임무였다. 왼쪽에서 호날두가 정신없이 아스널을 몰아세우는 동안 박지성은 반대쪽에서 압박을 멈추지 않았다. 박지성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은 깁스뿐 아니라 왼쪽 측면 나스리에게까지 부담감이 될 수밖에 없었다.
❸ 측면 미드필더 ‘수비적’ 상대 측면 차단
-2008년 4월 29일 챔피언스리그 4강
FC바르셀로나 홈 2차전 (4-4-2)
박지성이 수비가 강하다는 것이 만천하에 인정받았던 경기이자 맨유에서 가장 잘 맞는 역할을 찾아낸 경기였다. 맨유는 빠른 공격 속도와 날카로움으로 무장한 스페인 FC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안정적인 수비에 중점을 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박지성이 있었다. 맨유는 호날두와 테베스에게 공격을 맡겼고 측면에서 나니가 그들을 도왔다. 반면 나니와 나란히 측면에 나선 박지성은 공격 대신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역할을 소화했다. 에브라와 함께 상대 측면 공격의 맥을 끊으며 상대에게 좀처럼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또한 에브라의 공격 가담도 힘이 났다. 수비력이 탄탄한 박지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부담감 없이 진행될 수 있었다.
런던=조한복 EPL전문리포터 chb0401@hotmail.com